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인레호수여
아듀, 인레호수여
by 운영자 2017.09.21
“밍글라-바-!”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남정네를 향해 그들의 말로 인사를 건넨다. 그가 일손을 놓고 잠시 우리를 향해 다정히 손을 흔들어준다. 싱긋, 한 줄기 웃음도 잊지 않고.?우리를 태우고 가는 모터보트가 또 한 척의 고기잡이 배 근처에서 속력을 늦춘다. 우리는 잘 아는 이웃을 만난 듯 반가움의 인사를 보낸다.
그물을 걷던 어부가 우리를 위해 일어선다. 인터넷에서 보던 커다란 그물 통발을 한 손으로 일으켜 세우고 또 한 손으론 노련한 외다리 노 젓기 자세를 보여준다.
“쩨주띤바대!” 우리는 그를 향해 고마워요!를 외치며 두 팔을 흔든다.
사내는 우리가 무얼 보고 싶어 하는지, 우리가 무얼 보고 싶어 여기까지 왔는지를 잘 아는 듯하다.
그들은 사려 깊고 나그네를 존중한다. 가끔 수상농장 ‘쭌묘’에서 만나는 이들도 서툰 나그네의 인사에 인색하지 않다. 이 모두 인레호수가 만들어내는 넉넉함 때문이지 싶다.
샨 주의 아름다운 산정호수 인레는 미얀마가 숨기고 있는 보석이다. 우리가 본디 가지고 있었으나 이미 잃어버린 따뜻한 인정을 인레는 지니고 있다.
해발 875미터에 위치한 이 호수는 남북 길이가 22킬로미터, 동서가 11킬로미터. 거기엔 17개나 되는 수상 마을이 있고, 쭌묘에서는 오이, 토마토, 고추. 토란 등의 작물을 농약 없이 키운다.
만달레이에서 프로펠러비행기를 타고 혜호에 도착한 건 오전 10시. 호수 인근 낭쉐마을에 짐을 풀고 점심 식사 후 보트를 빌려 인레호수에 닿았을 때는 오후 2시. 인따족이 사는 수상가옥, 다섯 분의 살아있는 부처가 있다는 파웅도우 사원, 그리고 인떼 유적지.
이들 지역을 모터보트로 서둘러 돌아본 뒤 일정에 없이 찾아든 곳이 있다. 한적한 물가 마을 마잉따욱이다. 보트가 그 마을을 찾아들었을 땐 마을의 금빛 파고다가 일몰 직전의 석양을 받으며 나무숲 사이에서 번쩍이고 있었다.
우리는 찾아간 목조다리에 올랐다. 만달레이에서 걸어본 우뻬인다리에 비할 바 아니지만 정감 있는 다리다.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고즈넉하다. 저녁 무렵의 마을 소년들과 첫아기를 안고 나온 18살 어린 부부와 함께 일몰을 향하여 난 긴 목조다리를 걷는다.
부레옥잠 꽃이 한창 피는 그 꽃 너머 레스토랑에서 자줏빛 옷을 입은 아가씨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이국의 낯선 길을 걸으면서도 마치 고향의 둑방길을 걷는 듯 마음이 편안하다.
가끔씩 만나는 마잉따욱 소년들이 저희들의 모국어로 말하듯 ‘안녕하세요’, ‘반가워요’라고 인사해줄 때는 정말이지 고향에 들어선 기분이다. 그들이 보내주는 정다운 인사와 꽃잎 같은 웃음과 인레호수의 선선한 저녁 바람과 호수를 물들이는 금빛 노을…….
여행이란 별천지를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닐까.
어스름이 깊어갈 쯤 우리는 돌아섰다. 물가 마을에 하나둘 불이 켜지고 금빛 파고다가 천천히 보랏빛으로 기운다. 보트를 타고 마잉따욱 마을을 떠나올 땐 갈 때 보이던 고깃배들도 다 떠나고 없다.
숙소 근처 선착장에 도착하여 보트에서 내릴 때다. 공무로 동승한, 내 뒷자리에 앉았던 빨간 외투의 숙녀가 내게 풀꽃 한 모숨을 건넨다.
