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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스님 이야기

재미난 스님 이야기

by 정운 스님 2019.05.28

문명이 발달하고, 과학이 발달할수록 바쁘고, 삶이 메마르다. 게다가 현대 사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여유를 베푸는 삶이 부족하다.오늘은 자비행을 실천한 몇 스님들의 미담을 들려주려고 한다. 한 번쯤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어느 날 저녁, 칠리(七里, 1893~1958)스님이 경전을 읽고 있는데, 강도가 들어왔다. 강도는 칠리스님에게 칼을 들이대며,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런 위급한 상황인데도 칠리스님은 태연히 말했다.

“돈은 저 서랍 안에 있으니 가져가시오, 하지만 내 양식은 살 수 있게 조금 남겨 놓으시오.”
그런 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계속 경전을 읽었다. 강도가 있는 돈을 챙겨 나가려고 하자, 스님이 이렇게 일렀다.

“남의 것을 가져가면서 고맙다는 말은 하고 가셔야지요.”

강도는 스님에게 ‘감사하다’하고는 휙 나가버렸다.

며칠 후, 이 강도가 붙잡혔는데, 경찰서에서 칠리스님에게 증인으로 출두하라는 연락이 왔다. 스님이 그곳에 가서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은 강도가 아니오. 저 돈들은 나를 찾아왔기에 내가 준 것이오. 저 사람도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떠났소.”

스님은 이렇게 증언을 하고, 나왔다. 그 강도가 형기를 다 마치고 스님을 찾아와 엎드려 절하며 제자로 거두어 달라고 청했다. 또 당나라 때, 담장曇藏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담장스님은 개 한 마리를 키웠는데, 늦은 밤에 경행을 하면 개가 와서 옷을 물었다. 오랜 시간 경행했다는 뜻으로 알고, 담장은 바로 방으로 들어가는 습관이 있었다.

어느 날 개가 문 옆에 엎드려 계속 짖었다. 이튿날 아침, 새벽에 공양간 앞에 큰 구렁이 하나가 나타나 입을 벌리고 독을 내뿜고 있었다. 사미승이 겁에 질려 있자, 스님이 말했다.

“죽음을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저놈이 독을 뿜고 달려들면, 나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독은 진실한 성품이 없어서 끓어오르면 강해지고, 자비는 인연을 가리지 않으니 원수와 친척이 같은 것이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미물인 구렁이도 스님의 말에 감화를 받았는지 슬그머니 사라졌다.

또 어느 날 저녁, 암자에 도둑이 들었다. 개는 담장의 옷을 물더니 놓아주지 않았다. 스님은 무슨 변고가 생긴 것이라고 추측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도둑이었다. 담장스님이 도둑에게 말했다.

“누추한 암자까지 찾아오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혹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마음대로 가져가십시오.”

도둑은 스님의 말에 감동을 받고 절을 한 뒤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우리나라 혜월(1861~1937) 스님에게도 이런 비슷한 고사가 있다. 스님이 머물고 있던 정혜사에 도둑이 들었다.

쌀을 훔쳐 지게에 지고 가려던 도둑이 가마니가 무거워 쩔쩔매고 있는데, 스님이 가만히 지게 짐을 들어 올려 주면서 도둑에게 말했다.

“쉿, 아무 소리 하지 말고 어서 내려가게, 양식이 떨어지면 또 찾아오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