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

by 운영자 2012.12.24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누가 승리하든 환호와 분노는 엇갈리게 마련이지만 문제는 세대 간에 엇갈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선거결과가 발표되던 새벽시간에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며 술기 어린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온 젊은이에게 무슨 답을 해야 할지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그렇다고 “이민 가라” 화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애써 달래보았지만 결국 “변했다”는 분노어린 항변을 듣고 말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대 간의 가치 차이는 불가피하다.

그러니 모든 세대가 동일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분노할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는 베이비 붐 세대와 에코 붐 세대 간 충돌이었다고 진단한다.

쉽게 말해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간의 대결이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자식세대가 부모세대와 대결에서 졌기에 분노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미 선거 이전에 지향해야 할 가치와 희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두 세대는 너무나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베이비 붐 세대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5060세대이다.

한편 에코 붐 세대는 1979~1985년에 태어난 2030세대로서 베이비 붐 세대의 자식세대이다. 에코 붐 세대는 부모세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풍요로움 속에서 성장하였으며, 질 높은 교육을 받았다.

가치관도 부모 세대와는 많이 다르다. 이들은 글로벌 마인드를 가졌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감성, 문화, 유행 등에 민감하며 동시에 기존의 사회질서를 거부하는 세대이다.

한편 두 세대는 너무나 큰 차이점을 갖고 있지만 역설적 유사점도 갖고 있다. 경쟁에 밀려난 부모세대는 재취업을 고민하고, 자식세대는 취업을 고민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도리에 의해서, 에코 붐 세대는 필요에 의해서 모두 공동체를 중시한다.

부모는 자식의 장래결정에 깊이 간여하고 자식은 부모의 결정에 의존한다.

부모세대는 헬리콥터족이 되어 자식 곁을 맴돌고 자식세대는 캥거루족이 되어 부모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선 부모세대와 자식세대는 일체가 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세대는 부모세대들에게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희망 없음에 좌절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불행한 건 인생을 걸 만한 목표가 없다는 것, 곧 지향해야 할 가치를 잃어버린 세대라는 점이다.

그래서 결혼·연애·출산도 포기했다는 ‘삼포세대’와 같은 우울한 딱지만을 붙인 채 의존적 존재로 낙인 되고 있다. 그래서 기성세대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힘든 일을 기피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비난 받고, 풍요 속에 자라나 이기적이고 나약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부모세대의 이중성이 내포되어 있다.

즉 자식에게 기대하는 것과 자식이 속한 세대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다른,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우리의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세대 간 반목과 불화를 빗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제 지나친 경쟁논리에 휩쓸려 2030세대의 희망 없는 현실을 외면해왔음을 자각하고 새해에는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의 창출을 기대한다.

<이성록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