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새끼 참새를 놓아주며

새끼 참새를 놓아주며

by 한희철 목사 2018.08.16

염소 뿔도 녹일 것 같은 무더위가 이어지던 한낮, 책상에 앉아 원고를 쓰고 있을 때였습니다.갑자기 어디선가 타닥타닥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타자기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였습니다.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는 신기한 소리였습니다. 방에는 나밖에는 아무도 없는데 대체 무슨 소리일까, 잠깐 손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이겠습니까? 어디서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 맞은편 창문 위로 참새 한 마리가 부지런히 잰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벽 위쪽 부분에 가로로 긴 창을 만들고, 창 앞으로는 턱을 만들었는데, 참새는 그곳을 부지런히 오고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리 가 보아도 출구가 없고 저리 가 보아도 출구가 없고, 창문 밖으로는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 어디에도 밖으로 나갈 출구가 없으니 참새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쉬지 않고 잰걸음을 옮기는 참새가 안쓰러웠습니다.

‘네가 어떻게 여길 다 들어왔니? 그나저나 잠깐만 참아보렴. 쓰던 글 다 쓰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자꾸나.’ 다급했을 참새에게는 미안했지만 나는 잠시라도 참새와 같은 방에 있는 것이 재미있었고, 모르는 척 그 상황을 조금 더 즐기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오가도 빠져나갈 틈은 보이지를 않고, 책상에 앉은 한 사람은 도와줄 생각도 없이 자기 일이나 계속하니 참새로서는 기가 막혔던지 이번에는 짹짹 소리를 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참새의 마음이 읽히는 듯도 싶어 픽하고 웃음이 났지만, 모르는 척 원고작업을 이어갔고요.

그러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책상 오른쪽 창문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습니다. 보니 맞은편 창 위쪽에서 바삐 걸음을 옮기던 참새가 책상 오른쪽 창문으로 날아와 퍼덕거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참새는 마치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무슨 사람이 그래요, 나는 출구를 찾지 못해서 이러다간 죽을 것만 같아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당신은 어찌 가만히 앉아서 자판만 두드릴 수가 있어요, 항의를 하는 것도 같았습니다.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참새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참새는 내 손을 피하려고 애를 썼지만 이내 손에 잡히고 말았습니다.

행여 손에 힘을 세게 쥐면 참새를 다치게 할까 싶어 조심스레 참새를 잡았습니다.

잡고 보니 참새는 덩치가 작은 새끼 참새였습니다. 아직 녀석은 너무 어려서 호기심의 대가가 어떤 것인지를 모르고 있지 싶었습니다.

도망을 치려는 것인지, 떨고 있는 것인지 손안에서 가만있지를 못하는 녀석에게 다시는 자유를 빼앗기지 말렴, 한 마디를 했습니다.

창문을 열고 가만히 손을 펴자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날갯짓이 전혀 어색하지를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유를 선물하는 것은 작은 기쁨 이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