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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폭탄, 공수표?

예산폭탄, 공수표?

by 운영자 2014.11.19

순천·곡성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예산조정소위 위원으로 내정됐다가 최종 강원도 몫의 김진태 의원으로 교체되면서 탈락했다.새누리당 예산조정 소위는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충청, 인천, 경기, 강원에 각 1명씩 8명이 배정되었다.

영남에 네 명이 배치되었지만 호남은 한 명도 들어가지 못해 새누리당의 호남예산 챙기기 발언은 공염불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6년 만에 전남에서 당선될 때 약속했던 공약이 꼭 지켜져야 한다’라고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런 의지가 있었다면 당연히 계수조정소위원에 포함시키거나 한 발 나아가 예결위 간사를 맡겼어야 한다.

국회에서 예산을 가장 잘 챙길 수 있는 위치는 예결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 세 사람이다. 예산 최종 합의는 이 세 사람이 합의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예산조정소위 15명의 위원이다. 국회에서 예산을 챙기는 것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와서 심의가 시작되면 각자 지역예산을 챙기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최종 각축장이 예산조정소위와 비공개로 진행되는 위원장과 여야 간사 세 사람의 협의이다.

예산은 현실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각자 자기 지역 예산 이외에 다른 지역 예산을 챙기기 위한 여유는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하더라도 작은 콩고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정현 의원 본인이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예산조정소위에 들어가려 한 것이고, 탈락된 후‘이제 막 재·보선으로 들어왔으니 내년에 기회가 올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자위를 한 것이다.

지난 7.30 보궐선거에서 이정현 후보는 “‘예산 폭탄’으로 지역발전을 10년 이상 앞당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유권자는 ‘속는 셈 치고 2년만 써먹어보자’는 화답으로 그를 당선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믿은 것이다.

지역민이 이해하는 이정현 의원의 예산폭탄은 200~300억 이하의 수준이 아니다. 지역경제를 10년 이상 앞당기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정책사업을 지역에 끌고 내려올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아마 ‘몇 천억 또는 못해도 천억에 근접하는 수준’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산폭탄 공약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연히 새누리당에서 배려할 줄 알았는데 예산조정소위에서 탈락된 것이다.

게다가 예산폭탄을 내리려면 그에 맞는 사업이 있어야 할 텐데 아직까지 이정현 의원이 예산폭탄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사업을 추진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정현 의원의 예산조정소위 탈락을 접하는 지역민의 심사는 편치가 않다. 게다가 탈락 직후 이정현 의원의 발언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당황스럽다는 말 외에 할 말이 없다’, ‘예산소위 복도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호남 예산을 지킬 것’, ‘삭감은 절대 막아낼 것’, ‘강원도 의원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고, 호남은 내년에도 기회가 있을 것’ 등을 발언했다.

‘2년만 써먹어 보라’고 애타게 호소했던 선거 당시와 온도차가 너무 난다. 새누리당을 이해하고 강원도 의원들을 이해한다는 식의 한가한 발언은 큰 실망이다. 호남예산을 지키겠다는 발언도 매우 못마땅하다.

호남에 정부가 편성한 예산 이외의 예산폭탄을 끌고 올 것을 기대하는 지역민에게 호남예산 삭감은 막겠다는 발언은 얼마나 뚱딴지같은 발언인가.

그래도 지역민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소형 예산폭탄이라도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동안 이정현 의원이 보여준 진정성을 믿기 때문이다.

이정현 의원 몫으로 국회에서 얼마나 새로운 지역 예산이 포함되었는지 지역민은 매우 관심 있게 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성적표와 함께 예산폭탄 공약에 대한 입장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