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와 체면이 문제야
공짜와 체면이 문제야
by 운영자 2012.03.23
“뉴스를 안 보니 맘 편해 좋았다.” 보름 가까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소감을 묻는 친구들에게 역설적으로 대답했다. 뉴스를 안 봐도 궁금할 것도 없고,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풍요의 나라’로 인식됐던 스페인이 경제위기와 복지포퓰리즘 후유증으로 살인적인 청년실업에 골머리를 앓고, 수도 마드리드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목격하고 왔는데, 표를 끌어 모으려는 여야의 ‘복지상품’이 현란하다. 세상에 공짜란 없듯이 복지도 공짜가 아니다.
새로운 세금을 만들거나 세금을 크게 올리지 않겠다면서 반값 등록금·무상 급식·무상 보육·무상 의료와 일자리 만들겠다니 차기 정권의 재정은 화수분인가? 나라의 곳간이 비면 세금을 더 거두거나 국채를 발행하든지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게 보편적 진리다.
벌써 김칫국부터 마시려는 복지정책 후유증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0~5세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한다니 어린이집은 대기자들로 줄을 선다고 한다.
집에서 키우기만 해도 공짜 돈을 준다니 가난한 집, 부잣집 가리지 않고 천박한 공짜정신이 고개를 든다. 서울 강남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서도 매달 9만1200~14만5900원의 기초노령연금을 받게 된다니 퍼주기식 복지가 될게 뻔하다.
술자리에서 이어진 두 번 째 화제는 ‘부모의 눈물로 올리는 웨딩마치’라는 한 조간신문의 결혼식 체면문화 캠페인 기사다. 한 친구는 남매를 키워 딸을 먼저 결혼시켰으나 혼기가 지난 장남이 장가갈 생각을 안 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결혼하면 아파트까지 마련해주겠다고 설득할 정도로 살림살이는 괜찮은 편이다. 양성(兩性) 평등문화로 호주제가 폐지된 만큼 주거지도 이제는 신랑 측에 부담시킬게 아니라 양가에서 함께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또한 친구는 딸만 둘 낳아 장녀는 결혼시켜 외손자를 보았고, 혼기가 지난 둘째 딸이 결혼을 미루다 올들어 생각이 바뀌어 다행이라고 한다. 결혼비용은 준비됐느냐고 묻자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단호한 입장이다.
“대학까지 공부시켰으면 부모의 역할은 끝났다”고 강조한다. 출가한 딸이 부모 노후를 책임지지 못할 것이고, 자식에게 기댈 생각도 없다며 선을 긋는다.
캠페인 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안에 결혼한 전국 신혼부부 310쌍을 조사한 결과, 집 구하고 식 올리고 예물·예단·혼수·신혼여행을 해결하는 데 평균 2억808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3년 만에 3000만원 넘게 올랐다는 것이다.
그 많은 비용을 자식들이 해결할 수 없으니 부모는 노후대비를 포기하고 빚까지 지며 지원해줄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필요, 과시하고 싶은 욕망, 부모의 애정과 자녀의 욕심이 맞물려 결혼비용은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추세다.
바가지 비용을 감수하며 호텔결혼식을 올리는 풍조도 체면과 과시풍조의 극치지만, 하객 입장에서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우리 세대는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고, 셋방에서 시작하여 살림을 한 가지씩 불려가는 재미로 살았다”는 얘기는 선사시대 결혼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천박한 공짜정신과 결혼식 체면문화가 나라살림과 가계를 거덜 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규섭 <시인>
‘풍요의 나라’로 인식됐던 스페인이 경제위기와 복지포퓰리즘 후유증으로 살인적인 청년실업에 골머리를 앓고, 수도 마드리드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목격하고 왔는데, 표를 끌어 모으려는 여야의 ‘복지상품’이 현란하다. 세상에 공짜란 없듯이 복지도 공짜가 아니다.
새로운 세금을 만들거나 세금을 크게 올리지 않겠다면서 반값 등록금·무상 급식·무상 보육·무상 의료와 일자리 만들겠다니 차기 정권의 재정은 화수분인가? 나라의 곳간이 비면 세금을 더 거두거나 국채를 발행하든지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게 보편적 진리다.
벌써 김칫국부터 마시려는 복지정책 후유증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0~5세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한다니 어린이집은 대기자들로 줄을 선다고 한다.
집에서 키우기만 해도 공짜 돈을 준다니 가난한 집, 부잣집 가리지 않고 천박한 공짜정신이 고개를 든다. 서울 강남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서도 매달 9만1200~14만5900원의 기초노령연금을 받게 된다니 퍼주기식 복지가 될게 뻔하다.
술자리에서 이어진 두 번 째 화제는 ‘부모의 눈물로 올리는 웨딩마치’라는 한 조간신문의 결혼식 체면문화 캠페인 기사다. 한 친구는 남매를 키워 딸을 먼저 결혼시켰으나 혼기가 지난 장남이 장가갈 생각을 안 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결혼하면 아파트까지 마련해주겠다고 설득할 정도로 살림살이는 괜찮은 편이다. 양성(兩性) 평등문화로 호주제가 폐지된 만큼 주거지도 이제는 신랑 측에 부담시킬게 아니라 양가에서 함께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또한 친구는 딸만 둘 낳아 장녀는 결혼시켜 외손자를 보았고, 혼기가 지난 둘째 딸이 결혼을 미루다 올들어 생각이 바뀌어 다행이라고 한다. 결혼비용은 준비됐느냐고 묻자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단호한 입장이다.
“대학까지 공부시켰으면 부모의 역할은 끝났다”고 강조한다. 출가한 딸이 부모 노후를 책임지지 못할 것이고, 자식에게 기댈 생각도 없다며 선을 긋는다.
캠페인 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안에 결혼한 전국 신혼부부 310쌍을 조사한 결과, 집 구하고 식 올리고 예물·예단·혼수·신혼여행을 해결하는 데 평균 2억808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3년 만에 3000만원 넘게 올랐다는 것이다.
그 많은 비용을 자식들이 해결할 수 없으니 부모는 노후대비를 포기하고 빚까지 지며 지원해줄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필요, 과시하고 싶은 욕망, 부모의 애정과 자녀의 욕심이 맞물려 결혼비용은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추세다.
바가지 비용을 감수하며 호텔결혼식을 올리는 풍조도 체면과 과시풍조의 극치지만, 하객 입장에서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우리 세대는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고, 셋방에서 시작하여 살림을 한 가지씩 불려가는 재미로 살았다”는 얘기는 선사시대 결혼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천박한 공짜정신과 결혼식 체면문화가 나라살림과 가계를 거덜 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