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마을버스, 너마저

마을버스, 너마저

by 이규섭 시인 2019.03.29

마을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진입하는 것을 보고 잰걸음으로 다가갔다. 간발의 차이로 버스가 떠나려고 한다. 버스 옆구리를 탕탕 두드렸으나 그대로 출발하는 바람에 넘어졌다. 아찔한 순간이다.버스가 정차하면서 문을 연다. 승차하자마자 버스기사에게 버럭 화를 냈다. “문을 두드리는 데 왜 출발하느냐”. 기사는 “좌측 백미러를 보느라 우측을 못 봤다”고 응수한다.

“승객의 승하차를 확인하고 출발할 때 좌우 백미러와 전방을 주시하는 건 기본 아닌가?” 목청을 높였다. 그제서야 “죄송합니다” 사과한다.

마을버스는 대부분 전철을 타기 위해 이용한다. 전철역 가는 마을버스가 두 개지만 타려는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어 무리해서 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달 전에도 같은 번호 마을버스가 문을 닫으려는 순간 손을 들었는데도 휑하니 출발한다. 노인이라 무시당한 것 같아 버스 꽁무니를 멍하니 바라봤다.

운수회사로 전화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기사들 직무교육 잘 시키라”고 당부했다.

불편하고 불친절한 버스 이용 승객은 학생과 노인, 가난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지자체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교통약자들의 편의와 서비스 명분으로 적자 노선에 재정보조금을 지원한다.

표준운영원가제도를 도입하여 표준운송원가보다 적으면 차액을 보전해 준다. 열악한 여건에서 근무하는 버스운전 기사들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낮은 임금이 더 줄어들어 어깨에 힘이 빠졌다.

‘운전기사 부족으로 배차시간이 늦어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안내문을 부착할 정도로 마을버스 기사 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운전기사 입장에선 배차시간이 빠듯한데 노인들이 굼뜨게 타면 속이 타들어 갈 것이다. 노인들도 동작이 굼뜨면 눈치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교통카드를 손에 꺼내들고 있다가 타면 빠를 텐데 승강장에 올라와서 주머니와 가방을 주섬주섬 뒤적이면 누가 봐도 짜증 난다.

일반버스 정류장에는 노선도가 있고 버스 옆구리에 주요 행선지를 써 놓았는데도 버스 승강장에 올라서서 “000 가요?” 묻는다. 간다면 타고 안 간다면 내린다.

하루에도 수없이 겪는 운전기사 입장에서는 인내심을 시험에 들게 한다. “000에 가려면 몇 번을 타세요” 친절한 기사분도 있지만 대응하지 않으면 불친절하다고 불평한다. 대게 노인 승객들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인구의 28%인 일본의 대중버스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정착 된지 오래다. 노인들이 승차하면 자리에 앉을 때까지 출발하지 않는다.

내릴 때 정차하지 않았는데 일어서면 화를 낸다. 배차 시간에 여유가 있기에 가능하다. 한국도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70세 이상 노인이다.

버스 전광판엔 ‘완전히 정차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주세요.’ 안내 문자가 흐르지만 운전기사도 승객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운전기사나 승객이 안전 시스템의 기본을 지키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 서운한 것도 많고 어린애처럼 잘 삐친다.

별것 아닌 것도 무시당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 동작 느린 노인이라고 버스마저 홀대하면 서글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