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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베짱이

개미와 베짱이

by 운영자 2012.09.04

백낙천는 중국 당나라,송나라 600년 역사에서 8대 문장가중 한 사람이다. 백낙천은 중앙 관료직으로 일하면서도 황제나 주위 사신들의 그릇된 행동을 참지 못하고 직언을 하는 성격 때문에 지방으로 좌천을 많이 당했다.

이렇게 좌천을 당해 지방에 머물 때마다 그 지방의 승려들을 찾아다니며 명상을 하였다.

한번은 항주로 좌천되어 자사刺史로 지닐 때이다. 마침 그 인근에 조과도림이라는 승려가 머물고 있다는 말을 듣고, 스님을 찾아갔다. 도림은 새가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사는 것처럼 늘 나무 위에서 좌선한다고 하여 사람들이 ‘조과’라고 불렀다.

백낙천이 사찰에 들어서니, 스님이 나무 위에서 좌선하고 있었다. 낙천이 머리를 들어 스님을 불렀다. 도림이 나무 아래를 내려다보자, 소문으로만 듣던 낙천이 서 있었다. 낙천이 큰 소리로 외쳤다.

“스님, 그 높은 곳에 계시면 매우 위험합니다.”

“나무 위는 위험하지 않네. 그대가 살고 있는 세상이 더 위험해 보입니다.”

“스님, 제가 이 마을의 자사로 왔습니다. 평생에 좌우명 삼을 만한 법문을 듣고자 찾아왔습니다.”

“모든 나쁜 짓 하지 말고, 매우 좋은 일만 하십시오. 자기 마음을 청정히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어떤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스님두 그런거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 아닙니까?”

“삼척동자도 알기는 쉬워도 팔십 먹은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나는 동네 꽃집에 가서 종종 나무나 꽃을 산다. 꽃집 앞에 과일 파는 노점상이 있는데, 하루는 꽃집에 갔더니 과일 파는 아저씨(30대 후반)가 보이지 않았다.

꽃집 아주머니는 그분에 대해 말해주었다. 아저씨는 지하 셋방에 살고 있고, 과일을 하루 팔면 평균 사오만원을 버는데, 술값으로 이만원, 복권 사는데 만원 이상을 쓴다고 한다. 꽃집 주인은 젊은 사람이 대책 없이 산다며 걱정을 하셨다. 실은 듣는 내가 더 안타까웠다.

이런 분이 복권 당첨되면 죽을 때까지 힘들지 않고 살겠는가? 전혀 아닐 것이다. 실은 누구나 다 안다. 열심히 벌고 개미처럼 저축하면 부자가 된다는 것. 설령 부자는 안되어도 힘들지 않는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노점상을 해서 힘들게 번만큼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든지, 좀더 나은 미래를 꿈꿔야 하지 않을까? 복권 사는 일이 부질없는 일임을 받아들이고, 한푼 한푼이 모여 열푼이 되고, 열푼이 모여 백푼이 되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옛말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고 했듯이 번돈이 귀함을 실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 글을 쓴 의도는 착한 일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삶의 방향을 분명히 파악하고, 차곡차곡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적어도 가난은 대물림하지 않아야 된다. 설령 물질적 가난을 자식에게 남겨줄지언정 헛되이 쓰지 않고 피땀 흘려 버는 그 실천 정신, 그 실천 정신만 물려주면 절대로 자식 대에는 가난하지 않을 것이다.

정운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