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와 육자배기
'파두'와 육자배기
by 운영자 2012.06.08
스페인 안달루시아 주도 세비아에서 국경 없는 국경을 넘어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을 향하는 버스에서 DVD로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검은 돛배((Barco Negro)’를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한의 정서가 짙게 배여 있는 친숙한 멜로디에 애절한 음색이 아리도록 슬프다.
바다로 나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다 죽음을 알리는 ‘검은 돛배’를 보고 흐느끼는 여인의 애끓는 심정을 토해내듯 그녀의 절창은 처절한 아름다움이다.
프랑스에 샹송, 이탈리아에 칸초네, 영국에 발라드가 있듯이 파두(Fado)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음악장르이고, 파두를 세계에 알린 가수가 아말리아 로드리게스(1920∼1999)이고,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검은 돛배’는 1954년 프랑스 영화 ‘과거를 가진 애정’에 삽입되면서 세계로 퍼졌고, 우리 귀에도 익숙하다. 외세의 침략으로 억압당한 민중의 비애와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절절히 배어있는 파두는 라틴어인 Fatum(숙명, 운명)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그녀의 노래는 슬픔과 한을 승화시켜 절망 속에 희망을 꽃피웠고, 슬픔을 토해내는 절규에도 삶의 용기가 읽힌다. 절망을 노래한 파두가 사랑받는 이유다.
1999년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포르투갈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라 칭송하고 국장으로 죽음을 애도했다. 리스본 파두박물관에는 그녀를 위한 전시실이 따로 마련되어 생애를 담은 영상물과 히트곡이 흘러나온다.
이베리아 반도 서쪽 끝에 위치한 리스본은 15세기 대항해 시대의 막을 연 도시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바닷길을 통해 아프리카 연안과 인도양을 거쳐 인도의 고아와 중국의 마카오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동아프리카의 앙골라와 모잠비크, 남아메리카의 브라질을 식민지로 경영한 해양대국이었다. 바다로 떠난 사람들은 목숨을 건 항해를 하며 그리움을 달랬고, 가족들은 기다림으로 그리움의 목을 길게 뽑았다.
삶을 위해 떠나지 않을 수 없는 것 또한 ‘숙명’이다. 파두의 가사에 그리움과 향수를 뜻하는 ‘사우다지(Saudade)’란 단어가 유난히 많이 나오는 배경이다. 1820년대와 30년대 리스본의 파두는 바다와 서민들의 슬픔을 담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파두는 리스본 항구 근처에 있던 선술집에서 처음으로 불리어지기 시작한 서민의 음악이다. 우리가 가난한 시절 목로주점에서 젓가락장단에 맞춰 구성지게 뽑아내던 육자배기처럼.
18세기 대지진 때도 끄떡없었던 리스본 알파마 옛 지역엔 노란 트램이 삶의 애환을 실어 나른다. 거미줄처럼 얽힌 좁다란 골목 옛 건물 베란다에 내걸린 빨래가 블루 빛 바람과 오렌지 빛 햇살에 뽀송뽀송 말라가는 풍경이 정겹다.
거친 바다를 향해 떠나간 남편이 바다의 포효에 순응하는 고비는 대략 한 달. 그 기간이 지나면 언제 돌아올지 기약조차 없다. 리스본 주택 지붕색깔이 다양한 것은 살던 집을 찾기 위한 표식이었다고 한다.
집에 하얀 빨래가 널려 있으면 아직도 남편을 기다린다는 의미이고 알록달록한 빨래를 널어놓으면 남편이 죽은 줄 알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전해진다. 리스본에는 레스토랑 파두 공연장이 즐비해 식사를 하면서 들을 수 있다. 파두의 선율이 애잔하게 흐르는 리스본이 어느새 그리워진다.
<글 : 이규섭 시인>
이규섭 시인은 시인,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신문을 거쳐 국민일보에서 편집부국장과 논설위원을 지냈다. KBS라디오 '라디오24시'에서 시사평론을 했다.
