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꽃놀이
by 운영자 2012.04.12
3월과 4월은 전국 곳곳에서 꽃 축제가 상춘객을 유혹한다. 광양의 매화축제기간에는 구례 산동면에서 산수유 축제가 열리고, 3월말-4월초에는 경상북도 의성군에서도 산수유 축제가 열린다.
나도 3월 마지막 주말에 광양국제매화축제에 다녀왔지만, 이러한 축제에 참가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이번에 매화축제에 찾아간 것은 책 내용 중 매화 꽃을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꽃축제'는 해마다 성공을 예측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기후의 변화로 꽃이 인간의 예상대로 피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광양국제매화축제도 꽃이 활짝 피지 않아 실패했다.
나도 축제에 찾은 차량 탓에 입구에서 한 시간 넘게 섬진강을 즐긴 후에야 겨우 매화밭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매화는 절반도 꽃을 피우지 않았다. 매화꽃보다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봄철에 목련꽃으로 풍선놀이를 즐긴다. 캠퍼스에 목련이 만개했다. '나무 붓'처럼 생긴 꽃봉오리가 하늘을 향해 피어날 즈음, 학생들을 데리고 꽃을 감상하고, 다시 꽃잎이 바람에 떨어질 즈음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꽃잎을 주워 입으로 불면서 풍선놀이를 즐긴다.
이 놀이는 내가 가장 즐기는 꽃놀이면서 학생들에게 꽃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데 아주 유익한 방법이다.
순백의 목련꽃이 풍선으로 변하는 순간, 그 장면을 본 모든 학생들이 일제히 탄성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꽃의 변신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목련꽃이 다른 꽃과 달리 풍선으로 변하는 것은 꽃잎이 스펀지처럼 두툼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떨어진 목련꽃을 만지는 순간,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경험에 전율한다. 나는 이런 경험을 즐긴다. 이런 경험이야말로 학생들의 몸속에 있는 창의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몸속에 무한한 창의성을 갖추고 있다. 나는 생명체가 이런 창의성을 얼마나 많이 드러낼 수 있느냐에 따라 행복지수가 결정된다고 믿는다. 한 인간이 잠재하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낯선 경험에 익숙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몸속에 잠재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늘 익숙한 일에 머물면 몸에 잠재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목련꽃을 보지만 떨어진 꽃잎으로 풍선 놀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떨어진 꽃잎에는 관심조차 없기 때문이다.
떨어진 꽃잎도 꽃이다. 떨어졌다고 꽃잎이 아니라면 돌아가신 부모를 부모라 여기지 않는 것과 같다. 목련처럼 떨어진 꽃잎으로 풍선 놀이를 하지 않더라도 떨어진 꽃잎 한 장 손에 드는 순간,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몸부림친 나무의 삶이 온 몸으로 전해진다. 떨어진 꽃잎을 손에 들고 다시 꽃이 떨어진 나뭇가지에 다가가서 그 흔적을 바라보면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몸부림친 나무의 아픔이 남아 있다.
진정한 꽃놀이는 활짝 핀 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다. 그러니 꽃놀이는 먼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한 그루 나무가 피운 꽃을 사랑하는 일이다. 나무를 사랑하는 자만이 꽃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
강판권 <교수>
나도 3월 마지막 주말에 광양국제매화축제에 다녀왔지만, 이러한 축제에 참가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이번에 매화축제에 찾아간 것은 책 내용 중 매화 꽃을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꽃축제'는 해마다 성공을 예측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기후의 변화로 꽃이 인간의 예상대로 피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광양국제매화축제도 꽃이 활짝 피지 않아 실패했다.
나도 축제에 찾은 차량 탓에 입구에서 한 시간 넘게 섬진강을 즐긴 후에야 겨우 매화밭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매화는 절반도 꽃을 피우지 않았다. 매화꽃보다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봄철에 목련꽃으로 풍선놀이를 즐긴다. 캠퍼스에 목련이 만개했다. '나무 붓'처럼 생긴 꽃봉오리가 하늘을 향해 피어날 즈음, 학생들을 데리고 꽃을 감상하고, 다시 꽃잎이 바람에 떨어질 즈음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꽃잎을 주워 입으로 불면서 풍선놀이를 즐긴다.
이 놀이는 내가 가장 즐기는 꽃놀이면서 학생들에게 꽃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데 아주 유익한 방법이다.
순백의 목련꽃이 풍선으로 변하는 순간, 그 장면을 본 모든 학생들이 일제히 탄성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꽃의 변신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목련꽃이 다른 꽃과 달리 풍선으로 변하는 것은 꽃잎이 스펀지처럼 두툼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떨어진 목련꽃을 만지는 순간,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경험에 전율한다. 나는 이런 경험을 즐긴다. 이런 경험이야말로 학생들의 몸속에 있는 창의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몸속에 무한한 창의성을 갖추고 있다. 나는 생명체가 이런 창의성을 얼마나 많이 드러낼 수 있느냐에 따라 행복지수가 결정된다고 믿는다. 한 인간이 잠재하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낯선 경험에 익숙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몸속에 잠재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늘 익숙한 일에 머물면 몸에 잠재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목련꽃을 보지만 떨어진 꽃잎으로 풍선 놀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떨어진 꽃잎에는 관심조차 없기 때문이다.
떨어진 꽃잎도 꽃이다. 떨어졌다고 꽃잎이 아니라면 돌아가신 부모를 부모라 여기지 않는 것과 같다. 목련처럼 떨어진 꽃잎으로 풍선 놀이를 하지 않더라도 떨어진 꽃잎 한 장 손에 드는 순간,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몸부림친 나무의 삶이 온 몸으로 전해진다. 떨어진 꽃잎을 손에 들고 다시 꽃이 떨어진 나뭇가지에 다가가서 그 흔적을 바라보면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몸부림친 나무의 아픔이 남아 있다.
진정한 꽃놀이는 활짝 핀 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다. 그러니 꽃놀이는 먼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한 그루 나무가 피운 꽃을 사랑하는 일이다. 나무를 사랑하는 자만이 꽃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
강판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