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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엔 무서운 함정 있다

마라톤엔 무서운 함정 있다

by 운영자 2015.03.02

2004년 4월, 고양시 일산 호수마라톤대회가 끝난 직후 고양경찰서 소속 김모(45) 경사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숨졌다.한 달 뒤 창원에서도 건강 달리기 대회를 끝낸 이 모(56)씨가 역시 심장마비로 쓰러져 숨졌다. 2002년 6월 자메이카에서 열린 소규모 마라톤대회에서 무사히 마라톤을 마친 린드스트롬(Jim Lindstrom·59)이라는 미국인도 메달을 수여 받은 지 불과 몇 분 후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영국의학 전문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따르면, 중년 남성이 마라톤을 하고나서 심장마비로 죽을 확률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다.

14차례의 런던 마라톤대회와 25차례의 뉴욕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던 남성들의 사망률은 일반인들보다 무려 50배나 더 높았다. 왜 그럴까? 평소의 운동부족 때문일까? 아니면 준비운동 부족 때문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국제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대개 오랫동안운동을 해왔던 사람들이다.

미국 맥린병원(McLean Hospital)의 시젤(Arther Siegel)박사팀이 지난 1996년부터 5년간에 걸쳐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참가했던 중년 내과의 82명을 정밀 검사해 봤다.

그 결과 마라톤을 하고난 사람들은 모두 예외 없이 핵심적인 근육에 염증이 생기고, 혈액이 엉기는 증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장 자체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근육 염증과 응혈 현상은 도대체 왜 나타나는 것일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장시간 서로 앞 다퉈 뛰기 때문에 주요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근육에 부상이 생긴다.

근육 부상으로 근육에 염증이 생기고 근육 염증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혈액이 엉겨 붙게 된다. 엉긴 혈액이 혈관을 따라 심장으로 흘러 들어가면 심장 혈관이 막힌다. 심장 혈관이 막히면 자연히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시젤 박사의 설명이다.

평소 마라톤을 즐겼던 시젤 박사와 마라톤 동우회 의사들은 무리한 마라톤은 우리 몸에 영구적인 상처를 남기고, 몸을 노화시킨다고 경고한다. 심지어 그들은 더 이상 마라톤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고 있다.

미국 심장협회도 마라톤을 아무런 경쟁의식 없이 즐기는 것은 좋지만, 무리하면 자칫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마라톤은 선천적으로 폐활량이 풍부해 적성에 맞는 사람에겐 더 없이 좋은 운동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겐 무서운 함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