저서로는 '바람멀미' '판소리 답사기행' '사라지는 풍물' '별난 사람들'등이 있다.
바다로 나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다 죽음을 알리는 ‘검은 돛배’를 보고 흐느끼는 여인의 애끓는 심정을 토해내듯 그녀의 절창은 처절한 아름다움이다.
프랑스에 샹송, 이탈리아에 칸초네, 영국에 발라드가 있듯이 파두(Fado)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음악장르이고, 파두를 세계에 알린 가수가 아말리아 로드리게스(1920∼1999)이고,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검은 돛배’는 1954년 프랑스 영화 ‘과거를 가진 애정’에 삽입되면서 세계로 퍼졌고, 우리 귀에도 익숙하다. 외세의 침략으로 억압당한 민중의 비애와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절절히 배어있는 파두는 라틴어인 Fatum(숙명, 운명)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그녀의 노래는 슬픔과 한을 승화시켜 절망 속에 희망을 꽃피웠고, 슬픔을 토해내는 절규에도 삶의 용기가 읽힌다. 절망을 노래한 파두가 사랑받는 이유다.
1999년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포르투갈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라 칭송하고 국장으로 죽음을 애도했다. 리스본 파두박물관에는 그녀를 위한 전시실이 따로 마련되어 생애를 담은 영상물과 히트곡이 흘러나온다.
이베리아 반도 서쪽 끝에 위치한 리스본은 15세기 대항해 시대의 막을 연 도시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바닷길을 통해 아프리카 연안과 인도양을 거쳐 인도의 고아와 중국의 마카오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동아프리카의 앙골라와 모잠비크, 남아메리카의 브라질을 식민지로 경영한 해양대국이었다. 바다로 떠난 사람들은 목숨을 건 항해를 하며 그리움을 달랬고, 가족들은 기다림으로 그리움의 목을 길게 뽑았다.
삶을 위해 떠나지 않을 수 없는 것 또한 ‘숙명’이다. 파두의 가사에 그리움과 향수를 뜻하는 ‘사우다지(Saudade)’란 단어가 유난히 많이 나오는 배경이다. 1820년대와 30년대 리스본의 파두는 바다와 서민들의 슬픔을 담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파두는 리스본 항구 근처에 있던 선술집에서 처음으로 불리어지기 시작한 서민의 음악이다. 우리가 가난한 시절 목로주점에서 젓가락장단에 맞춰 구성지게 뽑아내던 육자배기처럼.
18세기 대지진 때도 끄떡없었던 리스본 알파마 옛 지역엔 노란 트램이 삶의 애환을 실어 나른다. 거미줄처럼 얽힌 좁다란 골목 옛 건물 베란다에 내걸린 빨래가 블루 빛 바람과 오렌지 빛 햇살에 뽀송뽀송 말라가는 풍경이 정겹다.
거친 바다를 향해 떠나간 남편이 바다의 포효에 순응하는 고비는 대략 한 달. 그 기간이 지나면 언제 돌아올지 기약조차 없다. 리스본 주택 지붕색깔이 다양한 것은 살던 집을 찾기 위한 표식이었다고 한다.
집에 하얀 빨래가 널려 있으면 아직도 남편을 기다린다는 의미이고 알록달록한 빨래를 널어놓으면 남편이 죽은 줄 알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전해진다. 리스본에는 레스토랑 파두 공연장이 즐비해 식사를 하면서 들을 수 있다. 파두의 선율이 애잔하게 흐르는 리스본이 어느새 그리워진다.
<글 : 이규섭 시인>
이규섭 시인은 시인,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신문을 거쳐 국민일보에서 편집부국장과 논설위원을 지냈다. KBS라디오 '라디오24시'에서 시사평론을 했다.
저서로는 '바람멀미' '판소리 답사기행' '사라지는 풍물' '별난 사람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