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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노력, 고독한 시간에 대한 댓가

땀과노력, 고독한 시간에 대한 댓가

by 운영자 2012.08.21

몇 년동안 홀로 여행을 하고, 글로 표현하다보니 적지 않은 양의 원고가 쌓였다. 우연히 글 가운데 가장 많이 쓴 단어를 검색해보니, 인생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아마도 여행이 정해진 코스가 아닌 중국의 산골 오지인데다 홀로 다니다보니 삶을 관조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여행하면서 뜻 깊게 배운 것은 인생의 깊이였고,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과 각도가 내 마음에 자리잡았다.

중국 여행 중 가장 아쉬웠던 곳은 지역상 북방에 속하는 감숙성 장액張掖이라는 곳이다. 장액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마제사馬蹄寺 석굴군(굴내의 탑과 불상)이라는 곳이 있다.

겨울에 그곳을 여행했는데, 너무 추워 호텔에 머물다 오후에 목적지로 출발했다. 1∼2시간이면 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곳에 가보니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해가 저물어 3시간을 다니고도 다 보지 못한채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6년이 지났는데도 그곳의 유물이 눈에 아른거린다.

당시 지는 해를 등지고 내려오면서 나를 자책했다. ‘좀 더 일찍 출발했더라면 좋았을 걸...... ’ 시간을 제대로 짜지 못해, 가장 중히 보아야할 유물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배운 것이 있었다. 더 이상 후회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전에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 인생이라는 것도 다 살아보고 다시 살 수 없듯이 시행착오를 통해 인생을 새롭게 계획하는 것처럼, 처음 가는 여행지에서의 아쉬움은 당연한 것이라고.... 아무튼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었다.

한번은 중국 호남성 여행 중, 터미널에서 버스 차장에게 목적지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걱정은 했지만, 설마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일이 터졌다. 그 버스는 나의 목적지 버스가 아니라 그 지역을 경유하는 버스였다. 차장은 고속도로상에 차를 세우더니 (나의 목적지) 톨게이트를 가르치면서 그쪽으로 걸어가라고 하였다.

뜨거운 여름날 고속도로를 걸으면서 욕을 바가지로 했었다. 가끔 여행중 애먹게 하는 경우는 비가 며칠간 쏟아질 때이다. 이틀 이상 비가 오면 호텔에서 하릴없이 묵어야 하는데, 시간도 아깝지만 호텔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장사꾼의 말을 빌리자면 며칠 공치는 일이다.

그런데 여행에서 구진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허름한 호텔에 묵는데,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휴식을 취할겸 조금 비싼 호텔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마침 호텔 주인이 불교 신자여서 방값의 50%만 지불했다. 그곳에 묵는 동안 식사도 공짜였다. 또 승려이다보니 사찰 입장료는 당연히 무료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손해 볼 때도 있지만 고마운 사람을 만나 이익될 때도 있다. 또 어느 지역을 방문할 때, 이삼일 예정했는데, 일주일을 머물 때도 있다. 그 반대로 볼거리가 없어 하루 만에 그 지역을 떠날 때도 많았다. 또 어느 때는 몸이 좋지 않아 여행의 고독감을 느낄 때도 있는 반면 여행 중 만나는 사람과의 즐거운 대화로 행복을 만끽하기도 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예기치 않는 일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생기기도 하고, 힘겨울 때가 있으면 기쁜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인생만사人生萬事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듯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여행 자체가 허점투성이이다. 그저 어영부영 시간을 보낸 것 같지만 여행했던 기간을 곰곰이 되돌아보면 여행의 흔적이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인생도 시행착오 속에서 인간이 진보하듯 여행을 통해서 인생의 철학을 배우게 된다.

정운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