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의 진솔한 고백
가족사의 진솔한 고백
by 운영자 2012.06.01
어느 가정이든 숨기고 싶은 가족사가 있기 마련이다. 명망가나 재벌가도 마찬가지다.
가슴 속 깊이 감춰둔 이야기를 꺼내 들려준다는 건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최근에 출간 된 김주영 장편소설 ‘잘 가요 엄마’(문학동네)는 소설의 형식을 빌어 ‘숨기고 싶은 가족사’를 진솔하게 털어 놓아 전율을 느꼈다.
칠순을 훌쩍 넘긴 원로 작가는 “사랑, 맹세, 배려, 겸손과 같은 눈부신 형용과 고결한 수사들은 속임수와 허물을 은폐하기 위한 허세에 불과하다”고 고백하면서 “이 소설은 그처럼 진부했던 어머니에 대한 섬세한 기록이다”고 책 말미에 밝혔다.
‘소름 끼칠 정도로 과부하가 걸린 노동’에 시달렸던 어머니가 남자를 두 번이나 갈아치운 것은 부끄러움이고, 친 아버지에게 버림 받고 의붓아버지 밑에서 보낸 유년기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라 하겠다.
‘냉수 외에는 배불리 먹어본 음식이 없을 정도로 궁핍한 살림 탓’에 술지게미를 먹고 학교에 갔다가 선생님으로부터 어린놈이 술 마시고 왔다고 호된 꾸지람을 들은 이야기는 소설과 에세이로 간간히 털어 놓았지만, ‘누더기 같은 가정사’를 민낯으로 드러낸 참회의 사모곡이다.
“내려오셔야 하겠습니다.”
새벽 세 시 어머니의 부고를 전하는 이복동생의 전화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머니는 혼인 신고 조차 한 적 없이 두 번 결혼한 여자였다. 첫 번째는 큰 오빠 때문이었다.
외할아버지는 장남이 일본에 강제 징용될 처지가 되자 딸을 유력 집안에 시집보냈다. 하지만 오빠는 군대에 끌려갔고, 유부남이었던 남편은 오래지 않아 처자식을 버렸다.
제 입 풀칠도 어려운 형편에 외삼촌 식구들까지 부양했던 어머니는,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돈푼깨나 있다는 남자와 살림을 차렸다.
의붓아버지는 허풍쟁이에 땡전 한 푼 없이 입만 거창한 사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소년 김주영’의 일탈은 그 때부터 시작됐고, 어머니의 시야에서 멀어지려고 엇나갔다.
글자는커녕 숫자도 모르는 일자무식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의 집 농사 품앗이와 부엌일 거들기가 전부였다. 아들이 서울에서 집 장만을 했다는 소식에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9시간 걸려 상경한 후 하룻밤만 자고 갈 정도로 절제가 강했다.
‘작가 아들’에게 누가 될까 싶어 앞에 나선 적 없이 평생 고향에서 이복 동생네와 살았다. 5년 전 정부가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 수상자로 선정했지만, 어머니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골목마다 종갓집이 버티고 있는 이런 괴팍스런 동네에서 사내를 두 번씩이나 갈아치웠다고 입들을 흔들 비쭉거리고 눈총 받고 살아왔는데, 장한 에미상을 받았다면 그 사람들 배꼽을 잡고 웃을라.”가 이유다.
그런 어머니가 내심 고맙기도 했던, ‘비겁한 인생’이었다. 작가는 어머니가 세상을 뜬 지난 2010년 봄 이후부터 부끄러움과 수치를 무릅쓰고 고백을 결심했다고 한다.
인고의 세월을 살아온 어머니의 유골을 ‘안개처럼 씨앗처럼’ 뿌리며 어머니와 화해한다. “잘 가요 엄마…”. ‘어머니’라는 이름은 떠 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저미기에 모성(母性)을 자극하며 독자의 감성과 직통한다.
가슴 속 깊이 감춰둔 이야기를 꺼내 들려준다는 건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최근에 출간 된 김주영 장편소설 ‘잘 가요 엄마’(문학동네)는 소설의 형식을 빌어 ‘숨기고 싶은 가족사’를 진솔하게 털어 놓아 전율을 느꼈다.
칠순을 훌쩍 넘긴 원로 작가는 “사랑, 맹세, 배려, 겸손과 같은 눈부신 형용과 고결한 수사들은 속임수와 허물을 은폐하기 위한 허세에 불과하다”고 고백하면서 “이 소설은 그처럼 진부했던 어머니에 대한 섬세한 기록이다”고 책 말미에 밝혔다.
‘소름 끼칠 정도로 과부하가 걸린 노동’에 시달렸던 어머니가 남자를 두 번이나 갈아치운 것은 부끄러움이고, 친 아버지에게 버림 받고 의붓아버지 밑에서 보낸 유년기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라 하겠다.
‘냉수 외에는 배불리 먹어본 음식이 없을 정도로 궁핍한 살림 탓’에 술지게미를 먹고 학교에 갔다가 선생님으로부터 어린놈이 술 마시고 왔다고 호된 꾸지람을 들은 이야기는 소설과 에세이로 간간히 털어 놓았지만, ‘누더기 같은 가정사’를 민낯으로 드러낸 참회의 사모곡이다.
“내려오셔야 하겠습니다.”
새벽 세 시 어머니의 부고를 전하는 이복동생의 전화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머니는 혼인 신고 조차 한 적 없이 두 번 결혼한 여자였다. 첫 번째는 큰 오빠 때문이었다.
외할아버지는 장남이 일본에 강제 징용될 처지가 되자 딸을 유력 집안에 시집보냈다. 하지만 오빠는 군대에 끌려갔고, 유부남이었던 남편은 오래지 않아 처자식을 버렸다.
제 입 풀칠도 어려운 형편에 외삼촌 식구들까지 부양했던 어머니는,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돈푼깨나 있다는 남자와 살림을 차렸다.
의붓아버지는 허풍쟁이에 땡전 한 푼 없이 입만 거창한 사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소년 김주영’의 일탈은 그 때부터 시작됐고, 어머니의 시야에서 멀어지려고 엇나갔다.
글자는커녕 숫자도 모르는 일자무식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의 집 농사 품앗이와 부엌일 거들기가 전부였다. 아들이 서울에서 집 장만을 했다는 소식에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9시간 걸려 상경한 후 하룻밤만 자고 갈 정도로 절제가 강했다.
‘작가 아들’에게 누가 될까 싶어 앞에 나선 적 없이 평생 고향에서 이복 동생네와 살았다. 5년 전 정부가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 수상자로 선정했지만, 어머니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골목마다 종갓집이 버티고 있는 이런 괴팍스런 동네에서 사내를 두 번씩이나 갈아치웠다고 입들을 흔들 비쭉거리고 눈총 받고 살아왔는데, 장한 에미상을 받았다면 그 사람들 배꼽을 잡고 웃을라.”가 이유다.
그런 어머니가 내심 고맙기도 했던, ‘비겁한 인생’이었다. 작가는 어머니가 세상을 뜬 지난 2010년 봄 이후부터 부끄러움과 수치를 무릅쓰고 고백을 결심했다고 한다.
인고의 세월을 살아온 어머니의 유골을 ‘안개처럼 씨앗처럼’ 뿌리며 어머니와 화해한다. “잘 가요 엄마…”. ‘어머니’라는 이름은 떠 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저미기에 모성(母性)을 자극하며 독자의 감성과 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