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개탁(擧世皆濁)
거세개탁(擧世皆濁)
by 운영자 2012.12.28
거세개탁(擧世皆濁).
2012년을 보내며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세상이 온통 탁하다는 뜻이다. 교수들은 혼탁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위정자와 지식인의 자성을 요구하기 위해 선정했다 한다.
초나라 때의 관리이자 시인인 굴원이 억울한 모함을 받고 벼슬에서 쫓겨나 방황하고 있을 때 그런 굴원을 알아본 한 어부가 ‘높은 자리에 계셔야 할 사람이 왜 여기서 헤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굴원이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거세개탁 아독청 중인개취 아독성) 온 세상이 탁해도 나 홀로 맑았고 모든 사람이 취했어도 나 혼자 깨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답한 데서 나온 말 ‘거세개탁’.
교수님들께서야 교수사회의 탁함을 이야기하며 자성을 요구한다지만 교수 사회만이 아닌 온 세상이 탁하다는 것에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가슴 아픈 현실에서 울고 절망하면서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놓여 있는 기회와 위기 앞에서 홀로 맑을 수 있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진다. 나 스스로에게도.
그런데 거세개탁한 세상 속에서도 아독청한 굴원과 같은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그나마 살아갈만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2011년 1월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로 발령을 받은 이후 2년여의 시간을 보내며 멀리서 보던 전남과 가까이서 보는 전남의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인해 불끈불끈 솟아나는 감격을 억누를 수 없는 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멀리서 보는 전남은 1차 산업이 주를 이루는 곳, 열악함과 낙후의 대명사격이었지만 실제 함께 일하며 들여다본 속내는 아독청한 사람들의 집합체처럼 아름답고 고결하다.
어린이재단에서는 전국에 60여개의 사업장을 가지고 빈곤, 결손 아동의 바람직한 사회통합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복지서비스들을 수행하고 있다,
그 서비스의 기초단계인 자원 확보를 위해 전국에 20여개의 지역본부를 두고 후원금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데 전남이 보여주는 변화의 모습은 전국사업장의 귀감으로 회자되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한 후원처를 개발할 때 가장 먼저 몇 억원에서 몇 백만원을 기부하는 기업체와 고액소득자들의 지갑이 열려지길 기대한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전남에서는 그렇게 열릴 수 있는 지갑들이 몇 개나 있을까? 굳이 통계치를 들이대지 않아도 답이 나오는 것이 전남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전남은 타 지역의 지원에 의존해서만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아니었다. 지난 몇 년 간의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전라남도로부터 결연사업을 지정받고 매년 2억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고 일하는
어린이재단전남지역본부가 올해 전남지역에서 모금한 후원금은 23억원이다. 그중의 30%가량은 기업체와 고소득자의 후원을 통해 모금됐다.
그렇다면 70%는 어디서 채워졌을까?
기부라는 말이 무엇인지도 모를 테지만 어려서부터 나누는 삶을 실천토록 해주고 싶어 코흘리개 유치원생의 이름으로 한달에 3000원씩 후원해주시는 부모님, 한달에 햄버거 한 개 덜 먹고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초중고등학교 재학생, 착한 스팩을 쌓고 싶어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한달 5000원의 정기후원을 지속하는 대학생, 언제 그만둬야할지 모르는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도 어렵게 번 돈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달 만원의 정기후원을 신청하는 88만원세대, 학교에 재학 중인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자원을 마련하고 싶어 한달 만원씩 정기후원하시는 선생님들.
이런 사연을 가진 8600명이 모여 일궈낸 기적의 후원금 17억원.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남지역본부를 통해 월 5만원~10만원의 정기후원을 받고 있는 빈곤세대들보다 더 열악하게 살아가는 이들조차도 이웃과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음은 감사를 넘어 감격을 안겨주는 일이다.
제대로 집히지도 않는 흙 알갱이가 모여 단단한 토양을 이루듯 그런 작은 정성들이 모아 마련된 후원금이기에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는 2013년도 후원금을 사용함에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하고 아름다운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초석을 다지고자 더욱 정진하려 한다.
어렵고 탁한 사회 속에서 온정의 손길이 줄어든다고 매스컴에서 떠들어대지만 전남의 아독청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낸 이 온정의 기적이 일회성이 아닌 장기 지속가능 하기에 더욱 큰 희망을 가져본다. 혼탁한 물결 속에서 전남의 수많은 개울들은 순리대로 맑게 흐르며 역사의 큰 물줄기를 완성할 것이다.