이 나라 어디서나 보는 흔한, 고추꽃을 닮은 꽃이다. 코에 댄다. 그녀가 보내주는 미소처럼 은은히 향기가 돈다. 아듀, 인레여!
그물을 걷던 어부가 우리를 위해 일어선다. 인터넷에서 보던 커다란 그물 통발을 한 손으로 일으켜 세우고 또 한 손으론 노련한 외다리 노 젓기 자세를 보여준다.
“쩨주띤바대!” 우리는 그를 향해 고마워요!를 외치며 두 팔을 흔든다.
사내는 우리가 무얼 보고 싶어 하는지, 우리가 무얼 보고 싶어 여기까지 왔는지를 잘 아는 듯하다.
그들은 사려 깊고 나그네를 존중한다. 가끔 수상농장 ‘쭌묘’에서 만나는 이들도 서툰 나그네의 인사에 인색하지 않다. 이 모두 인레호수가 만들어내는 넉넉함 때문이지 싶다.
샨 주의 아름다운 산정호수 인레는 미얀마가 숨기고 있는 보석이다. 우리가 본디 가지고 있었으나 이미 잃어버린 따뜻한 인정을 인레는 지니고 있다.
해발 875미터에 위치한 이 호수는 남북 길이가 22킬로미터, 동서가 11킬로미터. 거기엔 17개나 되는 수상 마을이 있고, 쭌묘에서는 오이, 토마토, 고추. 토란 등의 작물을 농약 없이 키운다.
만달레이에서 프로펠러비행기를 타고 혜호에 도착한 건 오전 10시. 호수 인근 낭쉐마을에 짐을 풀고 점심 식사 후 보트를 빌려 인레호수에 닿았을 때는 오후 2시. 인따족이 사는 수상가옥, 다섯 분의 살아있는 부처가 있다는 파웅도우 사원, 그리고 인떼 유적지.
이들 지역을 모터보트로 서둘러 돌아본 뒤 일정에 없이 찾아든 곳이 있다. 한적한 물가 마을 마잉따욱이다. 보트가 그 마을을 찾아들었을 땐 마을의 금빛 파고다가 일몰 직전의 석양을 받으며 나무숲 사이에서 번쩍이고 있었다.
우리는 찾아간 목조다리에 올랐다. 만달레이에서 걸어본 우뻬인다리에 비할 바 아니지만 정감 있는 다리다.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고즈넉하다. 저녁 무렵의 마을 소년들과 첫아기를 안고 나온 18살 어린 부부와 함께 일몰을 향하여 난 긴 목조다리를 걷는다.
부레옥잠 꽃이 한창 피는 그 꽃 너머 레스토랑에서 자줏빛 옷을 입은 아가씨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이국의 낯선 길을 걸으면서도 마치 고향의 둑방길을 걷는 듯 마음이 편안하다.
가끔씩 만나는 마잉따욱 소년들이 저희들의 모국어로 말하듯 ‘안녕하세요’, ‘반가워요’라고 인사해줄 때는 정말이지 고향에 들어선 기분이다. 그들이 보내주는 정다운 인사와 꽃잎 같은 웃음과 인레호수의 선선한 저녁 바람과 호수를 물들이는 금빛 노을…….
여행이란 별천지를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닐까.
어스름이 깊어갈 쯤 우리는 돌아섰다. 물가 마을에 하나둘 불이 켜지고 금빛 파고다가 천천히 보랏빛으로 기운다. 보트를 타고 마잉따욱 마을을 떠나올 땐 갈 때 보이던 고깃배들도 다 떠나고 없다.
숙소 근처 선착장에 도착하여 보트에서 내릴 때다. 공무로 동승한, 내 뒷자리에 앉았던 빨간 외투의 숙녀가 내게 풀꽃 한 모숨을 건넨다.
이 나라 어디서나 보는 흔한, 고추꽃을 닮은 꽃이다. 코에 댄다. 그녀가 보내주는 미소처럼 은은히 향기가 돈다. 아듀, 인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