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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디가?"

"엄마 어디가?"

by 운영자 2012.04.09

아침부터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해도 아이들은 더 이상 “엄마 어디 가?”하고 묻지 않는다고 합니다. 엄마가 어디에서 무얼 할지 빤히 알기 때문이지요. 각각 10년, 5년. 두 사람은 꾸준한 자원봉사로 그 시간을 채워왔습니다.

쉰 살 동갑내기, 생김새는 어디 하나 닮은 곳이 없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깜짝 놀랄 정도로 닮은 구석이 있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같은 학교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니는 바람에 두 사람 역시 나란히 학교운영위원회 일을 하게 됐고 그렇게 친구가 됐습니다.

홀시아버지와 남편, 아들 둘. 그동안 받은 복이 많은데 갚으려니 나눌 물질은 부족하고 그래서 직접 몸으로 뛰는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또 한 쪽은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심심하고 지루하던 차에 봉사활동 권유를 받게 되어 따라나섰다고 합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긴 그 시작이 참으로 순수합니다.

복지관에서 이들이 하는 업무는 어르신들 등록과 접수, 안내, 수업 및 행사지원, 야외활동 동행 등 그 범위도 경계도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어떤 때는 자격증을 가진 새내기 사회복지사보다 훨씬 많이 알고 현장 적응력이 강합니다. 그래도 자신들의 역할을 넘어 간섭을 하거나 앞에 나서는 법이 없습니다. 그 철저함이 또 놀랍습니다.

거기다가 이들은 3년 전부터 또 다른 일에 의기투합했습니다. 30여 명의 장애인이 모여 살고 있는 ‘브니엘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준비해간 반찬으로 밥상을 차리고 식사를 마친 후 설거지를 해놓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끔이지만 서른 명의 식사를 챙기는 게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즉시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니요. 밥하고 반찬하고 설거지하는 거야 주부가 늘 하는 일인데요, 뭐. 땀 뻘뻘 흘리며 일하고 밖으로 나오면 온몸에 와 닿는 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그 맛에 해요, 호호호.”

도움을 주는 것보다 자신들이 배우는 게 훨씬 더 많다는 두 사람에게 자원봉사를 하기 전과 후,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한 사람은 ‘예전에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보다는 내 주장을 많이 했는데, 확실히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서 귀를 기울이게 됐다’고 했고, 또 한 사람은 ‘아무래도 바쁘니까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여기저기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 쓰게 됐다’고 합니다.

3년 째 두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는 여전히 궁금합니다. 두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 대답은 오래도록 제게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나서지 못하는 저를 계속 부끄럽게 만들 것입니다.

두 사람의 이름은 서울동작노인종합복지관의 성기희 자원봉사자와 김화정 자원봉사자입니다.

유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