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아니다 하는 용기
홀로 아니다 하는 용기
by 운영자 2012.12.05
여러 해 전 봄이었습니다. 단오가 되면 동네의 그네가 달렸다던 느티나무 아래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허리를 잡으려면 어른 서너 명의 팔을 필요로 하는, 굵기가 여간이 아닌 나무가 늘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곳이었습니다.
필요 없다 싶은 가지를 스스로 떨어뜨리며 단아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세월을 이기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나무 아래를 지나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민들레 때문이었습니다. 느티나무 아래 노란 민들레꽃 하나가 피어 있었습니다. 배가 거반 땅에 닿은, 진노랑 색깔의 민들레였습니다.
민들레를 보는 순간 뭔가 마음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걸음을 돌려 민들레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지요. 그리고는 민들레 앞에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한동안 민들레를 바라보았습니다. 난 그제야 민들레가 말하는 나직한 소리를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느티나무 아래의 민들레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너는 느티나무, 나는 민들레!’
자신의 키에 몇 배가 되는지를 가늠할 수 없는 느티나무 아래에서도 민들레는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습니다. 너는 느티나무이니 그렇게 늠름하게 서고, 나는 민들레니 민들레꽃으로 피어나고, 그 당연함을 민들레는 자신만의 빛깔과 모양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6년 여 간 독일에서 살았던 시간 때문일까요. 이따금씩 오랜만에 고국을 찾는 지인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묻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동안 뭐가 달라진 것 같아요?” 오랜만에 찾아온 이들에게만 보이는 우리의 변화가 궁금한 것이지요.
서로 약속한 것은 아닐 터인데, 서로 다른 이들에게서 비슷한 대답을 듣게 됩니다. 모두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시내를 나가 거리를 걸어보면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다 비슷해 보인다고 합니다.
입고 있는 옷의 스타일이 비슷하고, 무엇보다도 얼굴의 표정과 생김새가 비슷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무리와 군중을 따라한 옷, 화장, 성형 등의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조심스런 의견도 듣게 됩니다.
얼마 전 해외 언론에 소개된 사진 하나가 시선을 끌었습니다. 모두가 나치에 열광할 때 자신만의 방법으로 묵묵히 반감을 드러낸 한 남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그 사진은 1936년 6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진행된 해군 훈련함 진수식 현장을 촬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나치당이 집권하고 있던 때라 행사장에 모인 군중들은 하나같이 오른팔을 앞으로 쭉 뻗는 나치식 인사로 경의를 표했습니다.
그런데 군중 속에 있는 한 남성만은 그런 분위기가 영 못마땅하다는 듯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팔짱을 낀 채 서 있었습니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당시 함부르크 조선소 직원이었던 아우구스트 란트메서였다 하는데, 그는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모습으로 서 있었지만 그의 모습은 큰 웅변처럼 다가왔습니다. 함부로 무리와 군중에 휩쓸리지 않는, 혼자서도 ‘아니오’를 외칠 줄 아는 진정한 용기를 지닌 자의 모습으로!
한희철 목사 <독일 프랑크푸루트 한인교회>
허리를 잡으려면 어른 서너 명의 팔을 필요로 하는, 굵기가 여간이 아닌 나무가 늘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곳이었습니다.
필요 없다 싶은 가지를 스스로 떨어뜨리며 단아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세월을 이기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나무 아래를 지나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민들레 때문이었습니다. 느티나무 아래 노란 민들레꽃 하나가 피어 있었습니다. 배가 거반 땅에 닿은, 진노랑 색깔의 민들레였습니다.
민들레를 보는 순간 뭔가 마음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걸음을 돌려 민들레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지요. 그리고는 민들레 앞에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한동안 민들레를 바라보았습니다. 난 그제야 민들레가 말하는 나직한 소리를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느티나무 아래의 민들레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너는 느티나무, 나는 민들레!’
자신의 키에 몇 배가 되는지를 가늠할 수 없는 느티나무 아래에서도 민들레는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습니다. 너는 느티나무이니 그렇게 늠름하게 서고, 나는 민들레니 민들레꽃으로 피어나고, 그 당연함을 민들레는 자신만의 빛깔과 모양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6년 여 간 독일에서 살았던 시간 때문일까요. 이따금씩 오랜만에 고국을 찾는 지인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묻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동안 뭐가 달라진 것 같아요?” 오랜만에 찾아온 이들에게만 보이는 우리의 변화가 궁금한 것이지요.
서로 약속한 것은 아닐 터인데, 서로 다른 이들에게서 비슷한 대답을 듣게 됩니다. 모두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시내를 나가 거리를 걸어보면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다 비슷해 보인다고 합니다.
입고 있는 옷의 스타일이 비슷하고, 무엇보다도 얼굴의 표정과 생김새가 비슷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무리와 군중을 따라한 옷, 화장, 성형 등의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조심스런 의견도 듣게 됩니다.
얼마 전 해외 언론에 소개된 사진 하나가 시선을 끌었습니다. 모두가 나치에 열광할 때 자신만의 방법으로 묵묵히 반감을 드러낸 한 남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그 사진은 1936년 6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진행된 해군 훈련함 진수식 현장을 촬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나치당이 집권하고 있던 때라 행사장에 모인 군중들은 하나같이 오른팔을 앞으로 쭉 뻗는 나치식 인사로 경의를 표했습니다.
그런데 군중 속에 있는 한 남성만은 그런 분위기가 영 못마땅하다는 듯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팔짱을 낀 채 서 있었습니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당시 함부르크 조선소 직원이었던 아우구스트 란트메서였다 하는데, 그는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모습으로 서 있었지만 그의 모습은 큰 웅변처럼 다가왔습니다. 함부로 무리와 군중에 휩쓸리지 않는, 혼자서도 ‘아니오’를 외칠 줄 아는 진정한 용기를 지닌 자의 모습으로!
한희철 목사 <독일 프랑크푸루트 한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