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쥐야, 미안하고 고맙다

쥐야, 미안하고 고맙다

by 한희철 목사 2019.04.03

지금도 남아 있는 기억 중의 하나가 쥐와 관련된 일입니다. 초등학교 때였습니다.공부를 하고 있던 중 누군가가 외마디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비명을 지른 것도 잠시, 그 학생은 사색이 되어 의자 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는 표현이 맞겠다 싶을 만큼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어디선가 쥐 한 마리가 교실에 들어온 것이었고, 쥐를 본 학생이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의자 위로 올라서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의자 위로 튀어 올랐습니다.

놀란 쥐는 쥐대로 더욱 교실 바닥을 내달리기 시작했고, 여학생들의 비명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학생들에게 용감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까요, 쥐를 잡으려던 친구가 결국은 손등을 물린 일까지 쥐에 대한 기억이 마음속 흑백사진처럼 남아 있습니다.

쥐는 이래저래 많은 이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문득 쥐에게 고맙고 미안한 생각이 드는 소식을 얼마 전에 접했습니다. 지뢰와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많은 지뢰가 묻혀 있습니다. 한반도 전체 지뢰 매설 추정지역 면적은 약 1억2천437만㎡, 기존 방식으로 모두 제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69년, 이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약 1조 원으로 예상을 합니다.

현재 매설된 지뢰는 DMZ 인근 지역에 약 200만 발, 후방지역에 3천36발이 확인되지 않은 채 묻혀 있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국토 이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뢰 위로 토양이 축적돼 지표면 깊숙이 지뢰가 묻혀 있거나 플라스틱이나 나무로 덮여 있으면 기존 지뢰탐지기에는 탐지가 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뢰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이들이 적지가 않습니다.

뜻밖에도 지뢰를 발견하고 제거하는데 동원되는 동물이 있는데, 놀랍게도 쥐였습니다. 쥐가 가지고 있는 뛰어난 후각 능력으로 지뢰를 발견해서 제거하는 것입니다.

국군이 보유한 장비와 기술로 지뢰를 제거하는 일은 적지 않은 문제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장비가 노후 된 데다 보유량이 부족하고, 일반 병사를 교육시켜 작전에 투입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땅을 파내는 것은 토양 유실과 식생 훼손 등 환경훼손이 불가피한데, 쥐를 이용하면 국군 대비 20배로 작업 속도가 빠르고 비용은 5분의 1로 저렴할 뿐만 아니라 지뢰가 있는 지역만 탐색할 수 있어 환경파괴를 최소화할 수가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뢰를 탐지하는 쥐에 관한 실험은 모잠비크, 앙골라, 캄보디아 등의 나라에서 이미 검증이 되었고 적용이 되어 이들 3개국에서 쥐들이 안전한 땅으로 환원한 면적은 150만㎡에 달한다고 합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혼자서 살 수는 없는 법, 아픔의 상처처럼 남아 있는 지뢰를 없애는 일에 쥐가 요긴하다니,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쥐야, 미안하고 고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