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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작품, 사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작품, 사랑

by 운영자 2012.12.26

창밖엔 싸락눈이 내리고, 라디오에서는 성탄 캐럴이 흘러나옵니다.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이야기이지요. 워싱턴 광장 서쪽의 플레이시스가 언젠가부터 가난한 화가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촌’이 되었습니다.

3층 벽돌집 꼭대기에 취향이 같은 수우와 존시 두 사람이 공동 화실을 차렸습니다.

11월이 되었을 때 동부 일대에서 수십 명씩 희생자를 낸 폐렴이 번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폐렴은 플레이시스의 미로에까지 찾아들어와 존시를 침대에 눕게 만들었습니다.

의사가 수우에게 들려준 말에 의하면 존시가 회복될 가능성은 열에 하나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수우가 존시 옆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존시는 나직한 목소리로 창을 내다보며 무엇인가를 세고 있었는데, 열둘에서 시작된 숫자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존시가 세고 있는 것은 건너 편 벽돌집의 흰 담에 뻗어 있는 담쟁이덩굴의 남은 잎새였습니다.

존시는 담쟁이덩굴에 있는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자신도 이 세상을 떠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걸 보고 싶다고,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털어 버리고 저 지친 잎새처럼 밑으로 가라앉고 싶다’며 삶을 포기하려고 합니다.

아래층에 사는 화가 베어먼 씨가 수우를 통해 존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는 언제나 걸작을 그려보겠다고 말했지만 상업용이나 광고용의 싸구려 그림 외엔 그릴 것이 없는 실패한 화가였습니다.

세상에 담쟁이 잎새가 떨어진다고 해서 사람이 죽는다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베어만은 눈물을 흘리며 화를 냅니다. 다음 날 아침 존시는 기운 없는 커다란 눈으로 커튼을 올려달라고, 밖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밤새도록 찬비가 내리고 사나운 바람이 불었으니 필시 잎새가 모두 떨어졌으리라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커튼을 열었을 때 벽돌담 벽에는 담쟁이 잎새 하나가 그대로 붙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잎새였습니다.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며 존시는 다시 한 번 저 잎이 지면 자신도 이 세상을 떠날 거라 이야기를 합니다.

저녁이 되었는데도 그 외로운 담쟁이 잎새는 담 위에 꼭 붙어 있었습니다. 밤이 되자 북풍이 다시 휘몰아치고 세찬 비가 창문을 두드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커튼을 올렸을 때 담쟁이 잎새는 여전히 그대로 붙어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던 존시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고, 죽기를 원하는 건 죄악이라며 생의 의지를 회복합니다.

떨어지지 않은 마지막 잎새를 통해 용기를 얻은 존시는 마침내 병에서 벗어나게 되지요. 하지만 늙은 화가 베어먼 씨는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찬비와 거센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았던 마지막 잎새, 그것은 베어만 씨가 벽에다 그려놓은 마지막 작품, 그의 걸작품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잎새를 그리느라 그만 폐렴에 걸렸던 것이었습니다. 언제 생각해도 감동이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눈발이 날리는 차가운 이 계절, 누군가를 살리는 사랑은 분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작품이 될 것입니다.
<한희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