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더 이상 잔인한 달이어서는 안 된다
4월, 더 이상 잔인한 달이어서는 안 된다
by 운영자 2015.04.14
미국에서 태어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T.S 엘리엇의 장편 서사시 ‘황무지’의 첫 장 ‘죽은 자의 매장’에 나오는 맨 처음 구절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시작한다.<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시인이 이 시를 쓸 때는 전 세계가 1차 세계대전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되었던 시기다. 전쟁의 참화로 사람의 가치관도 상실되고 정신적 파멸상태나 다름없었다. 세상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황무지 그 자체였던 것이다.
폐허와 정신적 파멸의 황무지에서 찬란한 계절인 봄에 죽은 목숨을 ‘라일락’으로 생명을 이어간다.
시인은 그 절망 속에서도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로 봄비를 깨우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잔인한 4월’은 역설적인 표현이며, 황무지에서 움트는 생명력, 봄의 생동감을 감동에 겨워 노래한 것이다.
우리 현대사의 참극인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며칠 앞으로 다가 왔다. 지난 1년 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보냈다.
정부는 참사 1주기를 의식한 듯 지난 4월 1일 서둘러 희생자들에 대한 배·보상 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틀 전인 3월 30일부터 세월호 특위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에 문제를 제기하며 업무를 잠정 중단했고, 유가족들은 농성에 돌입한 상태였다.
이처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특위와 유가족의 목소리가 높아진 시점에 정부가 배·보상 기준을 발표하자 발표 시기의 적절성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정부의 배·보상 기준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오전 6시에 배포한 자료에는 단원고 학생에겐 1인당 4억 2천만 원, 교사에겐 7억 6천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당일 10시 30분에 발표한 자료에는 단원고 학생과 교사의 총 수령액이 각각 1인당 8억 2천만 원, 11억 4천만 원으로 늘어났다.
불과 4시간여 만에 보상액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이유는 애초 자료에는 빠져 있던 위로지원금 추정액과 보험금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로지원금과 보험금은 정부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위로지원금은 국민성금이니까 모금단체가, 보험금은 보험사가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자신들의 권한도 아닌 내용까지 뒤늦게 포함시켜 배·보상액을 부풀려 놓은 셈이다.
이처럼 세월호 특위 출범에 찬물을 끼얹는가 하면, 특위 파행 논란이 있는 시기에 금액을 부풀려 배·보상금 기준을 발표하고, 이도 모자라 생계지원비라는 ‘돈타령’을 이어간 정부의 행태에 유족들은 물론,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기술적으로 가능할 경우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국민여론을 반영해 원인규명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진일보한 것이다.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희생자 중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떠난 길이 마지막 길이 돼 버렸다. 그 죽음이 당사자들의 잘못이 아니라 어른들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이 모든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사고를 당한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에서 학생들의 다수는 어른들이 ‘못 구한 것’이 아니라 ‘안 구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하지 않은 것’이 진실이 아닐지라도 이들은 그렇게 이해하고 믿고 있는 것이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말처럼 2015년의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가슴속에 멍에를 드리운 채 너무나도 아픈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희생자들의 영혼에 부끄럽지 않는 속 시원한 해결책과 재발방지대책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4월은 더 이상 잔인한 달이 아니다. 죽음에서 생명이 움트는 소생하는 달이다. 우리나라 전통 24절기 중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은 겨울 추위가 물러가기 전인 2월에 들어 있어 단지 봄을 예고하는 절기일 뿐, 진짜 봄기운은 4월에 만끽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의 차남 정학유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농가월령가의 3월령(양력으로는 4월)을 보면 4월을 희망과 사랑과 근면이 넘치는 계절로 표현하고 있다.
“봄날이 따뜻해져 만물이 생동하니 온갖 꽃 피어나고 새소리 갖가지라. 대청 앞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꽃밭에 범나비는 분주히 날고 기니, 벌레도 때를 만나 즐거워함이 사랑스럽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청명이니 곡우니 하는 절기의 이름처럼 맑고, 밝고, 봄비가 잘 내린다는 절기를 4월에 두고 기념했다. 이처럼 4월은 본래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는 생동감 넘치는 계절이다. 이 생동감을 우리 선조들은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만물이 소생하는 찬란한 이 봄에 대한민국이 어둠의 질곡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 좌절과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서 희망의 4월을 노래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시인이 이 시를 쓸 때는 전 세계가 1차 세계대전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되었던 시기다. 전쟁의 참화로 사람의 가치관도 상실되고 정신적 파멸상태나 다름없었다. 세상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황무지 그 자체였던 것이다.
