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늘을 마직막 날처럼 살자

오늘을 마직막 날처럼 살자

by 운영자 2012.07.03

일주일전 대학 봄 학기 강좌를 종강했다. 이번 종강 날,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종강하는 날이라 조금 일찍 끝내겠습니다. 이번 학기에 이렇게 여러분들과 만나게 되어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졸업하는 학생들은 졸업 후에 연봉으로 직업을 구하지 말고, 본인이 꼭 원하는 일을 하기 바랍니다. 재학생들은 방학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실력 차이가 나는 법인데, 방학을 잘 보내기 바랍니다. 한 학기 만난 인연도 소중한 건데 섭섭하군요.”

오랫동안 여러 강좌를 하면서 밥 먹는 일상처럼 종강을 했다. 개강 날이 있었으니, 당연히 종강 날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하면서 끝마쳤다는 느낌도 없이 학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였다.

솔직히 표현하면, 약간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어 마음 한켠 민망하기도 하다. 이 종강 날, 한 학생과 잠깐 대화를 나누었다. 이 친구는 경제적 여유로 몇 번이나 휴학을 거듭했고,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졸업하는 학생이었다.

이 날 학생에게 인연의 소중함, 어떤 직업을 갖든 소중한 마음으로 임하는 자세만 갖춘다면 인생에서 성공한 것이라는 내 나름대로의 인생 이야기를 해주고 헤어졌다. 그런데 그날 저녁 이 학생으로부터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조금은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에 입학한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시간이 지나 졸업이 바로 코앞에 다가 왔습니다. 학교에서의 생활이..... 그 반복되는 사이클이 지루하고 무료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안타깝고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의 사람들과 주어진 수업에 더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일 텐데 그럴 수는 없는 거겠지요. 오늘 교수님 수업을 종강했는데, 저는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자마자 참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종강이라고 일찍 끝내주시는 교수님께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종강 날, 무엇보다 그때 그 순간에 제 주위에서 함께 수업을 듣던 많은 이들과, 강의를 해주시던 교수님이 계시던 그 공간, 그 시간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습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오늘 수업 끝나고 스님께서 해주셨던 말씀,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 시간마저 소중하게 느껴졌거든요.....”

이 친구의 메일을 다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 내게는 일상의 일로 여겼던 일이 상대방에게는 ‘마지막’이라는 이름으로 가슴깊이 새겨졌을 그 시간과 공간, 그냥 생각나는 대로 했던 말을 상대방은 진실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니.... 학생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때 나는 내 인생에서 마지막 수업처럼, 이 친구가 말하는 마지막이라는 간절함을 가지고 학생과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이 친구 대학 졸업의 애틋함을 생각하면서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를 떠올렸다.

애플사 창립자이자 전 CEO인 스티브 잡스가 살아생전 암이 발병된 직후, 어느 대학에서 했던 연설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 며칠 동안 계속 No라는 대답이 나오면, 나는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곤 했습니다. 나는 인생에서 어려운 결단을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을 결정하는 도구 방편으로 삼았습니다.”

평소에 우리는 오늘의 삶을, 사람과의 인연을,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잠시 소중함을 인식하다가도 망각해버리는 어리석은 중생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늘 ‘마지막’이라는 이름으로 오늘을 살고, ‘마지막’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사람을 소중히 하자. ‘마지막’이라는 이름으로 그 시간과 공간에 존재해보자.

정운<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