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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관리 더 미세하게

미세먼지 관리 더 미세하게

by 이규섭 시인 2019.08.30

아침에 눈을 뜨면 휴대폰으로 미세먼지 정보부터 확인한다. 운동 나가기 전 생활습관이 됐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좋음’일 때는 청색, 보통일 땐 초록 색깔이다.터치하면 원 그래프로 몇 퍼센트인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미세먼지 예보는 오염도를 기준으로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 4단계로 구분해 발표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로 구분한다. 먼지의 지름이 10∼2.5μm(마이크로미터)면 미세먼지, 2.5μm 이하면 초미세먼지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50∼70μm라고 하니 미세먼지 입자가 얼마나 작은지 짐작이 간다..

미세먼지가 미세할수록 폐 깊숙이 스며들어 초미세먼지가 나쁨이나 매우 나쁨으로 나타나면 신경이 더 쓰인다.

마스크를 챙기는 것도 귀찮고 답답하고 울적해진다.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이면 기분도 덩달아 좋다. 아침 공기는 달고 상큼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은 쪽빛 바다를 닮아 첨벙 뛰어들고 싶다. 하얀 뭉게구름에 마음도 몽실몽실 부푼다.

새털구름은 바람에 날리듯 파란 화폭에 줄무늬를 긋는다. 가끔 나타나는 비늘구름은 갓 잡아 올린 은갈치 빛이다.

우리나라가 미세먼지 예보를 시작한 것은 2013년 8월 시범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그해 세계보건기구(WTO)가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15년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환경우주국(NASA)의 ‘국내 대기질 공동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75% 이상이 초미세먼지로 드러난 만큼 건강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호흡기로 들어간 미세먼지는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염, 폐기종, 천식 등을 유발한다. 또 발암물질이 폐포와 혈관으로 들어갈 수 있어 치매나 동맥경화증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이 1억50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초대형 연구결과 미세먼지가 심하면 정신질환도 는다고 하니 미세먼지는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공공의 적이다.

10세 이전에 대기오염에 심하게 노출되면 성인이 되어 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50%나 높았다.

조현병과 인격 장애에 걸림 위험도 공기가 좋은 곳에서 자란 사람의 두 배로 나타났다. 대기 오염 물질이 DNA를 변형시킬 가능성까지 제기하여 미세먼지의 공포와 위험은 갈수록 심각하다.

미세먼지에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자 국회는 지난 3월 임시국회서 관련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실내공기질 관리법’ 등 6개 법안이다.

미세먼지는 같은 도시라도 공기의 질이 천차만별이라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집안이라도 요리할 때 주방과 거실의 미세먼지 농도는 엄연히 다르니 측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복잡다기한 미세먼지 문제를 풀어가려면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이터가 있어야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가기준과 관리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민들이 미세먼지 불안감을 해소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려면 미세먼지 관리대책도 좀 더 미세하고 치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