2012년을 보내며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세상이 온통 탁하다는 뜻이다. 교수들은 혼탁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위정자와 지식인의 자성을 요구하기 위해 선정했다 한다.
초나라 때의 관리이자 시인인 굴원이 억울한 모함을 받고 벼슬에서 쫓겨나 방황하고 있을 때 그런 굴원을 알아본 한 어부가 ‘높은 자리에 계셔야 할 사람이 왜 여기서 헤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굴원이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거세개탁 아독청 중인개취 아독성) 온 세상이 탁해도 나 홀로 맑았고 모든 사람이 취했어도 나 혼자 깨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답한 데서 나온 말 ‘거세개탁’.
교수님들께서야 교수사회의 탁함을 이야기하며 자성을 요구한다지만 교수 사회만이 아닌 온 세상이 탁하다는 것에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가슴 아픈 현실에서 울고 절망하면서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놓여 있는 기회와 위기 앞에서 홀로 맑을 수 있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진다. 나 스스로에게도.
그런데 거세개탁한 세상 속에서도 아독청한 굴원과 같은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그나마 살아갈만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2011년 1월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로 발령을 받은 이후 2년여의 시간을 보내며 멀리서 보던 전남과 가까이서 보는 전남의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인해 불끈불끈 솟아나는 감격을 억누를 수 없는 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멀리서 보는 전남은 1차 산업이 주를 이루는 곳, 열악함과 낙후의 대명사격이었지만 실제 함께 일하며 들여다본 속내는 아독청한 사람들의 집합체처럼 아름답고 고결하다.
어린이재단에서는 전국에 60여개의 사업장을 가지고 빈곤, 결손 아동의 바람직한 사회통합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복지서비스들을 수행하고 있다,
그 서비스의 기초단계인 자원 확보를 위해 전국에 20여개의 지역본부를 두고 후원금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데 전남이 보여주는 변화의 모습은 전국사업장의 귀감으로 회자되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한 후원처를 개발할 때 가장 먼저 몇 억원에서 몇 백만원을 기부하는 기업체와 고액소득자들의 지갑이 열려지길 기대한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전남에서는 그렇게 열릴 수 있는 지갑들이 몇 개나 있을까? 굳이 통계치를 들이대지 않아도 답이 나오는 것이 전남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전남은 타 지역의 지원에 의존해서만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아니었다. 지난 몇 년 간의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전라남도로부터 결연사업을 지정받고 매년 2억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고 일하는
어린이재단전남지역본부가 올해 전남지역에서 모금한 후원금은 23억원이다. 그중의 30%가량은 기업체와 고소득자의 후원을 통해 모금됐다.
그렇다면 70%는 어디서 채워졌을까?
기부라는 말이 무엇인지도 모를 테지만 어려서부터 나누는 삶을 실천토록 해주고 싶어 코흘리개 유치원생의 이름으로 한달에 3000원씩 후원해주시는 부모님, 한달에 햄버거 한 개 덜 먹고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초중고등학교 재학생, 착한 스팩을 쌓고 싶어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한달 5000원의 정기후원을 지속하는 대학생, 언제 그만둬야할지 모르는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도 어렵게 번 돈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달 만원의 정기후원을 신청하는 88만원세대, 학교에 재학 중인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자원을 마련하고 싶어 한달 만원씩 정기후원하시는 선생님들.
이런 사연을 가진 8600명이 모여 일궈낸 기적의 후원금 17억원.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남지역본부를 통해 월 5만원~10만원의 정기후원을 받고 있는 빈곤세대들보다 더 열악하게 살아가는 이들조차도 이웃과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음은 감사를 넘어 감격을 안겨주는 일이다.
제대로 집히지도 않는 흙 알갱이가 모여 단단한 토양을 이루듯 그런 작은 정성들이 모아 마련된 후원금이기에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는 2013년도 후원금을 사용함에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하고 아름다운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초석을 다지고자 더욱 정진하려 한다.
어렵고 탁한 사회 속에서 온정의 손길이 줄어든다고 매스컴에서 떠들어대지만 전남의 아독청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낸 이 온정의 기적이 일회성이 아닌 장기 지속가능 하기에 더욱 큰 희망을 가져본다. 혼탁한 물결 속에서 전남의 수많은 개울들은 순리대로 맑게 흐르며 역사의 큰 물줄기를 완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