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산과 휴대폰
봄 산과 휴대폰
by 운영자 2012.04.24
봄의 산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겨우내 준비한 갈잎나무들이 하나 둘씩 꽃과 잎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 산을 보면 내 마음도 덩달아 부풀고, 산의 높이만큼 꿈도 커진다.
봄 산의 나무들은 때론 붉은 꽃으로, 때론 연두색으로 치장하면서 온갖 동물들을 유혹한다. 봄 산은 하루 종일 바라봐도 황홀해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산으로 옮긴다.
봄 산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산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실체를 알 수 없다. 산으로 들어가는 순간, 산의 몸매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산의 몸매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간은 해가 산 너머 사라진 뒤이다.
나는 이 시간을 무척 즐긴다. 그런데 산의 실체를 보기 위해 산 가까이의 개울을 만나면 산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산의 실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개울의 물은 산의 나무뿌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봄 산에는 새와 벌들도 무척 분주하다. 새와 벌들은 바삐 꽃을 쫓아다닌다. 그러나 사실은 나무가 벌을 유인한 것이다. 나무는 꽃의 향기로 동물을 유인한다.
그래야만 수정을 통해 후손인 열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새들이 꽃잎을 따먹는 모습을 보노라면 꽃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수 없지만, 나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새야말로 나무의 후손을 만들어주는 은인일 때가 있다.
나무의 성장과정을 보면 생명체간의 상부상조가 이 세상을 무척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의 이치처럼 이 세상도 상부상조의 정신을 발휘할 수 있어야 더불어 살 수 있다.
꽃이 만발한 봄 산에서 벌과 새들은 나무에서 아무 걱정 없이 잔치를 벌일 수는 없다. 특히 벌들은 이전에 비해 꽃을 찾으면서도 늘 경계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왜냐하면 인간들의 휴대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산에 올 때도 거의 예외 없이 휴대폰을 소지한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휴대폰은 산에서도 긴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지만 문제는 필요 없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산에서도 큰 소리로 상대방과 전화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자파가 벌의 움직임을 심하게 방해할 뿐 아니라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그래서 산에서는 아주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산에서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야하는 이유는 벌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미래 때문이다.
만약 꽃에 벌이 오지 않는다면 적지 않은 나무들은 열매를 맺을 수 없고, 열매를 맺지 않는다면 나무의 후손도 번창할 수 없다. 나무의 후손이 번창하지 않는다면 인간을 비롯한 각종 생명체들의 운명도 매우 불안하다.
산에서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은 봄 산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생명체 간에 예의를 차릴 때 매년 봄 산은 부풀어 오른다. 부풀어 오른 봄 산에서 새와 벌들의 잔치가 요란할수록 인간들도 덩달아 춤출 수 있다.
만약 인간이 산에 올랐을 때 벌과 새들이 잔치를 벌이지 않는다면, 인간은 더 이상 산에 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연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산에서 휴대폰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강판권 <교수>
봄 산의 나무들은 때론 붉은 꽃으로, 때론 연두색으로 치장하면서 온갖 동물들을 유혹한다. 봄 산은 하루 종일 바라봐도 황홀해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산으로 옮긴다.
봄 산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산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실체를 알 수 없다. 산으로 들어가는 순간, 산의 몸매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산의 몸매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간은 해가 산 너머 사라진 뒤이다.
나는 이 시간을 무척 즐긴다. 그런데 산의 실체를 보기 위해 산 가까이의 개울을 만나면 산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산의 실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개울의 물은 산의 나무뿌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봄 산에는 새와 벌들도 무척 분주하다. 새와 벌들은 바삐 꽃을 쫓아다닌다. 그러나 사실은 나무가 벌을 유인한 것이다. 나무는 꽃의 향기로 동물을 유인한다.
그래야만 수정을 통해 후손인 열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새들이 꽃잎을 따먹는 모습을 보노라면 꽃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수 없지만, 나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새야말로 나무의 후손을 만들어주는 은인일 때가 있다.
나무의 성장과정을 보면 생명체간의 상부상조가 이 세상을 무척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의 이치처럼 이 세상도 상부상조의 정신을 발휘할 수 있어야 더불어 살 수 있다.
꽃이 만발한 봄 산에서 벌과 새들은 나무에서 아무 걱정 없이 잔치를 벌일 수는 없다. 특히 벌들은 이전에 비해 꽃을 찾으면서도 늘 경계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왜냐하면 인간들의 휴대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산에 올 때도 거의 예외 없이 휴대폰을 소지한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휴대폰은 산에서도 긴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지만 문제는 필요 없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산에서도 큰 소리로 상대방과 전화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자파가 벌의 움직임을 심하게 방해할 뿐 아니라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그래서 산에서는 아주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산에서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야하는 이유는 벌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미래 때문이다.
만약 꽃에 벌이 오지 않는다면 적지 않은 나무들은 열매를 맺을 수 없고, 열매를 맺지 않는다면 나무의 후손도 번창할 수 없다. 나무의 후손이 번창하지 않는다면 인간을 비롯한 각종 생명체들의 운명도 매우 불안하다.
산에서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은 봄 산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생명체 간에 예의를 차릴 때 매년 봄 산은 부풀어 오른다. 부풀어 오른 봄 산에서 새와 벌들의 잔치가 요란할수록 인간들도 덩달아 춤출 수 있다.
만약 인간이 산에 올랐을 때 벌과 새들이 잔치를 벌이지 않는다면, 인간은 더 이상 산에 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연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산에서 휴대폰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강판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