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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벗어라

가면을 벗어라

by 운영자 2012.04.17

“사람들은 나를 강연 장소까지 태워다 주고 강단까지 휠체어를 밀어줌으로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내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 상황에서 나는 그저 그들의 자기만족을 위해 이용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이 ‘좋은 사람’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진짜 좋은 사람이었다면 내가 집에 안전하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도 신경 쓸 것입니다.”

이 내용은 <인생수업>이라는 책자에서 인용한 것이다. 진실한 모습으로 존재하라는 내용 가운데 일부분으로, 이 책의 저자인 엘리자베스는 호스피스 일을 하며 강연을 하는 강사이다.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이기심과 이타심을 하나로 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으로 이기심을 갖고 있고, 이기심의 에너지로 남들과 경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이기심을 충족시키려면 남들의 이목이나 시선을 신경쓸 수 밖에 없다. 남의 행동을 관찰하고 남의 생각을 헤아리며,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

그러기 때문에 이타심으로 남을 돕게 되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걸인에게 적선을 하는 것도 나의 마음이 편해지려는 이기심에서 나오는 것이고, 부자가 빈민을 돕는 것도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인데, 자신의 명예를 위한 그 이기심이 자신이 지출한 돈에 대한 이기심보다 더 크기 때문에 행동한다는 것이다.

불교 사상적인 관점에서도 애덤 스미스의 이론은 어느 정도 부합된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심성을 극단적으로 ‘착하다, 악하다’고 정의하지 않는다.

가능성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마음 닦는 명상이나 수행을 통해 진정한 인간(성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즉 사람은 어느 누구나 이기심과 이타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어느 쪽으로 자신을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천사가 되기도 하고, 악마가 되기도 한다.

물건이나 금전으로 남에게 베푸는 것을 불교에서는 보시布施라고 한다. 그런데 남에게 무언가를 베풀 때 생색을 내지도 말고, 상대에게 보답을 바라지 않아야하며, ‘착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위해 행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착한 행위를 함으로서 다음 세상에 좋은 곳에 태어나고자 하는 보답을 바라고 복 짓지 말라는 뜻이다.

한편 부부, 형제, 자식, 친구 등 인간관계에서도 내가 베풀고 사랑한 만큼 상대방에게 보답을 바란다.

아니 자신이 사랑한 것보다 더 큰 요구를 한다. 만약 그 보답의 사랑이 오지 않으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이별한다.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지 않고 ‘보답’이라는 조건을 염두하기 때문에 참다운 인연으로 발전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스님으로서 신도들이나 학생들 앞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이고, 베풀려고 노력한다. 솔직함이 인간적인 신뢰감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님으로서 베푸는 모습이 수행자답다고 생각해서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것도 위선을 가장한 행동이 아니었는지 내면의 나를 들여다본다.

선행을 가장한 위선, 이타심을 가장한 이기심이 아니었는가를 반성해보자.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지 않고 자신의 이기심이 담긴 사랑, 보답을 요구한 인연 맺기였는지를 생각해보자.

진정한 마음이 아니라면 차라리 베풀지 않는 것이 나으며, 착한 사람처럼 억지 행위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 솔직한 모습으로 서로에게 다가가자. 진실한 모습으로....
정운<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