폐허와 정신적 파멸의 황무지에서 찬란한 계절인 봄에 죽은 목숨을 ‘라일락’으로 생명을 이어간다.
시인은 그 절망 속에서도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로 봄비를 깨우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잔인한 4월’은 역설적인 표현이며, 황무지에서 움트는 생명력, 봄의 생동감을 감동에 겨워 노래한 것이다.
우리 현대사의 참극인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며칠 앞으로 다가 왔다. 지난 1년 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보냈다.
정부는 참사 1주기를 의식한 듯 지난 4월 1일 서둘러 희생자들에 대한 배·보상 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틀 전인 3월 30일부터 세월호 특위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에 문제를 제기하며 업무를 잠정 중단했고, 유가족들은 농성에 돌입한 상태였다.
이처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특위와 유가족의 목소리가 높아진 시점에 정부가 배·보상 기준을 발표하자 발표 시기의 적절성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정부의 배·보상 기준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오전 6시에 배포한 자료에는 단원고 학생에겐 1인당 4억 2천만 원, 교사에겐 7억 6천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당일 10시 30분에 발표한 자료에는 단원고 학생과 교사의 총 수령액이 각각 1인당 8억 2천만 원, 11억 4천만 원으로 늘어났다.
불과 4시간여 만에 보상액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이유는 애초 자료에는 빠져 있던 위로지원금 추정액과 보험금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로지원금과 보험금은 정부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위로지원금은 국민성금이니까 모금단체가, 보험금은 보험사가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자신들의 권한도 아닌 내용까지 뒤늦게 포함시켜 배·보상액을 부풀려 놓은 셈이다.
이처럼 세월호 특위 출범에 찬물을 끼얹는가 하면, 특위 파행 논란이 있는 시기에 금액을 부풀려 배·보상금 기준을 발표하고, 이도 모자라 생계지원비라는 ‘돈타령’을 이어간 정부의 행태에 유족들은 물론,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기술적으로 가능할 경우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국민여론을 반영해 원인규명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진일보한 것이다.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희생자 중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떠난 길이 마지막 길이 돼 버렸다. 그 죽음이 당사자들의 잘못이 아니라 어른들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이 모든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사고를 당한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에서 학생들의 다수는 어른들이 ‘못 구한 것’이 아니라 ‘안 구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하지 않은 것’이 진실이 아닐지라도 이들은 그렇게 이해하고 믿고 있는 것이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말처럼 2015년의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가슴속에 멍에를 드리운 채 너무나도 아픈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희생자들의 영혼에 부끄럽지 않는 속 시원한 해결책과 재발방지대책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4월은 더 이상 잔인한 달이 아니다. 죽음에서 생명이 움트는 소생하는 달이다. 우리나라 전통 24절기 중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은 겨울 추위가 물러가기 전인 2월에 들어 있어 단지 봄을 예고하는 절기일 뿐, 진짜 봄기운은 4월에 만끽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의 차남 정학유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농가월령가의 3월령(양력으로는 4월)을 보면 4월을 희망과 사랑과 근면이 넘치는 계절로 표현하고 있다.
“봄날이 따뜻해져 만물이 생동하니 온갖 꽃 피어나고 새소리 갖가지라. 대청 앞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꽃밭에 범나비는 분주히 날고 기니, 벌레도 때를 만나 즐거워함이 사랑스럽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청명이니 곡우니 하는 절기의 이름처럼 맑고, 밝고, 봄비가 잘 내린다는 절기를 4월에 두고 기념했다. 이처럼 4월은 본래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는 생동감 넘치는 계절이다. 이 생동감을 우리 선조들은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만물이 소생하는 찬란한 이 봄에 대한민국이 어둠의 질곡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 좌절과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서 희망의 4월을 노래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