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단상(斷想)
5월 단상(斷想)
by 운영자 2015.05.19
계절의 여왕 5월! 철쭉이 지는가 했더니 배추 빛 연녹색 수풀이며, 호사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모란꽃도 눈부시다.배고픈 시절 누군가가 이름 붙였을 이팝나무의 하얀 꽃봉오리도 시리게 아름답다. 가로수들도 푸른 이파리들을 한껏 자랑하며 하루가 다르게 그늘을 만들고 있다.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 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 /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 암컷이라 쫓길 뿐 / 수놈이라 쫓을 뿐 /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 /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우리 현대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랑 김윤식님의 ‘오월’이라는 시다. 김영랑의 ‘오월’은 언제 읽어도 청량한 느낌이다. 밭이랑 사이로 바람에 흔들리는 보릿대는 수줍은 시골처녀의 허리 같다. 하지만 봄날이 마냥 새뜻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드는 ‘찬란한 슬픔의 봄’이 되기도 한다. 긴 겨울 동안 수확이 없어 배고픈 ‘보릿고개’가 이때요, 이팝나무 꽃 필 무렵엔 딸네 집에도 안 간다는 춘궁기(春窮期)가 바로 이 시기다.
우울증이 많은 달도 5월이라고 한다. 봄 분위기가 무르익는 시기에 왜 그럴까 싶은데, 상대적 박탈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파업에서 메이데이(노동절)가 유래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5·16과 5·17, 5·18로 이어진 우리현대사의 변곡점이었던 역사적 사건들도 5월에 일어났다. 참 아이러니하다.
특히 올해 5월은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이 모두 5번이나 들어 있다. 이런 경우는 무려 823년마다 돌아오는 매우 희귀한 달이라고 한다. 그만큼 뜻 깊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달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가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산업화, 도시화로 우리의 삶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치열해 지면서 안주만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찾아오는 아침을 느긋하게 앉아 온전히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스마트 폰을 뒤지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생계와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는 바로 가정이다. 가정은 가족의 의식주가 안전하게 해결되고, 가족 내의 문제를 공유하면서 열린 대화가 가능하며, 나아가 건전한 민주시민의식을 체득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가정은 어떠한가. 온 가족이 얼굴 맞대고 한 끼의 식사도 여유롭게 할 수 없고, 오로지 집은 낮 동안 지친 심신을 쉬어 가는 곳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렸다.
핵가족화로 부모를 부양하려 하지 않고, 자녀의 양육과 돌봄은 보육시설이 도맡아 하다 보니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도 야기되었다.
더 큰 걱정은 우리사회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계속 늘어나는데, 출산율은 저하되어 인구의 균형이 급격히 무너져 가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오는 2026년이면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국민의 20%를 초과하여 ‘초 고령화 사회’가 된다고 한다.
10년 전만 해도 8명의 청년이 한사람의 노인을 부양하면 되었는데 앞으로 5년 후에는 4.6명, 35년 후에는 1.4명이 노인 한사람을 부양해야 한다.
또 남녀성비 불균형으로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단일민족의 개념이 희박해져 머지않아 우리의 민족의식은 변환기를 맞게 될 것이다. 가정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가족형태를 출현시키고 있다.
딩크족, 싱글맘, 조손가족,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족, 재혼가족, 독거노인가족, 다문화가족 등 외에 또 다른 가족형태가 계속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가족관계의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고 붕괴되어 가는 가정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특단의 국가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정공동체는 국가존립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한나라 한백유의 어머니가 아들 백유를 때렸다. 평소에 매를 맞아도 우는 일이 없던 아들이 슬피 울고 있었다. 어머니가 이상하게 생각해 그 이유를 묻자 백유가 대답했다.
“그 전에 어머님이 때리시면 매우 아프더니 이젠 아프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어머님 기력이 쇠하셨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울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5월, 잠깐만이라도 부모님과 가족을 생각하며 가슴을 여미어 보는 건 어떨까?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 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 /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 암컷이라 쫓길 뿐 / 수놈이라 쫓을 뿐 /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 /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우리 현대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랑 김윤식님의 ‘오월’이라는 시다. 김영랑의 ‘오월’은 언제 읽어도 청량한 느낌이다. 밭이랑 사이로 바람에 흔들리는 보릿대는 수줍은 시골처녀의 허리 같다. 하지만 봄날이 마냥 새뜻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드는 ‘찬란한 슬픔의 봄’이 되기도 한다. 긴 겨울 동안 수확이 없어 배고픈 ‘보릿고개’가 이때요, 이팝나무 꽃 필 무렵엔 딸네 집에도 안 간다는 춘궁기(春窮期)가 바로 이 시기다.
우울증이 많은 달도 5월이라고 한다. 봄 분위기가 무르익는 시기에 왜 그럴까 싶은데, 상대적 박탈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파업에서 메이데이(노동절)가 유래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5·16과 5·17, 5·18로 이어진 우리현대사의 변곡점이었던 역사적 사건들도 5월에 일어났다. 참 아이러니하다.
특히 올해 5월은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이 모두 5번이나 들어 있다. 이런 경우는 무려 823년마다 돌아오는 매우 희귀한 달이라고 한다. 그만큼 뜻 깊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달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가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산업화, 도시화로 우리의 삶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치열해 지면서 안주만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찾아오는 아침을 느긋하게 앉아 온전히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스마트 폰을 뒤지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생계와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는 바로 가정이다. 가정은 가족의 의식주가 안전하게 해결되고, 가족 내의 문제를 공유하면서 열린 대화가 가능하며, 나아가 건전한 민주시민의식을 체득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가정은 어떠한가. 온 가족이 얼굴 맞대고 한 끼의 식사도 여유롭게 할 수 없고, 오로지 집은 낮 동안 지친 심신을 쉬어 가는 곳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렸다.
핵가족화로 부모를 부양하려 하지 않고, 자녀의 양육과 돌봄은 보육시설이 도맡아 하다 보니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도 야기되었다.
더 큰 걱정은 우리사회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계속 늘어나는데, 출산율은 저하되어 인구의 균형이 급격히 무너져 가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오는 2026년이면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국민의 20%를 초과하여 ‘초 고령화 사회’가 된다고 한다.
10년 전만 해도 8명의 청년이 한사람의 노인을 부양하면 되었는데 앞으로 5년 후에는 4.6명, 35년 후에는 1.4명이 노인 한사람을 부양해야 한다.
또 남녀성비 불균형으로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단일민족의 개념이 희박해져 머지않아 우리의 민족의식은 변환기를 맞게 될 것이다. 가정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가족형태를 출현시키고 있다.
딩크족, 싱글맘, 조손가족,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족, 재혼가족, 독거노인가족, 다문화가족 등 외에 또 다른 가족형태가 계속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가족관계의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고 붕괴되어 가는 가정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특단의 국가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정공동체는 국가존립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한나라 한백유의 어머니가 아들 백유를 때렸다. 평소에 매를 맞아도 우는 일이 없던 아들이 슬피 울고 있었다. 어머니가 이상하게 생각해 그 이유를 묻자 백유가 대답했다.
“그 전에 어머님이 때리시면 매우 아프더니 이젠 아프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어머님 기력이 쇠하셨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울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5월, 잠깐만이라도 부모님과 가족을 생각하며 가슴을 여미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