개구리 함정
개구리 함정
by 운영자 2015.01.28

시간이 지나가도 잊히지 않는 일들이 있습니다. 일부러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마음속에 뿌리라도 내린 듯 오래도록 남아 있는 일들이 있지요. 잊힌 듯 마음 어딘가에 묻혔다가도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불쑥 떠오르는 기억도 있습니다.그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마음 부자인지도 모릅니다. ‘어릴 적 가족들과 나눈 따뜻한 기억 몇 가지가 평생 우리를 지켜준다.’ 했던 도스토옙스키의 말도 공감됩니다.
제 마음속 남아 있는 기억 중에는 초등학교 시절과 관련된 일이 있습니다. 그날따라 종례시간에 들어온 선생님의 얼굴은 무거워 보였습니다. 우리 학교가 첫 발령지인 선생님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총각 선생님이었는데, 정말 열정적으로 우리를 가르치셨습니다.
오늘은 일이 있어 집에 늦게 가야겠다며 지금부터 밖에 나가 개구리를 한 마리씩 잡아오라고 했습니다.
영문을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우리들은 그 이유를 묻지도 못한 채 교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바람은 차고 땅은 얼어붙은 겨울에 개구리가 어디 있을까 싶으면서도 우리는 각기 흩어져 학교 주변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우리는 다시 교실로 모였습니다. 들어와 보니 교탁 위에는 무엇인가 시커먼 보자기에 덮인 것이 놓여 있었습니다.
어항이었는데 어항 속엔 우리가 잡아온 개구리 중 제일 큰 놈 한 마리를 넣었다고 선생님이 설명했습니다. 우리들이 잡아온 개구리는 모두 세 마리였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나와서 어항 속에 손을 넣으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 손가락인 검지가 어항 바닥에 닿도록 끝까지 넣으라고 했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며칠 전 납부금을 잃어버린 반 친구가 있었는데, 가져간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개구리는 영물이라 누가 가져갔는지를 알아 그 손을 보면 꽉 깨물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나 말고도 대여섯 명이 걸렸습니다. 어항에 차례대로 손을 넣게 한 후 선생님은 한 사람씩 손가락 검사를 해 몇 명을 잡아냈습니다.
개구리가 잘못 알고 내 손가락을 깨물면 어떡하나, 개구리가 손가락을 깨물다니, 맹세코 나는 친구의 돈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그런 두려움에 손가락을 바닥까지 넣지 못했습니다. 그런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어항에 손을 넣는 척 하다가 얼른 빼내고 말았고, 그런 내 손에 먹물이 묻을 리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짐작해낸 일이지만 그때 어항 밑에 개구린 없었습니다. 어항 밑바닥에 먹물만 깔아놓고선 우리에게 개구리 이야기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다음날 잃어버린 줄 알았던 돈이 친구의 전과 책갈피에서 나와 누명은 벗었지만, 개구리 일로 마음에 남은 두려움과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어항은 작았지만 내겐 깊은 함정처럼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를 함정을 숨기고 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하는 것을 초등학교 5학년 그때 나는 개구리 함정을 통해 배운 셈입니다.
제 마음속 남아 있는 기억 중에는 초등학교 시절과 관련된 일이 있습니다. 그날따라 종례시간에 들어온 선생님의 얼굴은 무거워 보였습니다. 우리 학교가 첫 발령지인 선생님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총각 선생님이었는데, 정말 열정적으로 우리를 가르치셨습니다.
오늘은 일이 있어 집에 늦게 가야겠다며 지금부터 밖에 나가 개구리를 한 마리씩 잡아오라고 했습니다.
영문을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우리들은 그 이유를 묻지도 못한 채 교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바람은 차고 땅은 얼어붙은 겨울에 개구리가 어디 있을까 싶으면서도 우리는 각기 흩어져 학교 주변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우리는 다시 교실로 모였습니다. 들어와 보니 교탁 위에는 무엇인가 시커먼 보자기에 덮인 것이 놓여 있었습니다.
어항이었는데 어항 속엔 우리가 잡아온 개구리 중 제일 큰 놈 한 마리를 넣었다고 선생님이 설명했습니다. 우리들이 잡아온 개구리는 모두 세 마리였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나와서 어항 속에 손을 넣으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 손가락인 검지가 어항 바닥에 닿도록 끝까지 넣으라고 했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며칠 전 납부금을 잃어버린 반 친구가 있었는데, 가져간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개구리는 영물이라 누가 가져갔는지를 알아 그 손을 보면 꽉 깨물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나 말고도 대여섯 명이 걸렸습니다. 어항에 차례대로 손을 넣게 한 후 선생님은 한 사람씩 손가락 검사를 해 몇 명을 잡아냈습니다.
개구리가 잘못 알고 내 손가락을 깨물면 어떡하나, 개구리가 손가락을 깨물다니, 맹세코 나는 친구의 돈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그런 두려움에 손가락을 바닥까지 넣지 못했습니다. 그런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어항에 손을 넣는 척 하다가 얼른 빼내고 말았고, 그런 내 손에 먹물이 묻을 리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짐작해낸 일이지만 그때 어항 밑에 개구린 없었습니다. 어항 밑바닥에 먹물만 깔아놓고선 우리에게 개구리 이야기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다음날 잃어버린 줄 알았던 돈이 친구의 전과 책갈피에서 나와 누명은 벗었지만, 개구리 일로 마음에 남은 두려움과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어항은 작았지만 내겐 깊은 함정처럼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를 함정을 숨기고 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하는 것을 초등학교 5학년 그때 나는 개구리 함정을 통해 배운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