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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렙 마케팅 허와 실

셀렙 마케팅 허와 실

by 이규섭 시인 2018.10.12

‘웃음 축제’를 둘러싼 해프닝이 축제의 달을 씁쓸하게 한다. 경북 청도를 ‘코미디 1번지’로 만들어 3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인 개그맨 전유성 씨가 청도를 떠났다.내륙의 오지 청도가 ‘코미디 1번지’로 자리 잡은 건 전 씨의 역할이 컸다. 2007년 청도에 터를 잡고 개그맨 지망생들을 키웠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개나 소나 음악회’를 열어 개들에게도 클래식을 들려줬다. ‘철가방 극장’을 만들어 지역 명물로 키웠다.

지난 3년간 ‘청도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코아페)’ 조직위원장을 맡아 전국적인 축제로 끌어올렸다. 코미디라는 무형의 창의적 콘텐츠로 성공을 이끈 독특한 사례다.

‘코아페’의 성공 요인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낸 점이다.

지난해 할머니 할아버지 130명의 막춤, 50명이 준비한 난타 공연, 아이들 50명이 준비한 태권도 플래시 몹, 30명의 학생들이 나래를 펼친 발레 공연은 주민들이 축제의 호스트이자 게스트로서의 의미를 더했다.

또 다른 이유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재치가 번득이는 전 씨의 개그계 영향력이다. 인기 개그맨들이 무보수로 달려왔다.

개그맨 심형래와 개그우먼 이영자가 사회를 맡았고 정찬우 김태균이 ‘컬투 쇼’로 웃음을 선사했다.

뮤지컬 졸탄 쇼 등 TV나 서울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유치해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10년 동안 열정을 쏟아부었던 전 씨가 청도를 떠나게 된 것은 권위와 관료주의적 행정의 속성이 엿보인다. 제4회 코아페 준비과정에서 전 씨를 배제하고 공연 기획사를 별도로 선정했다.

이유를 묻는 전 씨에게 군은 “왜 설명해야 되느냐”고 했다는 것. 여론이 심상치 않자 청도군은 축제 담당자를 바꾸고 축제 고문 자리를 제안했지만 전씨는 “속상함을 넘어 모욕감을 느낀다”며 전북 남원 지리산 자락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가 떠난 이후 열릴 코아페의 성공 여부가 궁금해진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이에 대해 ‘무식한 귀신은 부적도 몰라본다.’는 속담을 인용해 페이스북에 소회를 밝혔다. ‘도둑놈이 몽둥이를 들고 주인을 패는 격’이라고 힐난했다.

이 씨도 강원도 화천군의 지원을 받아 집필실을 운영해왔으나 ‘집필실 사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군과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이어서 동병상련을 드러냈다.

유명인을 앞세운 지자체의 ‘셀렙 마케팅’이 잇따라 위기를 맞았다. 올 들어 불거진 미투 확산으로 의혹에 휩싸인 시인 고은 씨는 거처를 제공 받았던 수원을 떠났다.

그의 고향임을 앞세워 ‘고은 마케팅’에 나서려던 전북 군산시도 부랴부랴 계획 변경에 나섰다. 연출가 이윤택 씨가 운영하여 지역 명소로 떠올랐던 밀양연극촌도 성추문 사건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는 영어의 몸이 됐고, 2000년부터 시작된 밀양여름공연축제는 폐지됐다.

지자체의 셀렙 마케팅은 지역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객 유치 등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위기 요인이 공존한다.

지자체는 간섭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셀렙은 자기 관리가 흐트러지게 되면 혹독한 여론의 지탄을 받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