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없고, 그곳엔 있는
이곳에 없고, 그곳엔 있는
by 운영자 2012.05.09
아침에 메일을 확인하다 반가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구자철 선수가 다시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던 그가 둥지를 옮기면서 마음껏 도약을 하는 것 같아 제목만 보고도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마침 동영상도 올라와 있어 골을 넣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멋진 골이었습니다.
공중으로 유연하게 날아올라 정확히 골대 한 구석으로 공을 날리는, 그 순간 구자철 선수와 공 외에는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은,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헤딩골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골을 넣은 뒤의 세리머니가 특이했습니다. 상의를 올려 가슴을 보이기에 빨래판 같은 복근을 자랑하는가 싶었는데, 그는 이내 하의를 얼마큼 내리고 있었습니다.
현지 중계진조차 카메라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그 순간, 그의 속옷 가장 윗부분에 적힌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한글로 적힌 글이었습니다.
일부러 적어 나왔음이 분명한 그 글을 보인 뒤 그는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과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행동은 서로가 연관이 있다 여겨졌는데, 그렇다면 누구의 명복을 비는 것일까 사연이 궁금해졌습니다.
구자철의 세리머니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된 것이지만, 2011년 5월 6일 한국 축구계에는 슬픈 일이 있었습니다. 24살의 젊은 축구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키퍼였던 윤기원 선수가 한 휴게소 자동차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이 된 것이었습니다. 경찰이 발표한 공식 사인은 자살이었습니다.
몇 가지 추정되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 일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고, 이내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구자철 선수의 골이 터진 같은 날 윤기원 선수가 속했던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도 축구 시합이 있었지만, 윤기원 선수를 기억하는 묵념이나 추모의 시간은 따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역만리 독일 땅에서 구자철 선수가 멋진 골을 넣은 뒤 그를 추모하는 세리머니를 통해 세상에 그의 죽음을 알린 것이었습니다. 마땅히 이 땅에서 있어야 할 일이 독일 땅에서 일어난 것이었지요.
독일에서 목회를 할 때 한국의 농촌 이장 4명을 독일로 초대한 적이 있습니다. 성탄절을 맞아 가진 특별행사였습니다. 유럽의 앞선 농촌현장을 보여주거나 선진농업기술을 일러주거나 하는, 대단하거나 거창한 취지를 가진 행사는 아니었습니다.
한 가지 우리가 가졌던 마음은 농촌을 지키고 있는 이장들께 우리의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무도 당신들이 아픔을 기억하지 않는 것이 아니랍니다, 누군가 당신들의 아픔과 절망을 함께 아파하는 이들이 있답니다, 그 마음 하나 전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로부터 오늘날 한국의 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와 아픔 애써 참고 있는 절망 등을 이야기 들었고, 이야기를 듣고는 함께 눈물을 흘리며 함께 안타까워했습니다. 직장에서 퇴직을 하면 농촌에 들어가 여생을 보내겠다는 교우도 있었습니다. 그분들과 헤어지는 순간, 뜨거운 눈물로 뜻밖의 초대를 고마워하던 이장들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일을 두고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이들은 무관심하고, 생각지 못한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경우를 봅니다. 그럴 때마다 무관심에는 부끄러움을, 관심에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이곳에는 없고 저곳에는 있는, 그런 일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희철 <목사>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던 그가 둥지를 옮기면서 마음껏 도약을 하는 것 같아 제목만 보고도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마침 동영상도 올라와 있어 골을 넣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멋진 골이었습니다.
공중으로 유연하게 날아올라 정확히 골대 한 구석으로 공을 날리는, 그 순간 구자철 선수와 공 외에는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은,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헤딩골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골을 넣은 뒤의 세리머니가 특이했습니다. 상의를 올려 가슴을 보이기에 빨래판 같은 복근을 자랑하는가 싶었는데, 그는 이내 하의를 얼마큼 내리고 있었습니다.
현지 중계진조차 카메라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그 순간, 그의 속옷 가장 윗부분에 적힌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한글로 적힌 글이었습니다.
일부러 적어 나왔음이 분명한 그 글을 보인 뒤 그는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과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행동은 서로가 연관이 있다 여겨졌는데, 그렇다면 누구의 명복을 비는 것일까 사연이 궁금해졌습니다.
구자철의 세리머니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된 것이지만, 2011년 5월 6일 한국 축구계에는 슬픈 일이 있었습니다. 24살의 젊은 축구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키퍼였던 윤기원 선수가 한 휴게소 자동차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이 된 것이었습니다. 경찰이 발표한 공식 사인은 자살이었습니다.
몇 가지 추정되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 일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고, 이내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구자철 선수의 골이 터진 같은 날 윤기원 선수가 속했던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도 축구 시합이 있었지만, 윤기원 선수를 기억하는 묵념이나 추모의 시간은 따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역만리 독일 땅에서 구자철 선수가 멋진 골을 넣은 뒤 그를 추모하는 세리머니를 통해 세상에 그의 죽음을 알린 것이었습니다. 마땅히 이 땅에서 있어야 할 일이 독일 땅에서 일어난 것이었지요.
독일에서 목회를 할 때 한국의 농촌 이장 4명을 독일로 초대한 적이 있습니다. 성탄절을 맞아 가진 특별행사였습니다. 유럽의 앞선 농촌현장을 보여주거나 선진농업기술을 일러주거나 하는, 대단하거나 거창한 취지를 가진 행사는 아니었습니다.
한 가지 우리가 가졌던 마음은 농촌을 지키고 있는 이장들께 우리의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무도 당신들이 아픔을 기억하지 않는 것이 아니랍니다, 누군가 당신들의 아픔과 절망을 함께 아파하는 이들이 있답니다, 그 마음 하나 전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로부터 오늘날 한국의 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와 아픔 애써 참고 있는 절망 등을 이야기 들었고, 이야기를 듣고는 함께 눈물을 흘리며 함께 안타까워했습니다. 직장에서 퇴직을 하면 농촌에 들어가 여생을 보내겠다는 교우도 있었습니다. 그분들과 헤어지는 순간, 뜨거운 눈물로 뜻밖의 초대를 고마워하던 이장들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일을 두고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이들은 무관심하고, 생각지 못한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경우를 봅니다. 그럴 때마다 무관심에는 부끄러움을, 관심에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이곳에는 없고 저곳에는 있는, 그런 일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희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