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겁지만 맛있는...
싱겁지만 맛있는...
by 운영자 2012.06.28
아이들의 고등학교 입학으로 시작된 만남이 어언 5년째입니다.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으레 모이는 학급 학부모 모임이었지만, 아이가 드디어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설렘에다가 공부와 입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처음에는 모두들 조금 긴장된 모습이었습니다.
월 1회, 회비는 자기 밥값. 이번 달에 점심시간에 만났으면 다음 달에는 저녁시간에 만나 직장 다니는 엄마들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했고, 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 근처 소박한 식당에서 주로 모였습니다.
기대와 달리 입시정보보다는 아이들 걱정이 주를 이뤘지만 그래도 3년 내내 같은 반에서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만큼이나 엄마들도 차츰 정이 들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모두 졸업을 했고 스무 살이 넘었으며 졸업과 동시에 끝날 것 같았던 어머니 모임은 그러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다만 횟수가 줄어 1년에 네 번 정도 만납니다.
친한 엄마들끼리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한 반 전체가 그 대상이어서 어떻게 보면 깊이 있게 만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모임이 이어지는 것은 속을 다 보여줄 만큼 가까운 것도 아니고 절대 어느 거리 이상은 다가서지 않으려고 계산을 하면서 형식적으로 만나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정도의 색깔과 깊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귀를 기울이기만 해도 좋은 공부가 됩니다. 다 자란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다른 엄마들에게서 간접적으로 배우면서 제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지난주에 근 4개월 만에 어머니 모임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반가웠습니다. 저 쪽에 앉은 엄마는 열심히 운동을 한다더니 날씬해졌고, 그 옆의 엄마는 새로 염색을 했는지 머리가 은은한 갈색입니다.
그 옆의 엄마는 이마에 주름이 좀 늘어난 것 같습니다. 다른 엄마들도 저를 보며 속으로 생각하겠지요. ‘저 엄마 살 많이 쪘네, 이제 제법 흰머리가 많아졌네.’
학교 동창이라든가 고향 사람이라는 각별한 인연과 끈끈한 우정으로 뭉친 사이는 아니지만, 약간은 싱거운 듯한 이런 만남도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맵고 짠 음식만 먹고 살 수 없는 것처럼 만남도 때로 약간 싱거워도 괜찮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두들 그런 마음이 있으니 기꺼이 모임에 나오는 것이겠지요. 세 시간의 만남을 정리하며 계산서를 놓고 인원수대로 나누어 밥값을 냅니다. 다음에 만나면 또 얼마나 서로 변해있고, 아이들에게는 또 어떤 일들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유경 <작가>
월 1회, 회비는 자기 밥값. 이번 달에 점심시간에 만났으면 다음 달에는 저녁시간에 만나 직장 다니는 엄마들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했고, 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 근처 소박한 식당에서 주로 모였습니다.
기대와 달리 입시정보보다는 아이들 걱정이 주를 이뤘지만 그래도 3년 내내 같은 반에서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만큼이나 엄마들도 차츰 정이 들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모두 졸업을 했고 스무 살이 넘었으며 졸업과 동시에 끝날 것 같았던 어머니 모임은 그러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다만 횟수가 줄어 1년에 네 번 정도 만납니다.
친한 엄마들끼리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한 반 전체가 그 대상이어서 어떻게 보면 깊이 있게 만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모임이 이어지는 것은 속을 다 보여줄 만큼 가까운 것도 아니고 절대 어느 거리 이상은 다가서지 않으려고 계산을 하면서 형식적으로 만나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정도의 색깔과 깊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귀를 기울이기만 해도 좋은 공부가 됩니다. 다 자란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다른 엄마들에게서 간접적으로 배우면서 제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지난주에 근 4개월 만에 어머니 모임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반가웠습니다. 저 쪽에 앉은 엄마는 열심히 운동을 한다더니 날씬해졌고, 그 옆의 엄마는 새로 염색을 했는지 머리가 은은한 갈색입니다.
그 옆의 엄마는 이마에 주름이 좀 늘어난 것 같습니다. 다른 엄마들도 저를 보며 속으로 생각하겠지요. ‘저 엄마 살 많이 쪘네, 이제 제법 흰머리가 많아졌네.’
학교 동창이라든가 고향 사람이라는 각별한 인연과 끈끈한 우정으로 뭉친 사이는 아니지만, 약간은 싱거운 듯한 이런 만남도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맵고 짠 음식만 먹고 살 수 없는 것처럼 만남도 때로 약간 싱거워도 괜찮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두들 그런 마음이 있으니 기꺼이 모임에 나오는 것이겠지요. 세 시간의 만남을 정리하며 계산서를 놓고 인원수대로 나누어 밥값을 냅니다. 다음에 만나면 또 얼마나 서로 변해있고, 아이들에게는 또 어떤 일들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유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