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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발달권

아동권리-발달권

by 운영자 2012.08.24

“선생님~! 안녕하세요~ ㅎㅎ”, “안녕하세요~ 선생님~!”



소동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장

오케스트라 연습장으로 들어서는 악기선생님과 단무장님을 보자마자 반갑게 달려들며 인사하는 아이들. 밝고 명랑한 표정만큼이나 인사 소리가 경쾌하게 용호초등학교(드림오케스트라 연습장 소) 곳곳에 울려 퍼진다.

꿈과 희망을 연주하는 아이들, 초록우산오케스트라는 한국형 제 2의 엘시스테마를 꿈꾸며 목포?신안 시설아동 32명을 대상으로 2010년 10월 창단했다.

그리고 1년 10개월여의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변화와 확장을 거치는 동안 초록우산오케스트라에는 구구절절한 사연들도 늘어가고 있다.

창단직후 6개 파트 30여명의 아이들이 모여서 연습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추운 겨울이 되면 손발을 오들오들 떨면서 서로의 온기에 의지해야 했던 숱한 시간들,

가을 창단공연을 앞두고는 냉방 시설이나 모기장 시설조차 갖추어 있지 않는 폐교에서 무더위를 견뎌가며 땀을 뻘뻘 흘리고 모기에 뜯겨가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습해야 했던 날들, 3박 4일 긴 캠프기간 동안 하루 8시간 이상 계속되는 연습에 힘들어했던 시간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박수 속에 진행되었던 창단공연과 소문을 듣고 찾아와준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휘트콤 교수님과의 만남을 주선한 주한미국 대사관과의 협연. 그리고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 모임의 초청 연주회 참석 등.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쑥쑥 자라난 아이들의 연주 실력 만큼이나 깊어진 오케스트라 아이들의 추억. 이제 그 추억은 아이들에게 하나의 역사와 기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초록우산오케스트라가 연습장소도 없이 연습했던 시절에서 용호초등학교라는 연습장소를 갖기까지, 그리고 32명의 아이들에서 174명의 아이들로 수가 늘어나기까지 그 진한 감동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일이다.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130여명의 아이들이 목포 청소년 수련관에서 ‘초록우산 오케스트라 여름캠프’를 시작했다. 전남의 초록우산 오케스트라 단원만 참여했던 지난 캠프와는 달리 이번에는 부산에서 온 합창단과 함께 뜻 깊은 행사를 진행했다.

이곳에서 3박 4일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숨쉬며, 연주를 더 잘하기 위해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싸웠던 아이들을 보며 ‘변화란 바로 이런 것이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 중 우리 아이들의 아름다운 변화 몇 가지를 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인사를 잘한다는 것이다.
인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인사란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로 인해 본인도 존중을 받게 되는 상호작용의 시발점이다. 아이들이 나를 볼 때마다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 22개월 동안 오케스트라를 통해 아이들의 심성이 변화되고 관계가 형성되어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둘째, 뛰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 캠프를 할 때만해도 악기를 가지고 장난치며 뛰어다니다 다치는 아이들, 상스러운 욕을 하는 서슴지 않던 아이들이 이제는 선생님이 말을 하면 조용할 줄도 알고 먼저 인사하는 모습이나 말투가 전에 비해 고와진 것을 보며 오케스트라 생활이 많은 것을 변화시켰음을 짐작케 했다.

셋째, 학부모의 변화이다.
처음 캠프에서 ‘가족초정음악회’를 진행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학부형들이 음악회를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인원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기대와 관심도가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부모와 자녀 간 상호작용에 큰 변화가 있음을 짐작케 했다.

별것도 아니라고 우습게 넘겨버릴 수도 있는 일 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기본생활습관이 바람직하게 형성되어가고 있음은 이후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될 수 있기에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변화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도 몇 가지 존재한다.

첫째, 지역사회에서 음악교육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초록우산 오케스트라는 지역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음악교육인데 가끔씩 기능 위주의 교육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빠르게 음악을 배울 수 있도록 요청하기도 하다.

이곳에서 가르치는 것은 단지 음악뿐만이 아니다. 음악교육을 통한 실질적인 변화, 그리고 그보다 더 나아간 지역사회 내에서 문화의 변화인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특히 빈곤아동의 문제는 지역사회와 부모의 관심이 절대적이다. 초록우산드림오케스트라는 부모-자녀, 부모-자녀-지역사회의 연결 매개체이다.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둘째, 오케스트라를 전남 22개 시?군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현재 초록우산 오케스트라는 목포, 담양, 강진 3개의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조만간 22개 시?군에 문화예술학교를 실시하여 지역의 어려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앞의 고민과 더불어 초록우산 오케스트라를 지속하기 위한 재정확보문제 또한 시급히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가 아닌가 한다. 초록우산드림오케스트라를 처음 실시하려고 할 때, 누구도 음악교육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때, 예산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를 때에도 이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무더위 속에서 모기와 싸우며 꿋꿋하게 연주해주었던 아이들의 모습 때문이다.

일을 하다보면 가끔 절벽과 같은 느낌을 받는 적도 있지만 그것을 뛰어 넘어야 만이 정상에서의 기쁨과 희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10년 후 지금의 아이들이 청년이 되면 우리지역사회에는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날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