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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물로 보면 안 돼

물을 물로 보면 안 돼

by 운영자 2015.03.20

‘고고학의 보물’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를 최근 다시 찾았다. 발굴 작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출입통제구역이 여러 곳이다.2000년 전 고대도시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전, 개선문, 공연장, 빵집, 우물, 공중목욕탕 등이 잘 보전돼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집집마다 상수도 시설이 설치됐고 주택가 곳곳에 수도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공동우물도 대리석 사각형에 수도꼭지가 달린 조각상 등 견고하고 정교하다.

폼페이가 화산재로 묻힌 서기 79년이면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초기로 기틀을 다지던 시절이다. 몇 해 전 광주에서 발견된 백제시대 우물은 목재를 사각형으로 짜서 만든 전형적인 우물 정(井)자형 목조우물로 폼페이 석조우물과 비교된다.

공중목욕탕은 현대시설 못지않게 과학적이고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다. 열탕은 대리석으로 만든 탕 아래에서 불을 지펴 가열한다. 목욕탕의 벽은 가운데 공간을 두어 열기가 스며들어 실내를 훈훈하게 덥혀준다.

천장은 돔 형태로 물방울이 벽의 홈을 타고 흘러내려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채광창은 조명 구실을 한다. 달군 숯불에 물을 조금씩 끼얹으면 발생하는 수증기를 이용해 사우나를 즐겼다.

아로마 오일을 발라 각질을 벗겨내는 때밀이를 한 시설도 고스란히 남아 고대 로마의 목욕문화를 짐작하게 한다. 사용한 물은 근처 공중화장실로 흘러가도록 하수시설까지 신경 썼다.

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편리하게 이용했지만 헤프게 쓴 것만은 틀림없다.

평소 물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다가도 해외여행지에서 생수를 사 마실 때 우리나라에서는 수돗물을 마셔도 되니 얼마나 고마운지 깨닫게 된다.

노동과 운동으로 비지땀을 흘리고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킨 뒤 “아, 시원하다! 이제 살 것 같네!” 감탄사를 연발할 때 물의 소중함을 느낀다.

오뉴월 뙤약볕에 가뭄으로 논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벼 포기가 타들어 가봐야 물이 귀한 줄 안다. 물이 흔할 때는 물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강과 계곡이 많은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가 될 줄은 몰랐다.

아직도 물 부족 국가인지조차 모른 채 펑펑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대중목욕탕에 가보면 안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가 잦고, 세계 인구 증가로 물 이용량이 늘고,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수질 오염 가속화로 물 부족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 뻔하다.

22일은 UN이 제정한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이다. 올해는 ‘물의 올림픽’이라는 제7회 ‘세계 물 포럼’이 내달 12일 대구와 경주에서 열리는 만큼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이번 행사에는 각국 정상을 비롯해 170여 개국에서 3만5000여 명이 참가하여 물 관련 최신기술·정보 공유와 활성화, 선진국과 후진국의 기술격차 해소, 물 문제에 관한 지역별 이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 물 포럼 개최를 계기로 대구시가 ‘물 산업 클러스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니 안정된 물 자원 확보와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 물 산업의 세계화를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평소 물을 물로 보지 말고 소중한 자원으로 생각하고 아껴 쓰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