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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미생물

물속의 미생물

by 운영자 2012.08.22








윤한음
순천시 환경연구사

물을 마실 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혹시 세균에 오염된 것은 아닐까. 오염되었다면 병에 걸리지 않을까 등이다. 이때 정확한 표현은 세균보다는 미생물이 올바른 표현이다. 수돗물을 포함한 모든 물에는 많은 미생물이 존재한다.

그중 대부분은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익한 미생물이다. 미생물이란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는 1mm이하 크기의 생물을 총칭하며 세균과 바이러스, 균류, 조류, 원생동물 등이 있다.

미생물은 탄소, 수소, 산소, 마그네슘 등과 같은 영양물질을 필요로 하며, 탄소원에 따라 독립영양성, 종속영양성 등으로 구분된다. 바이러스는 가장 작은 미생물이다.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인 성격이며 대사기능이 없어 숙주생물에 기생하면서 증식한다. 통상 숙주의 종류에 따라 동물성바이러스와 식물성바이러스로 구분되며, 노로바이러스 등에 오염된 물은 위장염을 일으킨다. 수돗물은 염소로 소독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다.

바이러스 다음단계의 미생물은 세균과 펀지(곰팡이)이다. 세균과 펀지는 원핵세포이며 용해된 유기물을 섭취하므로 생태계에서 1차분해자의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세균과 펀지는 무해하지만 콜레라, 장티프스, 파라티프스 등 극히 일부는 수인성 전염병을 일으킨다.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수돗물에서는 염소 소독을 하기 때문에 검출되지 않는다.

조류는 흔히 식물성플랑크톤이라고 하며, 엽록소를 가지고 있는 단세포 또는 다세포의 광합성 식물이다. 질소와 인과 같은 무기질을 섭취하며 단순한 세포나 집단으로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색깔에 따라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남조류 등으로 구분된다. 최근 팔당호, 한강, 낙동강 등에서 문제되고 있는 녹조현상과 남해안 연안에서 발생하는 적조현상은 조류가 과다하게 번식한 탓이다.

일부 조류는 정수장에서 여과기능을 저하시켜 수돗물 생산에 어려움을 주며 특히 남조류는 물에서 맛과 냄새를 분비하거나 독성물질을 분비하기도 한다. 최근 주암댐은 남조류가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원생동물은 미생물중에서 비교적 큰 크기다. 진핵세포로 광합성을 하지 않으며 이분법으로 번식하는 단세포 생물이다. 운동방법이나 운동기관의 종류에 따라 편모충류, 육질충류, 섬모충류, 포자충류로 구분된다.

1994년 미국 밀워키에서 공급한 수돗물이 원생동물에 오염된 적이 있다. 크립토스포리디움이라는 병원성 원생동물이 수돗물에 함유되어 시민 40만명이 집단 감염되었으며, 에이즈환자 100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의 영향으로 수돗물에서 원생동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생명체는 무기물인 흙으로 돌아간다. 간혹 몇 백년된 시신이 미라로 발견되어 고고학적으로 가치가 부여되기도 하지만 좋아 보이진 않는다.

인간을 비롯하여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흙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은 1차 분해자인 미생물이 담당한다. 미생물은 질병의 원인인 동시에 생태계 순환싸이클에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진정 소중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