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연등 회향의 등
자비의 연등 회향의 등
by 운영자 2012.03.20
출가자가 된 이후 자애나 연민심 깊은 덕德보다는 지혜를 중히 여겼다. 이번 생에 지혜를 얻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던 터라 내 공부를 위해서는 지나칠 만큼 이기적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지혜가 조금 모자랄지라도 덕을 갖춘 따스한 수행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늦게 철이 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몇 년전, 미얀마(Myanmar)에서 수행할 때, 만난 한 스님의 보살행에 감동받은 추억 때문이다. 몇 년전, 미얀마로 두 번째 갔을 때는 굳은 마음을 먹은 터라 외국인에게 엄격한 판디타라마(Panditarama)수행센터를 선택했다.
이 수행처는 숙소가 각자 따로 있고, 내외국인이 선방에서 함께 수행하는 곳이다. 새벽 3시 반부터 밤 9시까지 중간 휴식이 2번 정도 있고, 평균 13시간을 선방에서 보내야 한다.
자국인끼리 숙소를 왕래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도 없고, 중간에 선방을 이탈해서도 안될 만큼 규칙이 까다롭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수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었고, 서로들 각자가 이기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속에서도 마음 따뜻한 수행자를 참 많이 만났다. 몇 년이 지났어도 내 마음 한켠에 있는 수행자는 20대 후반의 인도네시아 스님이다.
이 사찰은 깊은 숲속에 있어 매일 청소를 하지 않고 3일에 한번, 대중이 대청소를 한다. 그런데 대중이 청소할 때,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화장실은 늘 깨끗했다. 화장실의 변기는 물론이고 주변에는 먼지티끌하나 없고, 휴지통은 늘 비워져 있었다.
게다가 화장실에 걸어놓는 수건도 하루 단위로 바뀌었다. 화장실을 드나들면서 ‘청소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는데, 도대체 누가 청소하는데 이렇게 깨끗하지?....’ 누가 이렇게 이쁜 짓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그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좌선 중간에 볼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스님이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귀엽게 생긴데다가 늘 생글 생글 웃고 다녀 마주치면 미소를 짓던 스님였다.
이 스님은 다른 수행자들이 쉬는 시간에 청소하면 수행자들이 불편할 것을 염려해 모든 사람들이 참선할 때 조용히 청소했던 것이다. 그 당시 그 스님이 선방에 온지 6개월쯤 되었다고 했으니 그 일을 꽤 오랫동안 해왔던 것이다.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 그 스님임을 알고 한국 물건을 하나 선물 했다. 볼 때마다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였다. 당시는 3개월 우기기간으로, 매일 밤낮으로 비가 퍼부었다.
한기가 들 정도로 비가 내려 으슬으슬 추울 때도 많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선방 입구에 생강차가 담긴 보온병(2L)이 놓여 있었다. 보온병 뚜껑에 ‘보시하는 것이니 누구나 드세요’라는 영문 글귀가 쓰여 있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누가 매일 뜨거운 생강차를 끓여다 놓는지, 누군지 모를 사람에게 감사하며 몇 차례 생강차를 마셨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도네시아 스님이 자신의 숙소에서 끓여다가 무거운 보온병을 선방으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그 스님이 끊인 생강차임을 알고, 또 한번 감탄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생강차를 그곳에서 마신 것 같다.
불교 경전에는 “내가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바라지 않는다.”고 하였다. 세상 살기가 힘들다보니, 모두들 이기주의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세상 살기가 힘들어도 마음 한켠에 여유의 빈방을 두어보자. 그 빈방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방이라고 이름 붙여보자
정운 <스님>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지혜가 조금 모자랄지라도 덕을 갖춘 따스한 수행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늦게 철이 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몇 년전, 미얀마(Myanmar)에서 수행할 때, 만난 한 스님의 보살행에 감동받은 추억 때문이다. 몇 년전, 미얀마로 두 번째 갔을 때는 굳은 마음을 먹은 터라 외국인에게 엄격한 판디타라마(Panditarama)수행센터를 선택했다.
이 수행처는 숙소가 각자 따로 있고, 내외국인이 선방에서 함께 수행하는 곳이다. 새벽 3시 반부터 밤 9시까지 중간 휴식이 2번 정도 있고, 평균 13시간을 선방에서 보내야 한다.
자국인끼리 숙소를 왕래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도 없고, 중간에 선방을 이탈해서도 안될 만큼 규칙이 까다롭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수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었고, 서로들 각자가 이기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속에서도 마음 따뜻한 수행자를 참 많이 만났다. 몇 년이 지났어도 내 마음 한켠에 있는 수행자는 20대 후반의 인도네시아 스님이다.
이 사찰은 깊은 숲속에 있어 매일 청소를 하지 않고 3일에 한번, 대중이 대청소를 한다. 그런데 대중이 청소할 때,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화장실은 늘 깨끗했다. 화장실의 변기는 물론이고 주변에는 먼지티끌하나 없고, 휴지통은 늘 비워져 있었다.
게다가 화장실에 걸어놓는 수건도 하루 단위로 바뀌었다. 화장실을 드나들면서 ‘청소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는데, 도대체 누가 청소하는데 이렇게 깨끗하지?....’ 누가 이렇게 이쁜 짓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그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좌선 중간에 볼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스님이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귀엽게 생긴데다가 늘 생글 생글 웃고 다녀 마주치면 미소를 짓던 스님였다.
이 스님은 다른 수행자들이 쉬는 시간에 청소하면 수행자들이 불편할 것을 염려해 모든 사람들이 참선할 때 조용히 청소했던 것이다. 그 당시 그 스님이 선방에 온지 6개월쯤 되었다고 했으니 그 일을 꽤 오랫동안 해왔던 것이다.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 그 스님임을 알고 한국 물건을 하나 선물 했다. 볼 때마다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였다. 당시는 3개월 우기기간으로, 매일 밤낮으로 비가 퍼부었다.
한기가 들 정도로 비가 내려 으슬으슬 추울 때도 많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선방 입구에 생강차가 담긴 보온병(2L)이 놓여 있었다. 보온병 뚜껑에 ‘보시하는 것이니 누구나 드세요’라는 영문 글귀가 쓰여 있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누가 매일 뜨거운 생강차를 끓여다 놓는지, 누군지 모를 사람에게 감사하며 몇 차례 생강차를 마셨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도네시아 스님이 자신의 숙소에서 끓여다가 무거운 보온병을 선방으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그 스님이 끊인 생강차임을 알고, 또 한번 감탄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생강차를 그곳에서 마신 것 같다.
불교 경전에는 “내가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바라지 않는다.”고 하였다. 세상 살기가 힘들다보니, 모두들 이기주의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세상 살기가 힘들어도 마음 한켠에 여유의 빈방을 두어보자. 그 빈방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방이라고 이름 붙여보자
정운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