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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애와 갑질의 상관관계

겸애와 갑질의 상관관계

by 운영자 2015.03.10

우연히 중국 묵자(墨子)의 사상을 읽게 되었다. 묵자는 유가의 인애(仁愛)를 부정하고, 차별이 없는 겸애(兼愛)를 중시하였다.이기적인 사랑 대신 겸애를 주장함으로써 인간의 평등 관계를 주장한 것이다.

묵자의 사상은 중국에서 거의 이천여 년 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근래 들어 학자와 정치인들에 의해 그의 사상이 드러나고 있다.

묵자는 정치인이나 상층 계급에 의해 민중을 다스리는 것을 부정하였다. 상층민이든 하층민이든 대등한 관계로서 공평해야만 존엄이 가능하며, 세상은 평등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질서를 만들어 어떤 상층 계급을 존경하거나 두려워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묵자의 이 사상이 필자에게 어필된 것은 근래 들어 갑질을 행사하는 이들에게 경고된다고 생각되어서다.

시대착오적인 갑질 논란이 끊임없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은 왜일까? 그 옛날 묵자는 2300여 년 전에 평등을 내세웠건만 민주화된 현대에 특권층의 권리를 내세우는 이들은 두뇌에 무엇이 들어서일까? 스님으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봉건주의 노예제도를 그대로 주장하는 이에게는 사회적인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부터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중국의 유명한 역사가요, 문화가인 위치우위(余秋雨, 1946~ )의 글 속에서 발견한 내용이다. 위치우위는 상하이대 교수 출신으로 전 세계적인 작가이기도 하다.

수년 전, 상하이 박물관에서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진본을 전시하였는데, 위치우위는 그림을 보기 위해 그곳에 갔다.

참고로 청명상하도는 북송시대, 한림학사였던 장택단(張擇端)이 당시 수도였던 개봉(開封)의 청명절 풍경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중국 국보급 문물 가운데 하나일 정도라고 한다.

박물관에서 진본을 전시하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연일 장사진을 이루었다. 작가는 박물관 앞, 긴 행렬에서 전시실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던 차, 길게 늘어진 줄 뒤쪽에서 누군가 구순을 넘은 노인네와 말기 암 환자 두 사람이 있다는 말이 돌았다. 박물관 측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직원을 보내어 그분들을 찾아 제일 먼저 입장토록 배려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박물관 측에서 제의한 특권(?)을 거절하였다. 위대한 문물을 보기 위해서 공손한 마음으로 한참을 줄 서는 것 또한 당연하다는 것이 그들의 거절 이유이다. 또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공손한 마음을 지닐 기회도 별로 없으니 이렇게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앞의 이야기 하나로 중국인들이 다 공손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모범이 될 사람이라면 드러내는 것도 글을 쓰는 사람의 사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연령자라는 특권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구순의 노인, 암 환자라는 이유로 온당치 않은 특권을 누리지 않겠다는 그분들의 겸손과 공손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현 우리 사회는 나이를 내세우고, 직위를 내세우며, 외국인 노동자에게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오너라는 신분을 과시해 봉건적인 질서를 주장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묵자의 겸애와 인간 평등이 왜 주목받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