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아줌마' 가이드
'호랑이 아줌마' 가이드
by 운영자 2012.03.16
태양과 정열의 나라 스페인과 해양대국의 영화가 서린 유럽의 땅끝 포르투갈을 거쳐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를 다녀왔다.
스페인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을 42개나 보유한 관광대국이다. 1082년 알폰소 6세가 무어인을 몰아내고 수도로 삼았던 톨레도 구시가지와 이슬람과 유대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코르도바 구시가지, 대학도시 살라망카는 도시전체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퇴색한 고서의 책장을 넘기듯 문화의 향기에 흠뻑 취한다.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의 고향 스페인 제2도시 바르셀로나에는 그의 미완성 걸작품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을 비롯하여 구엘공원과 파도치는 물결모양의 카사밀라 연립주택 등 6개의 건축물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니 걸출한 건축가임에는 틀림없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을 재패한 황영조 선수의 조각상이 세워진 몬주익 언덕에서니 한국인의 자긍심이 뿌듯하게 솟구친다.
돈 후앙의 열정과 피가로의 익살이 흐르는 세비아에서 안달루시아의 영혼을 온몸으로 불태우는 집시의 춤 플라멩코를 보며 “올레”를 외쳤다. 그라나다 알함브라궁전을 둘러보는 동안 타레가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의 기타선율이 귀전을 맴돌았다.
국경 없는 국경을 넘어 포르투갈에 도착한 뒤 해질 무렵에 둘러본 파티마 대성당. 3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광대한 광장과 64m 높이의 거대한 탑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절로 숙연해진다.
1917년 성모 마리아 발현을 목격한 세 어린이 목동 가운데 생존해 있던 루치아 수녀가 지난 2005년 2월 97세를 일기로 선종(善終)하여 ‘발현의 신화’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유라시아대륙의 서쪽 땅끝, 까보다르까에서 검푸른 대서양을 바라보며 내 삶의 끝은 어디인가를 유추해 본다. 격랑의 역사를 간직한 고풍스러운 도시 리스본에는 아직도 노란색 작은 트렘이 산중턱마을을 오르내리며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실어 나른다.
스페인 타리파 항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모로코 탕헤르까지는 14㎞. 뱃길로 40여분 거리지만 삶의 양식과 문화의 차이는 지중해만큼 넓고 깊다.
모로코 중세도시 페스의 천연 염색공장 인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인도의 도비카트를 연상시켰고, 구절양장 같은 메디나 미로와 라바트 핫산 탑의 위용은 빈부의 격차만큼 대조적이다.
하얀 집을 연상하며 찾은 카사블랑카는 영화 속의 환상이 담배 연기처럼 허공에 흩어진다. 탕헤르에서 스페인으로 나가는 관광버스 밑바닥에 숨어들어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려던 모로코 청소년이 경찰에 끌려가는 자포자기의 무표정이 아리게 가슴을 파고든다.
이번 여행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스페인 현지가이드의 열성과 해박한 지식이다. 딱딱하기 일쑤인 신화와 설화는 스토리텔링으로 쉽게 풀어준다.
구수한 입담에 시의적절한 유머, 음악과 영상자료로 지루한 이동시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클래식기타 작곡을 공부하러 스페인에 유학 왔다가 정착한지 23년째라는 그녀는 (사)재스페인 한국관광 통역가이드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호랑이 아줌마’로 통한다고 할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치고 직업의식이 투철하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이규섭 <시인>
스페인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을 42개나 보유한 관광대국이다. 1082년 알폰소 6세가 무어인을 몰아내고 수도로 삼았던 톨레도 구시가지와 이슬람과 유대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코르도바 구시가지, 대학도시 살라망카는 도시전체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퇴색한 고서의 책장을 넘기듯 문화의 향기에 흠뻑 취한다.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의 고향 스페인 제2도시 바르셀로나에는 그의 미완성 걸작품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을 비롯하여 구엘공원과 파도치는 물결모양의 카사밀라 연립주택 등 6개의 건축물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니 걸출한 건축가임에는 틀림없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을 재패한 황영조 선수의 조각상이 세워진 몬주익 언덕에서니 한국인의 자긍심이 뿌듯하게 솟구친다.
돈 후앙의 열정과 피가로의 익살이 흐르는 세비아에서 안달루시아의 영혼을 온몸으로 불태우는 집시의 춤 플라멩코를 보며 “올레”를 외쳤다. 그라나다 알함브라궁전을 둘러보는 동안 타레가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의 기타선율이 귀전을 맴돌았다.
국경 없는 국경을 넘어 포르투갈에 도착한 뒤 해질 무렵에 둘러본 파티마 대성당. 3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광대한 광장과 64m 높이의 거대한 탑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절로 숙연해진다.
1917년 성모 마리아 발현을 목격한 세 어린이 목동 가운데 생존해 있던 루치아 수녀가 지난 2005년 2월 97세를 일기로 선종(善終)하여 ‘발현의 신화’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유라시아대륙의 서쪽 땅끝, 까보다르까에서 검푸른 대서양을 바라보며 내 삶의 끝은 어디인가를 유추해 본다. 격랑의 역사를 간직한 고풍스러운 도시 리스본에는 아직도 노란색 작은 트렘이 산중턱마을을 오르내리며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실어 나른다.
스페인 타리파 항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모로코 탕헤르까지는 14㎞. 뱃길로 40여분 거리지만 삶의 양식과 문화의 차이는 지중해만큼 넓고 깊다.
모로코 중세도시 페스의 천연 염색공장 인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인도의 도비카트를 연상시켰고, 구절양장 같은 메디나 미로와 라바트 핫산 탑의 위용은 빈부의 격차만큼 대조적이다.
하얀 집을 연상하며 찾은 카사블랑카는 영화 속의 환상이 담배 연기처럼 허공에 흩어진다. 탕헤르에서 스페인으로 나가는 관광버스 밑바닥에 숨어들어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려던 모로코 청소년이 경찰에 끌려가는 자포자기의 무표정이 아리게 가슴을 파고든다.
이번 여행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스페인 현지가이드의 열성과 해박한 지식이다. 딱딱하기 일쑤인 신화와 설화는 스토리텔링으로 쉽게 풀어준다.
구수한 입담에 시의적절한 유머, 음악과 영상자료로 지루한 이동시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클래식기타 작곡을 공부하러 스페인에 유학 왔다가 정착한지 23년째라는 그녀는 (사)재스페인 한국관광 통역가이드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호랑이 아줌마’로 통한다고 할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치고 직업의식이 투철하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