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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고 마음 주는 반김

정주고 마음 주는 반김

by 운영자 2012.08.28






유상철
고려대 경영학과 석사
농협중앙회 중앙연수원 교수
순천만 생태위원장


■ 타고난 갈증 - 반김
2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나는 월정사 하면 떠오르는 것이 절 밑 마을의 민박집 할머니이다. 절의 8각 9층 석탑이니 적광전이니 극락회상도니 하는 보물들은 전혀 기억에 없다.

스님의 얼굴도 기억에 없다. 다만 양 볼이 움푹 파인 골 깊은 그 할머니의 미소는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도 살아계신다면 찾아가보고 싶다.

왜 그럴까? 비록 하룻밤이었지만 우리 가족을 반갑게 맞이하여 옥수수, 풋고추를 따다주며 별이 초롱한 밤에 많은 이야기로 정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인간은 반김을 쫓아가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는 엄마의 환한 미소와 활짝 벌린 엄마의 팔을 기대하며 종종걸음으로 달려간다.

일터에 귀가하는 가장은 가족들의 따뜻한 반김을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여행을 떠난 나그네도 무엇인가 뜻 깊은 만남을 기대하며 집을 떠난다. 영화를 볼 때도, 책을 읽을 때도, 모임에 참석할 때도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출발한다. 반김은 인간이 타고난 갈증인지도 모른다.

■ 기억에 남는 반김
그렇다면 어떤 반김이 기억에 남는 것일까?
요즘 우리는 눈에 보이고 당장 느낄 수 있는 것만을 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돈, 선물, 공짜, 신제품, 권력, 인스턴트식품, 이벤트 등등.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참고, 기다리고, 수고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일단 외면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은 것들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은 마음가짐과 꿈이 그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고, 눈에 보이지 않은 회사의 가치관이 그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

반김도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은 마음에서 우러난 반김이 상대방을 움직인다. 눈에 보이는 현수막이나 조형물보다, 잠시 손에 머물다 떠날 선물보다도 마음을 전하는 반김이 오래 간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을 주고 마음을 주어야 한다.

■ 정주고 마음 주는 순천의 정원박람회
잡보장경이라는 불경에 보면 재물 없이도 베풀 수 있는 것 무재칠시 중에서 첫 번째가 부드러운 눈이고 두 번째가 따뜻한 표정이고 세 번째가 유익한 말이다. 이 모두가 재물이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공동체 문화가 사라져가는 시대, 더욱이 스마트폰 3000만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의 말과 표정과 눈빛은 온통 스마트폰 속으로 빨려들어가버린 시대이다. 인간미와 정이 갈수록 증발해간다.

자연이 훼손되자 생태가 중요해지듯이, 정이 메마른 이때에 방문객들에게 정을 주고 마음을 준다면 그것이 신선한 행사가 될 것이다.

정과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은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돈 안들이고도 감동을 끌어낼 수 있는 것들이다. 따뜻하고 친절한 말, 부드럽고 밝은 표정, 그리고 정이 넘치는 눈빛이 그것들이다. 주인으로서 순천 시민은 말, 표정, 눈빛으로 성공적인 박람회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