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건 꽃뿐인가?
철없는 건 꽃뿐인가?
by 운영자 2012.05.11
꽃길을 걸으며 펼치는 꽃 꿈은 꽃처럼 아름답다. 꽃잎끼리 볼 부비며 뿜어내는 꽃향기에 취하면 헛되고 헛된 욕망은 바람에 흩어진다. 팍팍한 삶의 시름 잠시 내려놓고 꽃 마중 나가면 세상은 환한 꽃밭이 된다.
100여 건이 넘는 전국의 봄꽃축제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연휴 고양국제꽃박람회장을 찾았다. 입장권 매표소부터 장사진이다. 입장료도 일반 1만원으로 녹록치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면 1,000원 할인해 준다.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고 확인하느라 시간이 더 걸린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니 성화(聖火) 모양의 ‘월드 플라워 타워’가 위용을 뽐낸다.
런던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꽃박람회 주제를 ‘세계 꽃 올림피아드’로 정했다고 한다.
수출 화훼와 신품종 등을 전시한 실내전시관은 인파에 떠밀려 차분하게 관람하지 못했다. 카메라와 휴대폰 셔터를 누르느라 북새통이다.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과 희귀식물을 전시한 ‘코리아 스페셜관’이 눈길을 끈다. ‘끈끈이주걱’, ‘끈끈이귀개’, ‘토종 통발’ 등은 우리나라 문헌에 14종밖에 없다는 식충식물이라고 한다.
벌레잡이 식물을 키운 매니아에게 궁금증을 확인했다. ‘토종 통발’은 포충낭의 입구에 있는 감각모를 물벼룩 등이 건들이면 덫 안쪽의 압력이 외부압력보다 낮기 때문에 물과 함께 벌레를 흡입하게 된다는 것.
모기 천적인 ‘바이브리스’는 수염 끝부분 세포에 있는 작은 구멍에서 끈끈한 물이 나와 모기가 달라붙으면 꼼짝 못한다니 신기하다.
호주산 끈끈이주걱 ‘버마니’, 남미 베네수엘라의 테이블마운틴에서만 서식 한다는 ‘헬리암포라’도 처음 보는 벌레잡이 식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식물들의 자기보호 본능도 동물 못지않다. 소나무 숲에는 다른 식물은 물론 새끼 솔 마저 자라지 못하는 현상은 뿌리에서 갈로타닌이라는 타감물질(他感物質)이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겨우내 집안에서 키우다 베란다에 내 놓은 로즈마리도 바람이 불거나 손으로 슬쩍 건드려야 짙은 향이 나는 것도 침입자들을 재빠르게 쫓아내려는 보호본능이라니 ‘스컹크’가 내뿜는 화학물질과 다를 바 없다.
빨갛고 노란 원색의 튤립이 자태를 뽐내는 야외 테마전시장은 신록의 싱그러움과 호수가 어우러져 그림 속을 산책하듯 눈이 부시다. 꽃으로 장식한 오륜 꽃 조형물도 눈을 즐겁게 한다.
꽃밭에 들어가거나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감상하라는 푯말과 실버 안내원의 호르라기 소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꽃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 얌체족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밀회의 정원’이라 이름붙인 장미정원과 꽃 호박 터널은 철 이른 장미와 호박을 옮겨 심어 꽃과 줄기가 시들어 볼썽사납다. 과일도 제철 과일이 맛있듯 철따라 피는 꽃이 아름답다.
꽃밭에 들어가는 얌체족이나, 외진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양심불량족도 철딱서니 없기는 마찬가지다. 철이 든다는 것은 제 철을 알고 분수를 지키는 성숙한 인간이라는 것은 평범한 진리다.
욕망의 덫에 걸려 잇속을 챙기다 쇠고랑을 차는 사람들이야말로 철없이 피는 꽃 보다 더 철딱서니 없어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한다.
이규섭 <시인>
100여 건이 넘는 전국의 봄꽃축제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연휴 고양국제꽃박람회장을 찾았다. 입장권 매표소부터 장사진이다. 입장료도 일반 1만원으로 녹록치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면 1,000원 할인해 준다.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고 확인하느라 시간이 더 걸린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니 성화(聖火) 모양의 ‘월드 플라워 타워’가 위용을 뽐낸다.
런던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꽃박람회 주제를 ‘세계 꽃 올림피아드’로 정했다고 한다.
수출 화훼와 신품종 등을 전시한 실내전시관은 인파에 떠밀려 차분하게 관람하지 못했다. 카메라와 휴대폰 셔터를 누르느라 북새통이다.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과 희귀식물을 전시한 ‘코리아 스페셜관’이 눈길을 끈다. ‘끈끈이주걱’, ‘끈끈이귀개’, ‘토종 통발’ 등은 우리나라 문헌에 14종밖에 없다는 식충식물이라고 한다.
벌레잡이 식물을 키운 매니아에게 궁금증을 확인했다. ‘토종 통발’은 포충낭의 입구에 있는 감각모를 물벼룩 등이 건들이면 덫 안쪽의 압력이 외부압력보다 낮기 때문에 물과 함께 벌레를 흡입하게 된다는 것.
모기 천적인 ‘바이브리스’는 수염 끝부분 세포에 있는 작은 구멍에서 끈끈한 물이 나와 모기가 달라붙으면 꼼짝 못한다니 신기하다.
호주산 끈끈이주걱 ‘버마니’, 남미 베네수엘라의 테이블마운틴에서만 서식 한다는 ‘헬리암포라’도 처음 보는 벌레잡이 식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식물들의 자기보호 본능도 동물 못지않다. 소나무 숲에는 다른 식물은 물론 새끼 솔 마저 자라지 못하는 현상은 뿌리에서 갈로타닌이라는 타감물질(他感物質)이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겨우내 집안에서 키우다 베란다에 내 놓은 로즈마리도 바람이 불거나 손으로 슬쩍 건드려야 짙은 향이 나는 것도 침입자들을 재빠르게 쫓아내려는 보호본능이라니 ‘스컹크’가 내뿜는 화학물질과 다를 바 없다.
빨갛고 노란 원색의 튤립이 자태를 뽐내는 야외 테마전시장은 신록의 싱그러움과 호수가 어우러져 그림 속을 산책하듯 눈이 부시다. 꽃으로 장식한 오륜 꽃 조형물도 눈을 즐겁게 한다.
꽃밭에 들어가거나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감상하라는 푯말과 실버 안내원의 호르라기 소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꽃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 얌체족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밀회의 정원’이라 이름붙인 장미정원과 꽃 호박 터널은 철 이른 장미와 호박을 옮겨 심어 꽃과 줄기가 시들어 볼썽사납다. 과일도 제철 과일이 맛있듯 철따라 피는 꽃이 아름답다.
꽃밭에 들어가는 얌체족이나, 외진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양심불량족도 철딱서니 없기는 마찬가지다. 철이 든다는 것은 제 철을 알고 분수를 지키는 성숙한 인간이라는 것은 평범한 진리다.
욕망의 덫에 걸려 잇속을 챙기다 쇠고랑을 차는 사람들이야말로 철없이 피는 꽃 보다 더 철딱서니 없어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한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