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든다는 것
철이 든다는 것
by 운영자 2012.02.21
초봄이 다가오는 이즈음에 차를 마실 때는 차에 말린 매화꽃을 곁들어 마시는 별미가 있다. 몇 년전 도반이 손수 매화꽃을 말려서 간혹 보내주어 차에 넣어 마셨는데, 요즈음은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매화차를 보내주던 스님은 연락이 끊긴지 오래되었는데, 어딘가 은둔해 살고 있는 듯하다. 매화라는 이미지만큼이나 향기를 풍기던 스님이었으니 기다리지 않아도 언제가 은은한 향기를 뿜으며 나타나리라.
겨울은 사계절의 마지막이요, 한 해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시작과 끝 지점을 동시에 갖춘 계절, 겨울은 생명을 잉태케 하는 근원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에게 은둔과 고독감을 스미게 해준다.
바로 이 겨울을 겨울답게 하는 꽃이 매화이다. 매화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꽃 중에서 제일 먼저 핀다. 이 매화를 선비의 고고하고 올곧은 군자에 비유하는데, 사군자四君子(梅蘭菊竹) 가운데서도 제일 먼저 나오는 생명이 바로 매화이다.
그런데 이 매화가 봄이라는 계절이 온 소식(봄철)을 제일 먼저 안다고 하여 ‘철이 들었다’고 한다. 성숙한 사람을 말할 때, 표현하는 말이 바로 매화에서 비롯되었다.
‘철’이라는 말은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힘을 말한다. 따라서 ‘철들었다’고 하면 지혜와 사리로 분별할 줄 아는 소유자, 즉 성숙한 인격자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철들었다’고 한다면 앞에서 말한 대로 성숙한 인격을 말하겠지만 굳이 그렇게 거창한 인격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사람도 그 시기와 때를 알고, 사유하며, 그 시기에 부닥친 것들을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 철들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치 매화가 때를 알고 꽃을 피우는 것처럼.
사람은 살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된다. 내가 원하는 사람만 만날 수 없고, 모든 이들이 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도 만나야 하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봐야 하는 법이다.
또한 사람은 나이 들어갈수록 자신 스스로나 주위 여건에 있어 수많은 고(苦)가 발생하는 법이다. 살아가는 일에도 늘 좋은 일이나 행운만 올 것 같지만 좋지 않은 일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되어 있다.
인생의 무게만큼 고뇌와 고통스런 일도 증가되는데, 이 고를 피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그래서 옛 스님들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교만심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은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벗을 삼으라’고 하였다.”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곤란이 없으면 잘난 체 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은 ‘근심과 곤란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라’고 하셨다.”
『보왕삼매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좋은 사람이든 싫은 사람이든 그 시기에 맞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삶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혹독한 겨울의 아픔을 인내하고 봄이 왔을 때 향기를 내뿜는 매화처럼 사람도 인생의 주기에서 찾아오는 고통을 이겨내고 수용하는 마음가짐이 진정한 철듦이리라.
정운 <스님> 정운 스님은 1982년 명우스님을 은사로 서울 성심사에 출가했다. 운문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년간 미얀마 판디타라마 명상센터와 쉐우민 명상센터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했다. 저서로는 <붓다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 등이 있다.
매화차를 보내주던 스님은 연락이 끊긴지 오래되었는데, 어딘가 은둔해 살고 있는 듯하다. 매화라는 이미지만큼이나 향기를 풍기던 스님이었으니 기다리지 않아도 언제가 은은한 향기를 뿜으며 나타나리라.
겨울은 사계절의 마지막이요, 한 해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시작과 끝 지점을 동시에 갖춘 계절, 겨울은 생명을 잉태케 하는 근원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에게 은둔과 고독감을 스미게 해준다.
바로 이 겨울을 겨울답게 하는 꽃이 매화이다. 매화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꽃 중에서 제일 먼저 핀다. 이 매화를 선비의 고고하고 올곧은 군자에 비유하는데, 사군자四君子(梅蘭菊竹) 가운데서도 제일 먼저 나오는 생명이 바로 매화이다.
그런데 이 매화가 봄이라는 계절이 온 소식(봄철)을 제일 먼저 안다고 하여 ‘철이 들었다’고 한다. 성숙한 사람을 말할 때, 표현하는 말이 바로 매화에서 비롯되었다.
‘철’이라는 말은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힘을 말한다. 따라서 ‘철들었다’고 하면 지혜와 사리로 분별할 줄 아는 소유자, 즉 성숙한 인격자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철들었다’고 한다면 앞에서 말한 대로 성숙한 인격을 말하겠지만 굳이 그렇게 거창한 인격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사람도 그 시기와 때를 알고, 사유하며, 그 시기에 부닥친 것들을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 철들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치 매화가 때를 알고 꽃을 피우는 것처럼.
사람은 살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된다. 내가 원하는 사람만 만날 수 없고, 모든 이들이 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도 만나야 하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봐야 하는 법이다.
또한 사람은 나이 들어갈수록 자신 스스로나 주위 여건에 있어 수많은 고(苦)가 발생하는 법이다. 살아가는 일에도 늘 좋은 일이나 행운만 올 것 같지만 좋지 않은 일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되어 있다.
인생의 무게만큼 고뇌와 고통스런 일도 증가되는데, 이 고를 피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그래서 옛 스님들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교만심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은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벗을 삼으라’고 하였다.”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곤란이 없으면 잘난 체 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은 ‘근심과 곤란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라’고 하셨다.”
『보왕삼매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좋은 사람이든 싫은 사람이든 그 시기에 맞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삶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혹독한 겨울의 아픔을 인내하고 봄이 왔을 때 향기를 내뿜는 매화처럼 사람도 인생의 주기에서 찾아오는 고통을 이겨내고 수용하는 마음가짐이 진정한 철듦이리라.
정운 <스님> 정운 스님은 1982년 명우스님을 은사로 서울 성심사에 출가했다. 운문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년간 미얀마 판디타라마 명상센터와 쉐우민 명상센터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했다. 저서로는 <붓다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