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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나무

눈과 나무

by 운영자 2013.01.03

눈은 하늘이 인간에게 내리는 큰 선물이지만, 선물이 너무 많으면 선물의 가치는 사라진다. 올해는 예전에 비해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겨울에 눈이 아주 적지만, 올 겨울에 벌써 두 차례나 눈이 많이 내려 생활이 불편할 정도다.

이처럼 눈이 많이 내리는 것이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몰라도, 기상의 변화는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常數)일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앞으로 이러한 기상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적지 않은 고통과 경제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나무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기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눈이 잦으면 그 동안 눈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나무들도 눈에 대비한다. 눈은 인간이든 나무든 맞을 때는 전혀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내리는 눈을 맞더라도 피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함박눈일지라도 그 무게는 아주 가벼워서 인간과 나무의 삶에 좋지 못한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 그러나 눈은 내릴 때 아주 가볍지만 쌓이면 엄청난 무게로 인간과 나무에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준다.

나무에 한 송이 한 송이 눈이 내려 나무 가지에 쌓이면 솜사탕보다 가볍던 눈의 무게가 가지를 부러뜨려 나무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심할 경우에는 나무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뿌리가 뽑히기도 한다.

눈이 쌓여 나무를 무너뜨리듯, 세상에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 삶의 방향을 결정할 때가 많다. 인간이 태어날 때는 비슷비슷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도 처음부터 엄청난 차이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데서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호리지차천리지무(毫釐之差千里之繆), 즉 조그마한 차이가 천리를 어긋나게 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아주 큰 나무도 처음에는 아주 작은 싹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들 중에는 큰 나무가 애초부터 큰 나무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 그루의 큰 나무가 자라기까지 수 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무척 불행하다.

주위에 소위 성공한 사람을 보면서 저 사람이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도 정말 불행하다. 사람 중에는 사기와 세금포탈 등으로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정말 각고의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예외 없이 요행을 바라지 않고 성실과 근면으로 살았다.

천 리길도 한걸음부터, 티끌모아 태산 같은 속담은 진부한 표현 같지만, 언제나 인생의 진리 같은 명언이다. 이처럼 삶의 왕도는 언제나 평범하고 일상에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그러나 실천은 아무리 평범하더라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 실천은 처음에는 쉽지만 끝까지 마무리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차곡차곡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힘들 때 자꾸 단계를 넘어서 가려고 조급증을 낸다.

조급증을 내다보면 기본을 무시하고 일확천금을 꿈꾼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로또나 경마 등 한탕주의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힘든 일을 갑자기 해결하려는 조급증 때문이다.

나도 한 때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때 조급증을 견디지 못하고 로또를 구입한 적 있지만, 한 번 구입한 후 다시는 사지 않았다. 그래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조급증을 극복하는 일이다.

<강판권 교수>