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명상으로 무더위 잊기

명상으로 무더위 잊기

by 운영자 2012.08.03

태양의 계절 팔월답게 햇볕이 자글자글 끓는다. 기승을 부리는 불볕더위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며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짧은 장마에 이어 찾아온 갑작스러운 무더위는 1994년 여름과 비슷하여 전국이 연일 30도를 웃도는 가마솥 열기에 휩싸였다.

더위를 몰고 온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세가 꺾이지 않아 이달 중순까지는 푹푹 찌는 불볕더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여서 올 여름나기가 무척 힘들 것 같다.

전력수급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예비전력이 하한선을 넘나들자 민간 발전기를 가동하고 산업체의 휴가까지 조정하며 비상대책에 나섰다.

문을 연 채로 냉방기를 가동하는 업소에 대한 단속을 펴고 있지만 일반 가정이나 상가의 절전 동참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전력사정이 위험수위를 오르내리면서 지난해 9월 15일 빚어진 ‘블랙아웃(전국 동시 정전)’이 우려되자 국민들의 자발적인 절전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절전 효과는 발전(發電)과 마찬가지다.

전기요금이 싸다보니 조금만 더워도 선풍기를 틀고 에어컨을 가동한다. 우리나라 전기 값은 1차 연료인 석유나 가스 보다 싸다.

산업용과 농업용은 가정용 보다 더 싸 전력난 불감증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전기 1kWh를 생산하고 공급하는데 103.31원이 들지만 판매단가는 90.32원으로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것.

전기요금인상 억제는 가계에 부담을 조금이라 덜어주어 반갑지만 전력낭비에 대한 절전의식은 무디어 졌다.

한낮의 열기는 밤이 돼도 수그러들지 않고 열대야에 잠을 설치기 일쑤다. 마트나 편의점, 심야극장과 카페에서 한 여름 밤의 열기를 식히거나 올림픽 중계를 보 밤을 새는 ‘올빼미 족’이 늘었다.

자정 무렵 근린공원에 나가니 주민들이 돗자리를 펴놓고 밤을 지새울 채비다. 친구들과 맥주와 음료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

선조들은 화톳불이 이글거리는 듯한 불꽃더위를 홍염(烘炎)이라 했고, 탁족(濯足)과 복달임으로 무더위를 이겨냈다. 발바닥은 신경이 집중돼 있어 찬물에 발만 담가도 찬 기운이 전류처럼 흘러 온몸이 시원해지는 지혜를 알고 있었다.

가벼운 명상도 더위를 잊는 지혜다. 명상의 효과를 높이려면 숲이나 계곡 같은 자연 속에서 하는 것이 물론 제격이다. 물 흐르는 소리, 새 소리를 듣고 소나무향기를 맡으면서 삼매경에 빠져들면 금상첨화지만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명상은 가능하다.

저녁을 먹고 옥상에 올라가 심호흡을 한 뒤 세수대야에 발을 담그고 눈을 지그시 감고 고향의 시멧골 계곡을 떠올린다. 팽창하는 여름 숲의 싱그러움, 가슴까지 차고 넘치던 시린 물줄기, 새들이 지저기는 소리가 낭자하게 들린다.

터키 아이발릭에서 에게해 속으로 빨려들던 붉은 노을을 떠올린다. 검푸른 바다가 황금빛으로 물들던 황홀한 아름다움에 눈시울 적시던 순간이 추억이 되어 일렁인다.

스페인 말라가 지중해 밤바다 해변을 맨발로 걸을 때 별무리는 은하수처럼 머리위에 쏟아졌다. 심오한 명상이 아니라도 아름다운 풍경과 추억,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더위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