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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약일까? 독일까? - 이지은 독서지도사

만화책, 약일까? 독일까? - 이지은 독서지도사

by 운영자 2011.03.08

“아이가 6학년에 올라가요."

교과서가 개정되는 바람에 지금 5학년을 올라가는 아이들은 1년이나 배우게 되는 역사를 하나도 못 배우게 생겼어요. 중학교 가면 역사가 또 한 시간씩 늘어난다고 하는데 걱정이에요.

아이가 그다지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데다가 여자아이라 그런지 역사에 도통 관심이 없는데 만화책으로 역사공부를 시키면 어떨까요? 요즘은 만화책도 정말 좋아서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남귤북지라는 말이 있다. 강남의 귤을 강북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성어이다.
바로 이러한 경우에 이 고사성어가 적용될 듯하다.

일정한 부분에서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만화책이 혼자 읽기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네모진 칸의 순서에 따라 차례차례 읽어 내려가는 방법을 알 수도 있고 인물이 생각할 때나 말할 때의 표현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요즘은 만화책을 통해 다양한 상식을 얻을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모든 책들이 만화로 되어 있지 않는 한 적절한 순간 아이의 만화에 대한 흥미를 책으로 돌려야 하는데 자칫 아이들이 만화의 재미에 빠지면서 오히려 책은 멀리하고 만화책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책을 처음 접하는 유아 시기, 듣기나 함께 읽기를 충분히 거친 아이들의 경우에는 별 무리 없이 만화를 통해 상식을 얻고 좋은 독서습관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의 글이 대화체로 되어 있고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감탄사가 많은 만화만을 읽게 된다면 독서능력을 향상하는데 있어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럴 경우에는 좀더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의 책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야 할 것이다. 세상에는 어디 유자만 필요하던가. 유자 못지않게 탱자 또한 방향제나 한약재로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유자가 필요한지 탱자가 필요한지는 아이를 꼼꼼히 살펴본 뒤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