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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에서 소울메이트로

룸메이트에서 소울메이트로

by 운영자 2015.02.11

옛사람들은 모든 사람과의 만남을 귀히 여겨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말했습니다. 지나가다 잠깐 옷깃만 스치는 것도 우연이 아닌 인연이라 했으니, 얼마나 만남을 소중히 여겼는지를 충분히 짐작하게 됩니다.그 말에 비춰 오늘날의 만남을 생각해 보면 ‘옷깃만 스치는 인연’이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오랫동안 이어온 소중한 만남도 어느 날 바람처럼 종잇장처럼 가볍게 버리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부부의 인연을, 부모와 자식과의 인연을, 형제와 형제와의 인연을, 친구와 친구와의 인연을, 스승과 제자와의 인연을,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을 것 같은 귀중한 인연을 쉽게 접는 모습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세상을 떠날 때 돌이켜 보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일, 왜 그런 사소한 일에 그처럼 중한 것을 걸었을까 싶은 후회 어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재산 문제로 부모와 자식은 물론 형제와 형제의 소중한 관계가 깨어지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로 갈등을 빚어 사랑했던 사람이 등을 지기도 합니다.

만남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참 만남이고 다른 하나는 헛 만남인데, 아무리 오랫동안 만나도 서로의 비밀을 알지 못하면 헛 만남, 아무리 짧게 만났어도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될 때 참 만남이라는 것입니다.

서로의 내밀한 비밀을 알고 사랑하느냐가 참 만남과 헛 만남을 가르는 기준이라고 마음에 새깁니다.

참 만남과 헛 만남의 기준으로 우리 삶을 돌이켜 보면 과연 참 만남이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더 많은 만남 속에서 살아갈 수 있지만, 갈수록 우리의 만남이 가벼워지고 있는 건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룸메이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룸메이트(roommate)는 흔히 가족, 친척, 중요 타인이 아닌 사람과 한 방을 함께 쓰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방 짝, 방 친구, 동숙인(同宿人)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룸메이트의 형태에 따라 ‘룸셰어’(roomshare, 방 한 칸을 여러 명의 거주자가 이용하는 형태), ‘플랫셰어’(flatshare, 집합주택 한 채를 여러 명의 거주자가 이용하는 형태), ‘하우스셰어’(houseshare, 단독주택 한 채를 여러 명의 거주자가 이용하는 형태)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합니다. ‘룸메이트’와 함께 자주 쓰는 말이 ‘소울메이트’입니다.

소울메이트(soulmate)는 ‘영혼’(soul)이라는 말과 ‘동료’(mate)라는 말이 합해진 말로, 서로가 영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중요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소울메이트’를 직역을 하자면 영혼의 짝, 혹은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천생연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곧 설날 명절을 맞이하게 됩니다. 흩어져 지내던 가족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이게 되겠지요. 모처럼 한 방에서 몸을 맞대고 잠을 자게 될지도 모르고요.

밤이 늦도록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잘 몰랐던 서로의 사정을 들으며 따뜻하게 격려할 때 우리는 단순한 룸메이트가 아니라 소울메이트라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