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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어리 인생살이 ?

골칫덩어리 인생살이 ?

by 운영자 2012.12.11

한 친구가 조르바에게 물었다.
“조르바, 결혼했습니까?”


조르바가 대답했다.
“그럼요, 당연히 남자로서 결혼했지요. 마누라도 있고, 집도 있고, 자식도 있고, 남들이 가지고 있는 만큼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그런데 온갖 골칫덩어리의 인생인걸요.”

위 대사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 조르바>에 나오는 내용이다. 영원한 아군인 가족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줘야 하고, 살고 있는 집은 자신에게 아늑함을 주어야 하며, 소유한 물건은 내 물건이니 나를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아군인줄 알았던 배우자는 간혹 적군이 되고, 토끼 같은 자식들은 내게 힘겨움만 안겨주며, 안식처인 집은 여기저기 고장이 발생해 자신을 귀찮게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인생이다.

불교 경전에서는 ‘자식이 있으면 자식 때문에 근심할 일이 생기고, 소가 있으면 소 때문에 걱정할 일이 생긴다.’고 하였다. 자신이 소유한 만큼 근심 걱정도 비례되어 생긴다는 뜻이다. 반면 가난한 집에는 도둑이 방문할 일이 없으니 그들은 다리 뻗고 자고, 부자는 쌓아놓은 돈을 도적이 훔쳐갈까 두려워 쪼그리고 잔다고 했으니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이렇게 우리 중생들의 삶은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재물을 소유한 만큼, 또 사람과 인연 맺은 만큼, 그 만큼의 고통과 고뇌가 발생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자신의 소유물과 인연으로 행복해야 하는데, 늘 불행과 불안을 안고 있어야 하는가. 그 원인에는 바로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먼저, 존재감 자체만으로 골치 아픈 것이 아니라 인연과 소유물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또한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이익과 이기심이 강하다보니, 그 상대적인 반감으로 행복보다 불행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 솔직히 운행보다 주차해 놓는 시간이 많아 경제적으로 아깝지만 차가 꼭 필요하다. 기관지가 별로 좋지 않아 봄가을에는 감기에 자주 걸리고, 강의로 외출하기 때문이다. 봄가을에 운전하거나 자동차 안에 책을 실고 다닐 때는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세차부터 시작해 점검해줘야 하는 일, 자동차세를 내는 일, 비싼 기름을 주유할 때마다 내 손실을 먼저 생각하곤 한다. 바로 자동차를 소유한 만큼 골치 아픈 일은 당연한 것이건만 손해 보지 않고 이익만 바라기 때문에 그 소유물을 골칫거리로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얼마나 이기적인 인간인가?!

골치 아프면 소유하지 않으면 되는데, 굳이 소유하면서 투덜거린다. 그렇다! 이 세상의 상대적인 법칙을 이해하는 일이다. 인연에서는 그들로 하여금 행복을 얻었으니 당연히 아픔을 치러야 하는 법이요, 소유물로 편한 만큼 반드시 그 대가는 치러야 하는 법이다.

이는 자연의 법칙이요, 인생의 법칙이다. 내 욕심과 이기심만 줄인다면 소유물과 인연은 골칫덩어리가 아닌 바로 행복 덩어리가 될 것이다.

<정운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