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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by 운영자 2012.08.06

아들, 딸과 함께 며칠 후 열흘 일정으로 유럽에 간다고 들뜬 친구와 헤어져 집에 돌아와 선풍기를 켭니다. 인터넷 카페에 접속을 하니, 장애인을 낮 동안 보호하며 필요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 주간보호’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가 게시판에 남긴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00시45분 광주행 심야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전라남도 완도군 생일도라는 섬, 제 마음속 고향으로 아침 일찍 들어갑니다.

옛날 제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후배들이 한 달간 섬마을 아동과 지역민들을 위해 섬 활동을 하고 있지요. 후배들 활동 격려도 하고, 옛 추억을 떠올리며 섬도 걸어보렵니다.

몇 년 만에 찾아가는 마음속 고향, 그곳에서 처음 열정을 깨우고 오고자 합니다. 이젠 적극적으로 지내보렵니다.”

나이 39세의 미혼남. 공대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뜻하지 않게 사회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그 한 발짝이 시작이 되어 지금은 온몸과 마음을 다해 장애인들을 섬기려 애쓰고 있는 후배.

우리가 자칫하면 하대하고 만만히 보기 쉬운 장애인들에게 어떤 상황이라도 존대어를 쓰며,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 중심이 아니라 그들의 편에 서서 매사를 판단하고 행하려 땀 흘리는 사람.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장애인 친구(그는 그냥 장애인이라 부르는 일이 없습니다) 두 명과 동행해 여행을 가고 싶어 그들의 부모님께 어렵게 허락을 받았는데,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돈을 마련할 길이 없더라는 겁니다.

아무리 자기 자녀라지만 장애인과의 동반 여행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아는 부모님들 역시 많은 고민 끝에 허락을 하셨겠지요.

이 후배는 결국 가까운 선배와 친구 다섯 명에게 ‘밥 한 끼 사 달라’고 청합니다. 반가워하며 기꺼이 밥을 사겠다고 대답하는 지인들에게 이 후배는 말합니다. 정말 고맙다고, 그런데 그 밥 한 끼 값을 장애인 친구들과의 여행비에 보태고 싶다고요.

놀랍게도 다섯 명이 낸 밥값을 더하니 장애인 친구 두 명과 떠날 3박4일 여행비가 딱 맞춤하게 채워졌습니다. 여행 내내 잔 돈 한 푼이라도 아껴 쓰고 또 아껴 썼겠지요.

여행에서 돌아온 후배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후배가 모처럼 휴가를 내고 혼자 섬으로 떠난 모양입니다.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조용한 섬마을 땀 흘리며 걸었지요. 지금은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조용히 하늘의 별을 봅니다.” 제 마음도 따라 편안해 집니다. 바닷바람이 그의 땀을 식혀주겠지요. 그의 닉네임은 ‘늘첨’입니다.

유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