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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부터 해주면 어떨까요?

칭찬부터 해주면 어떨까요?

by 운영자 2012.05.07

지난주에 저는 부산에서 열린 한 학술대회에 참석해 짧은 발표를 하나 했습니다. 30분 남짓한 발표를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그것도 식구들 다 집에 있는 토요일에 다녀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좋은 경험이기도 하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모임에 속해있는 부산 회원들을 만나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응낙을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주어진 시간은 짧으니 정말 엄청 빠르게 정신없이 발표를 하고 무대에서 내려오니 부산의 회원들이 모여 밝은 웃음으로 반겨줍니다. 지난 해 여름 전체 행사에서 만난 회원이 반 정도, 처음 만나는 회원이 반 정도였는데 초면인 경우 속으로 인터넷의 닉네임과 눈앞에 있는 얼굴을 한 사람씩 맞춰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서울행 기차 출발까지는 약 세 시간, 돌아가며 인사를 나누고 앞으로 모임의 방향과 행사 등을 논의해야 했고 거기다가 밥까지 먹어야 하니 즐거운 마음에 더해 분주하기까지 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한숨 돌리는데 한 회원이 불쑥 한 마디 합니다. 발표가 너무 빨라 정신이 없었고, 거의 못 알아들었다는 촌평이었습니다.

그럴 수 있는 일이었지만 막상 땀이 채 식기도 전에 그런 말을 들으니 좀 민망했습니다. 옆에 앉은 회원이 정해진 시간이 너무 짧아서 엄청 마음 바빴을 것 같다고 슬쩍 거들어 줍니다.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황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자신은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라면서 같은 평을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솔직히 제 자신도 강의 결과에 대해 늘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실망해 이 일을 계속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도 하고, 때론 부족함을 되짚어보면서 좀 더 노력해야겠다고 결심도 합니다.

그러나 초면에, 면전에 대고, 그것도 여럿이 둘러앉은 친교의 자리에서 같은 모임 회원에게서 듣는 강한 어조의 판단은 불편했습니다. 저보다 인생의 선배이시니 앞에 수고 많았다는 치하의 말이라도 붙이고 시작했더라면 훨씬 부드럽고 좋았을 것입니다. 그랬더라면 저의 부족함을 되새기면서도 힘을 얻었을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다 갖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하고 비난하면서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사람이 저럴 수도 있구나!’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그날 서울로 향하는 밤기차 안에서 저 역시 초점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사람 면전에서 그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지 뭐,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뭐 어때…’ 하고요. 그러고 나니 불편했던 마음이 비로소 가라앉으며 스르르 눈이 감겼습니다.

유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