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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자욱한 날

물안개 자욱한 날

by 김민정 박사 2019.05.13

싸릿대 잔솔가지 얼기설기 얽어 입고옷자락 나부끼던 그 세월 어찌 났을까
거칠은 진흙을 덮고 평창강 지키고 있다

물안개 자욱한 날, 강물 그리 흘러 보내고
새벽 국밥 한술 뜬 눈빛 순한 사람들이
저마다 봇짐을 지고 분주하게 오며 가네

장돌뱅이 허 생원도, 누렁소도 건너가고
세상이 흔들리면 섶다리도 휘청 거린다
이따금 마파람 불면 헹가래 치듯 들썩인다
- 홍준경 「물안개 자욱한 날」 전문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난 지도 한참 되었다. 성공적인 개최로 IT 선진국가로 극찬을 받았던 시기도 1년이 넘었다. 계절은 변함없이 오고 가 어느새 신록이 우거지는 계절이 되었다.

꽃도 피었다 지고, 숲은 마냥 싱그럽고 나무도 한창 아름다운 신록의 잎을 달고 있다. 어디로 눈을 두어도 아름다운 계절, 평창강을 건너며 메밀꽃이 소금가루처럼 하얗게 피던 허생원의 밤을 생각한다.

메밀 재배는 두 가지로 봄 재배에는 4월 상·중순이 파종 시기라 한다. 지금쯤은 봄 메밀이 한창 자라고 있을 것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란 소설과 이효석의 문학관으로 유명한 평창, 평창강에 물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이면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맑은 산정기가 가득 퍼져 있을 듯한 오월산, 그리고 물안개 자욱한 날 그 속에서 ‘장돌뱅이 허생원도, 누렁소도 건너가고/ 세상이 흔들리면 섶다리도 휘청거린다/ 이 따금 마파람 불면 헹가래 치듯 들썩인다’란 싯구절이 와 닿는다.

오월 속에 새 순 돋는 아름다운 봄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가족애가 생각나는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 허생원이 동이를 아들이라 생각하는 부분, 허생원이 동이가 왼손잡이인 걸 발견하고 내심 기뻐하는 대목이 생각나기도 한다.

자신의 핏줄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신바람이 나는 허생원, 자기의 핏줄인 자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은 효의 개념이 많이 바뀌고 있고, 부모도 자식에게 별로 효를 기대하고 있지 않고, 자식들도 예전처럼 어버이날이라고 특별히 부모를 극진하게 대접하지도 않는 것 같다.

그냥 평범한 날처럼 지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우리 아이들도 카네이션을 식탁에 사다 놓고, 용돈도 주어 잊지 않고 챙겨주기에 자식을 둔 부모의 기쁨도 느껴보긴 했지만, 행여나 부담스러워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직장을 제대로 못 구한 젊은이들에게 그러한 행사의 날도 혹여 부담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후면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학교에선 스승의 날 학교에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 수련회를 그 날로 잡아 학생들을 데리고 수련회에 가는 학교도 많아지고 있다.

어버이날도, 스승의 날도 우리가 우리를 길러주고 키워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날이다.

젊은 청소년에게 세상에 대한, 나의 주변에 대한 최소한의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는 행사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신문지상에서 떠들고, 공연한 부담을 주는 날로 인식을 하게 하는 바람에 인간으로서 부모님께, 스승님께 당연히 가져야하는 감사의 마음까지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주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사라지고 자신만이 똑똑하고 잘난 세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우리 모두 주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생활하는 오월이 되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