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잔치
종이 잔치
by 권영상 작가 2019.05.02
식탁엔 아직도 아내에게 선물한 꽃이 있다. 색종이로 만든 꽃이다.
그 날은 좀 여유가 있었다. 그 날이란 아내의 생일날이다. 여유가 좀 있기는 해도 여전히 머리가 아팠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아내 마음에 쏙 드는 생일 선물 구하기란 쉽지 않다.
가까운 백화점을 찾았다. 화장품을 살까 하다가 지나쳤다. 너무 흔하다. 무엇보다 여자 화장품이란 선물 받았다고 쓰는 물건이 아니지 않은가. 머플러 가게와 핸드백 가게를 지나고, 아내가 원하던 여행 가방을 보고, 향수가게와 목걸이 진열대 앞을 서성거렸다.
“선물은 누가 왜 만들어 가지고…….”나는 한 소리 들을 작정으로 선물 고르는 일을 포기했다. 쉽고 편한 현금 선물에 대한 유혹이 살아났다.
좀 점잖지 못하고, 사려 깊지 못해 그렇지 마뜩잖은 선물보다 오히려 낫지 싶었다. 선물을 사가도 제대로 못 샀다고 한 소리 들을 거고, 현금을 내놓아도 한 소리 들을 게 뻔한 걸, 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생일꽃 선물은 꼭 해야지.”
집이 가까운 마을 네거리, 미장원과 미장원 사이에 꽃집이 있다. 집안에 꽃이 필요할 때면 종종 거기서 사들고 갔다. 근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꽃집 ‘플라워’가 사라지고 뚱딴지같이 부동산이 들어와 있다. 근방에 꽃집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초조해져서 이리저리 거리를 쏘다녔다.
끝내 나는 ‘플라워’ 앞에 다시 섰다. 꽃가게가 있다면 전철역 지하 가게에 있다. 거기서도 몇 번 산 적이 있었다. 근데 거기까지 가자면 10여 분을 걸어야 한다.
아니 간다고 해도 사라진 ‘플라워’처럼 없어졌을지 모른다. 낭패였다. 선물도 준비 못 했는데 꽃조차 없이 들어간다면 이건 분명히 한소리감이다.
번뜩, 색종이로 꽃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가끔 가는 길 건너 베스트 문구점에 들어섰다. 곱고 예쁜 색상의 색종이 한 다발을 골라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아직 오지 않았다.
가위와 풀과 연필깎이 칼을 준비했다. 예전, 그러니까 아주 옛날, 결혼도 하기 전, 미술학원에서 크레파스화를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 종이꽃 만들기도 배웠다. 장미와 카네이션, 용담, 줄장미, 양귀비 그리고 해바라기꽃.
철심이 들어있는 종이끈으로 꽃을 묶고, 초록 꽃대를 만들었다. 해바라기 꽃판엔 꽃씨처럼 아내 이름을 소복소복 적었다. 그리고는 서로 어울리게 꽃들을 잘 묶었다.
화려한 꽃만 보아와서 그런지 만들어놓고 보니 좀 엉성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생일꽃을 내밀며 아내의 표정을 살폈다.
“오우, 세상에 이렇게나 훌륭한 꽃이라니!”뜻밖에도 아내가 반겨했다.
함께 내놓은 봉투 속으로 후우 바람을 불어넣던 아내가 소리쳤다.
“이번 생일은 완전 종이잔치네!”그러고 보니 종이잔치가 맞았다.
칭찬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생일꽃은 한 달이 넘도록 지금도 식탁에 놓여있다. 종이로 만든 생일꽃이어도 싫어하지 않는 아내와 오래도록 살아온 게 다행이다.
이제 5월이다. 5월은 꽃이 필요한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있다. 누군가가 피워놓은 생화도 꽃이지만 내 손으로 피워낸 종이꽃도 꽃 아닐까.
가까운 백화점을 찾았다. 화장품을 살까 하다가 지나쳤다. 너무 흔하다. 무엇보다 여자 화장품이란 선물 받았다고 쓰는 물건이 아니지 않은가. 머플러 가게와 핸드백 가게를 지나고, 아내가 원하던 여행 가방을 보고, 향수가게와 목걸이 진열대 앞을 서성거렸다.
“선물은 누가 왜 만들어 가지고…….”나는 한 소리 들을 작정으로 선물 고르는 일을 포기했다. 쉽고 편한 현금 선물에 대한 유혹이 살아났다.
좀 점잖지 못하고, 사려 깊지 못해 그렇지 마뜩잖은 선물보다 오히려 낫지 싶었다. 선물을 사가도 제대로 못 샀다고 한 소리 들을 거고, 현금을 내놓아도 한 소리 들을 게 뻔한 걸, 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생일꽃 선물은 꼭 해야지.”
집이 가까운 마을 네거리, 미장원과 미장원 사이에 꽃집이 있다. 집안에 꽃이 필요할 때면 종종 거기서 사들고 갔다. 근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꽃집 ‘플라워’가 사라지고 뚱딴지같이 부동산이 들어와 있다. 근방에 꽃집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초조해져서 이리저리 거리를 쏘다녔다.
끝내 나는 ‘플라워’ 앞에 다시 섰다. 꽃가게가 있다면 전철역 지하 가게에 있다. 거기서도 몇 번 산 적이 있었다. 근데 거기까지 가자면 10여 분을 걸어야 한다.
아니 간다고 해도 사라진 ‘플라워’처럼 없어졌을지 모른다. 낭패였다. 선물도 준비 못 했는데 꽃조차 없이 들어간다면 이건 분명히 한소리감이다.
번뜩, 색종이로 꽃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가끔 가는 길 건너 베스트 문구점에 들어섰다. 곱고 예쁜 색상의 색종이 한 다발을 골라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아직 오지 않았다.
가위와 풀과 연필깎이 칼을 준비했다. 예전, 그러니까 아주 옛날, 결혼도 하기 전, 미술학원에서 크레파스화를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 종이꽃 만들기도 배웠다. 장미와 카네이션, 용담, 줄장미, 양귀비 그리고 해바라기꽃.
철심이 들어있는 종이끈으로 꽃을 묶고, 초록 꽃대를 만들었다. 해바라기 꽃판엔 꽃씨처럼 아내 이름을 소복소복 적었다. 그리고는 서로 어울리게 꽃들을 잘 묶었다.
화려한 꽃만 보아와서 그런지 만들어놓고 보니 좀 엉성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생일꽃을 내밀며 아내의 표정을 살폈다.
“오우, 세상에 이렇게나 훌륭한 꽃이라니!”뜻밖에도 아내가 반겨했다.
함께 내놓은 봉투 속으로 후우 바람을 불어넣던 아내가 소리쳤다.
“이번 생일은 완전 종이잔치네!”그러고 보니 종이잔치가 맞았다.
칭찬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생일꽃은 한 달이 넘도록 지금도 식탁에 놓여있다. 종이로 만든 생일꽃이어도 싫어하지 않는 아내와 오래도록 살아온 게 다행이다.
이제 5월이다. 5월은 꽃이 필요한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있다. 누군가가 피워놓은 생화도 꽃이지만 내 손으로 피워낸 종이꽃도 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