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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의 순천만 이야기 ⑫ - “내가 순천만 꼭 온다고 했지유.”

황선미의 순천만 이야기 ⑫ - “내가 순천만 꼭 온다고 했지유.”

by 운영자 2015.09.11

지난 9일 가로림만(충남 서산) 어민들이 꼬박 4시간 30분을 달려 순천만 거차뻘배체험장에 도착했다.버스에서 가장 먼저 내린 박정섭 어촌계장이 던진 인사말이다. 박 계장과의 인연은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6월 충남 공주에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와 CBD한국시민네트워크에서 공동 주최한‘생물다양성협약이행과 생물다양성 주류화 전략 워크숍’이 개최됐다.

워크숍의 한 섹션에서 주민, 시민단체, 지자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박 계장은 가로림 조력발전사업 추진과정을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 했다.

박 계장의 말에 따르면 조력발전사업 찬반논란으로 마을 주민들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으며, 이 사업이 한시적으로 종결되었지만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기간이 5년 연장됨에 따라 언제든지 대규모 개발사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대규모 개발사업으로부터 안전하게 바다를 지키고 지속적인 어업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마련을 위해 해양보호구역지정을 논의하였지만 한번 갈라진 주민들의 마음을 추스르기엔 역부족이라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더 큰 문제는 주민들이 바다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극히 꺼려하며 어느 누구의 이야기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가로림만 주민들이 습지보호지역이나 해양보호구역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지역의 어촌계장들과의 면담을 원한다는 전갈을 받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가로림만 어민들은 관련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함께 순천만 거차뻘배체험장을 찾았다.

순천만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점심을 나눈 후 참나무 그늘아래 빙 둘러 앉아 현장 간담회가 시작되었다.

간담회 후 가로림만 어민들은 습지보호지역 제도가 생태계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통해 지역발전을 모색하는 통합적인 보호정책이라는 사실과 그동안 주민들이 해오고 있는 영농행위와 지역주민의 어업활동은 계속 가능하고 대규모 개발사업으로부터 효과적인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장치라는데 공감했다.

가로림만은 경기만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중급 규모의 만으로 149종의 대형저서동물, 10종 이상의 보호 조류, 점박이 물범, 잘피류가 서식하는 중요한 생태권역이다.

이번 현장 간담회를 통해 순천만에서 발견한 습지보호지역 지정으로 인한 새로운 미래가치 창출 비전이 희망의 씨앗이 되어 서해를 따라 가로림만 전 지역까지 전파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