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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대한 단상(斷想)

미세먼지에 대한 단상(斷想)

by 김재은 작가 2019.03.12

며칠 전 일이다.4호선 열차를 타고 동작철교를 지나고 있었다.

한강 너머 저 멀리 저녁노을이 곱게 물들었다. 갑자기 울컥하더니 눈물이 핑 돌았다.

평소 감상적인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날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며칠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내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한 주 가까이 계속되니 이대로 지구인의 삶도 끝날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기에 그렇다. 다시는 못 만날 거라 생각했던 떠나간 친구와 재회한 느낌이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가까이 있으면서도 평소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물과 공기에 대한 느낌과도 달랐다.

그냥 그대로 깨끗한 공기가 절체절명의 나의 호흡임이 진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떠오른 사자성어 하나, 바로 자업자득(自業自得), 자승자박(自繩自縛)이었다.

돈과 편리를 쫓아온 삶의 결과가 그대로 우리의 목숨줄을 갉아먹고 있었다니….

천길 벼랑 끝, 단 하나의 의지가 되는 넝쿨을 쥐가 갉아먹고 있음에도 떨어지는 꿀맛에 취해 그 위기의 상황을 까맣게 잊어버린 나그네, 그 우화의 주인공이 바로 나이고 우리였음이 진하게 다가왔다.

나 혼자는 ‘안 해도, 대충해도 되겠지’가 낳은 참사가 우리의 현실이 되었고, 더 나아가 이제 국가나 공공기관 또는 일부 사람들의 노력으로 문제를 풀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면서 막막해졌다.

나의 생각이나 말이 현실이 된다는 말을 긍정적으로 되뇌여 왔지만 내가 지금 선택하여 살아가고 있는 일상의 삶의 양태가 눈앞의 위기의 상황으로 그대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 어떤 봐주기도 없다는 현실에 전율이 느껴진다.

디지털 혁명이니 4차산업혁명이니 하는 것들이 생명의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는 환경의 악화 앞에 얼마나 무색한지 절감한다.

기술의 진보와 문명의 발전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아찔하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내 마음대로’ 살아온 대가를 톡톡히 받고 있음이 얼마나 멋쩍은지 모르겠고.

밖의 미세먼지가 결국 내 마음의 미세먼지가 낳은 괴물이라니. 이제 수많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정성 있는 작은 노력들이 모아져야만 해결의 작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무겁게 다가온다.

우리 모두가 ‘돈과 나만의 편함’ 등 내 마음의 미세먼지를 털어내지 않으면 해결의 길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지금 눈앞에 닥쳐온 미세먼지만큼 우리의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아도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함께 가꾸고 지켜야 할 푸른 별 지구 앞에 이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약속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미안했구나. 이제라도 잘 지켜갈게~ 지켜봐 줘!

그나저나 이 땅의 파란 하늘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 기우가 아님을 마음속에 새긴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의 애국가 가사가 훗날 전설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순간 반갑고 감동으로 만났던 동작철교의 그 저녁노을을 마음사진관에 고이 간직한다.

꺼내볼 때마다 내 삶을 돌아보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