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르신 흉 좀 봐도 될까요?
저, 어르신 흉 좀 봐도 될까요?
by 운영자 2011.11.14
공직에서 은퇴를 했고, 지금은 교양강좌 수강과 운동으로 소일한다는 70대 중반의 그 어르신은 날카로운 눈초리와 야무진 입매 그대로 대단히 꼼꼼했고 당신 것은 알아서 잘 챙기셨습니다.
자기소개를 하는 첫 시간만 해도 괜찮았습니다. 연금으로 생활비 걱정 없고, 자식들 다 잘 나간다며 자랑에 여념이 없으셨지만 다들 부러워하며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시간, 또 그 다음 시간에도 자기자랑이 이어지자 나란히 앉은 어르신들도 슬슬 짜증스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노인복지현장 생활 20년 동안 그런 어르신들을 심심찮게 만나왔기에 적당히 다른 이야기로 돌리기도 하고, 슬쩍 끼어들기도 하면서 수업을 이어 나갔습니다.
그러나 바로 옆에는 끼니 걱정을 할 만큼 어렵거나 뒤늦게 한글을 깨우쳐 힘들게 한 글자씩 읽고 쓰는 분들도 계신데, 남들보다 많이 가진 분의 끊임없는 유세는 솔직히 저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촛불을 켜놓고 자신과 대화를 하는, 모두가 집중하고 있던 시간에도 촛불 앞에 앉은 모습이 잘 나오도록 찍어 달라며 중간에 자원봉사자에게 사진기를 내밀던 어르신, 자서전을 만들어 드리는 과정에서도 남들보다 단 한 장이라도 두께가 얇아질까 봐 신경을 곤두세우던 어르신, 결국 사달은 견학을 간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장례와 장묘 문화를 알아보기 위해 시립 장묘시설에 단체로 견학을 갔는데, 놀랍게도 어르신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부탁해 고인의 유골을 안치한 봉안당(납골당)을 배경으로 독사진을 찍느라 바쁘셨습니다.
물론 그곳에 유족들이 없어 결례를 면하기는 했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봉안당을 배경으로 해서까지 사진을 찍는 까닭을 여쭈니 ‘기념이니까’라는 한마디가 돌아옵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저 어르신은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강좌에 참여하고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시간을 내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노인교육 이론은 차치하고라도 삶의 자리에 실천되고 적용되지 않는 교육이란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에 기운이 빠졌습니다.
너그러운 품성과 온화한 태도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나와 처지가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눈길을 돌리고 마음을 헤아려주실 수는 없는 것일까요? 기본적인 상식과 예의를 알고 지키려고 공부하는 거 아닌가요?
사실 노인복지 하는 사람이 어르신께 느낀 갈등이나 어려움을 털어놓으면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비난이 곧바로 날아오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가 바람직한 노년의 모습은 그 모습 그대로 따라가며 배우고, 그렇지 못한 모습 또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이것 역시 제대로 나이 들어가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유경작가
자기소개를 하는 첫 시간만 해도 괜찮았습니다. 연금으로 생활비 걱정 없고, 자식들 다 잘 나간다며 자랑에 여념이 없으셨지만 다들 부러워하며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시간, 또 그 다음 시간에도 자기자랑이 이어지자 나란히 앉은 어르신들도 슬슬 짜증스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노인복지현장 생활 20년 동안 그런 어르신들을 심심찮게 만나왔기에 적당히 다른 이야기로 돌리기도 하고, 슬쩍 끼어들기도 하면서 수업을 이어 나갔습니다.
그러나 바로 옆에는 끼니 걱정을 할 만큼 어렵거나 뒤늦게 한글을 깨우쳐 힘들게 한 글자씩 읽고 쓰는 분들도 계신데, 남들보다 많이 가진 분의 끊임없는 유세는 솔직히 저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촛불을 켜놓고 자신과 대화를 하는, 모두가 집중하고 있던 시간에도 촛불 앞에 앉은 모습이 잘 나오도록 찍어 달라며 중간에 자원봉사자에게 사진기를 내밀던 어르신, 자서전을 만들어 드리는 과정에서도 남들보다 단 한 장이라도 두께가 얇아질까 봐 신경을 곤두세우던 어르신, 결국 사달은 견학을 간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장례와 장묘 문화를 알아보기 위해 시립 장묘시설에 단체로 견학을 갔는데, 놀랍게도 어르신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부탁해 고인의 유골을 안치한 봉안당(납골당)을 배경으로 독사진을 찍느라 바쁘셨습니다.
물론 그곳에 유족들이 없어 결례를 면하기는 했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봉안당을 배경으로 해서까지 사진을 찍는 까닭을 여쭈니 ‘기념이니까’라는 한마디가 돌아옵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저 어르신은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강좌에 참여하고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시간을 내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노인교육 이론은 차치하고라도 삶의 자리에 실천되고 적용되지 않는 교육이란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에 기운이 빠졌습니다.
너그러운 품성과 온화한 태도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나와 처지가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눈길을 돌리고 마음을 헤아려주실 수는 없는 것일까요? 기본적인 상식과 예의를 알고 지키려고 공부하는 거 아닌가요?
사실 노인복지 하는 사람이 어르신께 느낀 갈등이나 어려움을 털어놓으면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비난이 곧바로 날아오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가 바람직한 노년의 모습은 그 모습 그대로 따라가며 배우고, 그렇지 못한 모습 또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이것 역시 제대로 나이 들어가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유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