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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립거든

사람이 그립거든

by 운영자 2015.03.16

설레는 봄바람이 아롱이며 피어날 때 / 사람이 그립거든, 그대여 기차를 타라 / 보고픈 마음 하나로 모든 것 용서하며 // 금빛햇살 타고 오는 대자연의 향연 속에 / 빛 부신 날개 펴고 불꽃처럼 비상할 때 / 믿으며 깨달아가며 가쁜 생을 껴안으며 / 등불 켜듯 환하게 너를 켜는 유리창 밖 / 초록빛 어린 왕자 그 숨결이 다가 온다 / 바람은 낮은 곳으로 휘파람을 불며 가고 - 졸시, 「사람이 그립거든」 전문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면 알 듯 모를 듯 초록색이 세상을 감싸고 있다. 봄기운이 감도는 초록 3월, 아지랑이 끼는 먼 산을 보면 보라색인 듯도 하고 초록색인 듯도 한 빛깔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박목월의 ‘청노루’란 시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운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 가는 열 두 굽이를, / 청 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이 시는 요즘 보이는 산의 모습 같다. 보라색 구름을 머금고 있는 듯한 산의 모습….

가까이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면 시꺼멓게 물이 오르고 있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새로 잎을 피우기 위해 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나무들, 그래서 있는 힘껏 물을 빨아들이고 그렇게 물이 꽉 차 있는 나무 둥치의 모습이 검게 보이기도 한다.

나무마다 잎을 피울 준비를 하고 뾰족뾰족 새싹이 트는 모습, 얼마나 신비로운가. 두꺼운 표피를 뚫고 나오는 연역한 새싹을 보면 생명의 신비가 새삼 느껴진다. 어떻게 저렇게 여린 잎이 두꺼운 표피를 뚫을 수 있었을까? 안에서 미는 힘과 밖으로 나가려는 새순의 힘이 합쳐져서 결국은 두꺼운 표피를 밀어내고 싹이 트는 이치일 것이다. 생명의 탄생, 봄의 환희! 해마다 눈부시고 아름답다!

이렇게 봄빛이 충만한 날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우리 몸, 우리 마음에서도 밖으로 향하는 그 무엇이 있어 피어오르고 싶고, 튀어나가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일까? 그래서 봄이 오면 처녀들도 마음이 설레, 집에 있질 못하고 바구니 옆에 끼고 들로 산으로 나물을 뜯으러 가나보다.

처녀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모두 산으로 들로 나가 봄이 오는 모습을 직접 듣고, 보고, 느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이런 봄날엔 기차를 타고 느긋하게 여행을 떠나고 싶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우리민족의 근원이라고도 하는 바이칼 호수까지 구경 가고 싶다.

‘시베리아의 진주’, 또는 ‘시베리아의 파란 눈동자’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바이칼은 가로 636킬로미터, 폭 20-80킬로미터, 둘레는 2000킬로미터나 되며 한반도의 3분의 1, 경상남북도를 합한 크기라 한다.

깊이가 1639미터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이며 전 세계 담수의 20%가 모인 세계 최대의 호수이다.

세계 유일의 민물 물개가 살고 있고, 세계 제일의 청정 호수라는 명성을 지닌 바이칼 호수는 40미터 깊이에서 지름이 40센티미터인 쟁반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바이칼 주변을 달리는 기차를 타고 바이칼 호수의 해 돋는 장관이 보고 싶다.

아니 먼 바이칼은 못 가더라도 우리나라 정동진에라도 가고 싶다. 이 별 저 별 자유롭게 여행하는 어린왕자처럼 이 봄엔 여행을 떠나고 싶다. 기차여행에의 향수…. 이 봄에 더욱 짙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